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상판결: 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9다218462 판결

2. 사실관계

가. 원고들은 해운업 등을 목적으로 라이베리아 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이고(이하원고 A회사를 ‘원고 A’라고 하고, 원고 B회사를 ‘원고 B’라 한다), 피고는 해운업 등을 목적으로 대한민국 법에 따라 설립된 파산채무자 주식회사 C(이하 ‘C’라 한다)의 파산관재인이다.

나. 원고 A는 2011. 5. 16. C와 사이에 선박 E에 관하여 용선기간 ‘선박인도일로부터 12년’, 1일당 용선료 ‘미화 23,890달러’로 정한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였고(이하 ‘이 시간 1번 계약’이라 한다), 원고 B는 같은 날 C와 사이에 선박 F에 관하여 용선기간 ‘선박인도일로부터 12년’, 1일당 용선료 ‘미화 23,890달러’로 정한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였으며(이하 ‘이 사건 2번 계약’이라 하고, 위 각 계약을 통칭하여 ‘이 사건 각 계약’이라 한다), C에 E, F(이하 ‘이 사건 각 선박’이라 한다)를 각 인도하였다.

다. 이 사건 각 계약 중 이 사건과 관련된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4. 용선자는 이 사건 선박의 사용 및 용선에 대해 선박의 인도일부터 계속하여 합의된 요율에 따른 용선료를 지급하여야 하는데, 이는 1일의 일부에 대해서도 동일한 비율로 적용되며, 선박이 통상적인 마모나 손상을 제외하고 인도시와 마찬가지의 양호한 상태로 대한민국과 중국을 포함하는 싱가포르/일본 구간이나 앤트워프/함부르크 구간 내에서 용선자가 지정하는 안정항의 도선사 최종하선지점에서 달리 약정된바 없는 한 일요일과 공휴일을 포함하여 주야를 막론한 어떠한 시간에라도 재인도되는 날짜까지 계속적으로 동일한 요율에 따라 발생한다(이하 생략).
부속서
제33조. 선박벙커 가격, 중량 및 품질
용선자는 인도시, 선주는 반선시에 이 사건 선박 선상에 남아 있는 모든 선박 연료 등 벙커(예상 수량)를 인수하고 이에 대한 비용을 지급한다. 인도시 및 반선시 선박 벙커유의 양은 가장 근접한 주된 급유항에 도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동일한 수량으로 한다.
인도시 선박 연료 벙커유 가격은 선주의 청구가격으로 하고, 반선시 선박 연료 벙커유 가격은 플래츠 벙커 와이어의 지수 즉, 선박이 반선될 항구 및 반선일 기준 가격이 따른다. (이하 생략)

라. C는 2016. 9. 1. 10:00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았고, 같은 날 피고가 관리인으로 선임되었으며, 회생채권 신고기간은 2016. 10. 11.부터 2016. 10. 25.까지이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계약을 해지한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각 계약 해지 이후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선박을 재인도하였는데, 당시 이 사건 각 선박에는 연료유가 남아 있었다.

마. 원고 A는 2016. 10. 24 피고에게 ‘원고 A는 C에 회생절차개시 전 미지급 용선료, 이 사건 1번 계약의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채권 및 기타 비용채권 등 현재 미화 78,502,282.29달러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위 채권과 피고의 이 사건 연료유 대금채권 미화 249,938.30달러를 대등액에서 상계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 원고 B도 같은 날 피고에게 ‘원고 B는 C에 회생절차개시 전 미지급 용선료, 이 사건 2번 계약의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채권 및 기타 비용채권 등 현재 미화 80,338,003.50달러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위 채권과 피고의 이 사건 연료유 대금채권 미화 247,170.71달러를 대등액에서 상계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고, 위 각 상계통지는 2016. 10. 25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바. C는 2017. 2. 2.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폐지결정을 받은 데 이어 2017. 2. 17. 파산선고를 받았고, 같은 날 피고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다.

3. 판결요지

선박의 점유, 선장 및 선원에 대한 임면권, 그리고 선박에 대한 전반적 지배관리권이 모두 선박소유자에게 있는 정기용선계약에서 “반선(redelivery)”이라는 용어는 원칙적으로 정기용선계약에서 정한 조건에 따라 정기용선자가 선박소유자에게 배를 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정기용선계약에서, 선박소유자로 하여금 반선 시점에 선박에 남아 있는 연료유(bunker)를 인수하고 정기용선자에게 그 대금을 정산하여 지급하도록 정하는 한편, 정기용선자에게는 사전에 선박소유자에게 반선 시점과 반선 지점을 수 차례에 걸쳐 통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또 반선 시점에 남아있는 연료유의 품질과 예상 최소수량을 정하는 등 그 요건과 절차를 정하고 있다면, 특별히 달리 정하지 않는 한 이때의 반선은 정기용선계약에서 정한 조건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여기에는 정기용선계약의 중도해지 등으로 인하여 선박을 돌려주는 경우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4. 평석

가. 이 사건은 라이베리아 법인인 원고들이 대한민국 법인의 파산관재인인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각 계약으로부터 유래한 용선료 채권 등에 대한 지급을 구하고 있어 외국적 요소가 있으므로 먼저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이 결정되어야 한다.

나. 회생절차와 관련하여서는 그 계약이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에 해당하여 관리인이 이행 또는 해제∙해지를 선택할 수 있는지 여부, 그리고 계약의 해제∙해지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배상채권이 회생채권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도산법정지법인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판단되지만, 그 계약의 해제∙해지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한 문제는 계약 자체의 효력과 관련된 실체법적 사항이므로 채무자회생법이 아니라 국제사법에 따라 정해지는 계약의 준거법이 적용된다.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 본문은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에서는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위 채권들의 발생여부 및 범위에 관한 준거법은 영국법이 된다.

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들이 피고에게 이 사건 각 계약의 부속서 제33조에 따라 재인도 시점에 이 사건 각 선박에 남아 있던 연료유를 인수하고 그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각 연료유 대금채권으로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각 용선료채권 등을 대등액의 범위에서 상계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원고는 이 사건 각 계약의 부속서 제33조는 계약 해지 후 계약기간 전에 재인도하는 조기반선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라. 여기서 우선적으로 피고가 주장하는 잔존연료유 대금채권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대상판결은 정기용선계약에서 “반선(redelivery)”이라는 용어는 원칙적으로 정기용선계약에서 정한 조건에 따라 정기용선자가 선박소유자에게 배를 돌려주는 것을 의미하므로 여기에는 정기용선계약의 중도해지 등으로 인하여 선박을 돌려주는 경우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하여 피고가 용선계약을 해지한 이 사건에서는 이 사건 부속서 제33조에 의하여 원고들에게 연료유대금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를 자동채권으로 한 피고의 상계항변은 기각되었다. 대법원의 해석은 타당하다고 보여진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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