원자력 등 친환경연료로 가동되는 선박건조 적극 검토해야
한국 해운, 소량·쾌속 서비스 대비 필요하다 

 

▲ 전준수 명예교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 에너지와 관련한 우리의 앞선 기술과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물류 연관 산업의 디지털화를 통해 스마트 물류서비스를 전 세계 화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채비를 갖춰야 합니다”
코로나19 사태는 분명 위기상황이지만 우리 해운업계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앞서가는 대응을 주문하고 있는 원로 해운인 서강대 전준수 명예교수의 일성(一聲)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해운업계의 가장 큰 도전과 변화는 환경 규제와 기술 변화가 될 것이라는 전망하는 전 교수.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저유황유 사용에 대한 규제를 비롯해 환경규제는 더 강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2050년까지 5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는 온실가스(CO2) 배출량 규제도 10년 이상 앞당겨져 2040년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연구되거나 실현되고 있는 바이오연료, 수소, LNG(액화천연가스), 원자력 등 친환경연료로 가동되는 선박 건조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전 교수는 강조했다.

궁극적인 해법은 배터리 사용 선박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배터리 전원으로는 가장 값싸게 환경친화적인 에널지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은 원자력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설명이다. 전기생산을 위해 1GW 발전소 가동에 석탄은 연 220만톤이 필요하고 우라늄은 연 22톤이면 된다. 우라늄 연료는 한번 장전하면 1년 6개월을 쓴다.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소에 있어선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우리가 가진 모든 장점들을 결합시킬 수 있을 때 우리는 21세기에 선두국가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전준수 교수는 "결국 에너지와 관련된 우리의 기술과 디지털 기술에 있어서의 우월한 경쟁력을 십분 활용한 해운의 디지털 플랫폼화를 통한 전 물류연관 산업의 디지털화의 조기 완성으로 스마트 물류서비스를 화주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국적 원양선사 HMM(구 현대상선)의 ‘알헤시라스호’ 명명식이 있었다. 알헤시라스호는 HMM의 첫 번째 2만40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HMM은 2018년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국내 조선 3사와 약 3조15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HMM은 이를 기반으로 올해 3분기부터 영업이익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발발로 3분기 영업이익 전환은 어렵겠지만 선방할 것으로 예측된다.
“HMM은 4월부터 정회원으로 가입한 ‘디 얼라이언스’ 회원사로서 독일의 하파그로이드, 일본의 컨테이너 통합선사인 ONE, 대만의 양밍 등 선사와 함께 안정적인 기반에서 영업할 수 있게 돼 비용구조를 개선하고 항로 다변화 등 서비스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중 무역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에 치명적 허점이 노출됐다. 코로나 사태 이후 주요 소비재와 연관된 부품의 자국생산 필요성이 국가안보 차원에서도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의 역할이 급격히 축소될 것이라는 점이다”며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은 자국생산 비중을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기초 공산품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인접 국가에서 조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따라서 미국은 중남미 국가들에 그리고 유럽은 동구권 국가들에 더 의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전준수 교수는 “한국의 정기선 해운은 이런 추세 변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처럼 중국의 수출물량을 전 세계로 실어나르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 역내무역 비중이 커질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산품도 대형 컨테이너선을 통한 대량 운송이 아니라 아마존 같은 유통업체의 유통망에 통합된 운송업체들이 소량 적기배송하는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형 쾌속선대를 갖춰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또 이들 글로벌 유통업체의 통합 물류 플랫폼에 연동되는 디지털 기술경쟁력을 갖춘 해운사만 생존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원자재 운반선인 벌크선 운송형태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4대 원자재가 원유·철광석·석탄·곡물로, 이를 운송할 대체재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세계 원유 소비량의 14%를 차지하고 있고, 철광석 소비량은 65%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으로 향하는 원자재 운송 형태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국내 벌크선사들은 주요 원자재 운송시장에서 국내 주요 화주들과의 장기운송계약 유지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또 LPG화물 전문운송사인 KSS해운 같은 소량 특화화물 운송전문업체를 적극 육성할 필요도 있다고 전준수 교수는 언급했다.

[만난사람=정창훈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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