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I 급등세 최근 5년내 가장 심한 변동성 노정

▲ 사진 출처:www.vale.com
건화물선(드라이 벌크선)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은 이번에도 그 위력을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지난 5월만 해도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인한 서플라이 체인 붕괴와 수요 침체 우려로 벌크선운임지수 BDI의 사상 최저치 갱신 여부가 현실적인 고민거리였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5월 13일 393 포인트 까지 하락했던 BDI는 불과 1개월 보름만인 7월 6일 1,956 포인트로 수직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상승장을 주도한
케이프사이즈 선형의 평균 용선료는 같은 기간 일 1,992달러에서 33,760달러로 폭발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번 상승장은 케이프 선형이 주도했으며, 그 중에도 특히 대서양 항로들의 상승폭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지난 1분기부터 2분기 초 까지 브라질의 철광석 수출에 차질이 발생하자 태평양 소재 케이프 선박들의 대서양향 공선 항해가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5월 중순 이후 브라질의 철광석 수출 능력이 회복되며 대서양
케이프 시장은 순식간에 극심한 공급 부족으로 전환됐고, 이후 케이프의 강력한 반등은 하위 선형들을 견인하며 1개월 이상 강한 상승세를 시현했다.
건화물선 시황의 예상을 뛰어넘는 회복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및 물동량 감소 우려는 여전하다.

클락슨은 최근 보고서에서 금년 건화물선 해상 물동량이 전년 대비 약 4.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건화물선 시황도 7월 중순부터는 제법 강한 조정이 발생해 7월 23일 현재 BDI는 전고점 대비 약 560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이석주 해운거래지원팀장은 최근의 랠리를 계기로 건화물선 시장이 최악의 침체기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하며, 주요 펀더멘털 변수들을 하나씩 살펴봤다. 이에 따르면 중국의 경기 부양책 실시 효과 및 브라질의 철광석 공급능력 회복에도 불구하고, 금년 전 세계 건화물 해상 물동량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조강 생산량 감소가 나타나고 있으며, 에너지 수요 부진에 따른 석탄 교역 감소도 해상 운송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 클락슨은 2020년 건화물선 물동량 예측치를 전년 대비 4.5% 감소한 약 50.17억 톤으로 이전 전망치 대비 0.2%p 추가 하향 조정했다. 석탄 물동량은 전년 대비 1억톤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며, 전 세계적 철강 생산 부진에 따라 철강 제품, 철스크랩, 니켈 원광, 코크스 등 철강 관련 화물들의 물동량도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상기 전망치는 금년 상반기에 이미 감소한 기록이 반영된 수치이므로, 올 하반기 물동량은 상반기보다는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계 주요 국가들도 경기 둔화를 방어하기 위해 감염병 통제와 경제 활동 유지를 최대한 병행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미국, 브라질 등 주요 국가들의 감염병 확산이 여전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중국의 대홍수 피해에 따른 산업활동 차질도 아직 현재 진행형이라, 하반기 해상물동량 회복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는 여전히 조심스러워 보인다.

2020년 6월 말 기준 건화물선 선복량은 8.98억톤으로 지난해 말 대비 약 1,950만톤 증가했다. 선형별로는 파나막스 선대가 연말 대비 3.4% 증가하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수프라막스 2.3%, 케이프 1.9% 순의 선대 증가율이 나타났다. 신조선 인도가 타 선형 대비 적었던 0.7% 증가에 그쳤다.
올 상반기 대부분의 기간 동안 운항 원가를 하회하는 부진한 시장이 전개됐지만 남미 곡물 효과 등으로 시황이 그나마 덜 침체됐던 파나막스와 수프라막스는 노후선 해체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타 선형 대비 높은 운항원가에도 불구하고 시장 수익력이 바닥을 기었던 케이프 선형은 코로나19로 폐쇄됐던 인디아, 방글라데시 등의 선박 해체 야드들이 운영을 재개하자마자 폐선을 실시했다. 그 결과 케이프는 올 상반기 30척의 노후선을 해체했으나, 파나막스와 수프라막스는 각각 3척, 13척을 해체하는데 그쳤다.

6월 이후 건화물선 시황이 회복세를 나타내고, 중국의 조선소들도 조업을 이어감에 따라 금년 건화물선 예상 선대 증가율은 다시 상향 조정되고 있다. 4월말 기준 케이프 2.3%, 파나막스 3.6%, 수프라막스 2.6%, 핸디사이즈 0.9%이던 금년 선대 증가율 전망치는 6월 말 기준 케이프 2.5%, 파나막스 4.7%, 수프라막스 3.2%로 상향조정됐으며, 오직 핸디사이즈만 0.8%로 하향 조정됐다.

지난 6월 갑작스럽게 나타난 케이프의 폭등세는 건화물선 시황을 빠른 속도로 견인했다. 5월 14일 393포인트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BDI는 단 37 영업일만인 7월 7일 1,949 포인트까지 급등했다. 이후 케이프 시황 급등을 견인했던 요인들이 해소되며 7월 23일 현재 1,388포인트까지 하락했으나, 이번 상승 랠리 이전까지 이어지던 부진한 시황에 비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최근의 BDI 급등은 최근 5년 내 가장 심한 변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금년 5월 말 BDI는 최근 5년 내 같은 기간 대비 최저점에 위치하고 있었으나, 6월 중순 이후 5년 내 최고점 구간으로 수직 상승 했다. 코로나19로 왜곡된 시황 구조 하에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된 영향이다.

건화물선 시장은 올 하반기에도 강한 변동성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펀더멘털 요인들의 왜곡이 차츰 해소 되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라는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주요 국가들의 경기부양책 효과 및 중국의 홍수 이후 인프라 복구 수요 유입 등에 힘입어, 하반기 건화물선 수요는 상반기 대비 개선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고 이석주 팀장은 밝혔다.

한편 올해 상반기 브라질에는 사상 최대 수준의 폭우가 발생하며 철광석 수출 능력이 크게 제한된 바 있다. 세계 최대의 철광석 수입국인 중국이 코로나19로 인한 침체로부터 비교적 빠르게 벗어나며 2분기부터는 철광석 수요도 회복세를 나타냈으나, 브라질산 물량 부족은 케이프 운임시황을 지속 압박했다. 이에 더해 5월부터는 브라질 내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어, 브라질의 철광석 수출 능력은 폭우로 인한 장애와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차질의 이중고를 겪었다.

브라질의 철광석 수출에 장기간 차질이 발생하자, 중국의 철광석 조달은 주로 호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올 상반기 호주의 철광석 수출량은 2월을 제외하고는 지난 2년 같은 기간의 물량에 필적하거나 상회했다.
반면 브라질은 광미댐 붕괴사고로 수출이 크게 위축됐던 작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수출량을 기록했다. 이와 같은 물동량 패턴에 따라 케이프 선박들은 브라질향 공선항해 보다는 태평양 잔류를 선호하게 됐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대서양 내 선박 공급 부족을 초래해 케이프 시황이 폭발적으로 상승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대서양의 케이프 선박 공급 부족을 초래한 또다른 이유는 유럽 지역의 철광석 수요 부진을 들 수 있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코로나19에 대한 조기 대응에 실패하며 대규모의 이동 제한 및 경제 봉쇄를 시행한 바 있다. 이에 유럽 전역에 걸친 철강 수요 감소 및 제철소들의 운영 중단이 이어졌으며, 유럽향 철광석 수요 또한 크게 위축됐다. 유럽향 철광석 수요 부진은 철광석 선적 선박이 양하를 마친 후 대서양 수역에 재공급되는 기회를 축소했고, 호주산 철광석의 백홀(Back-haul, 태평양에서 대서양으로의 화물 이동) 물량이 감소하며 태평양 소재 선박의 대서양 유입도 함께 감소했다. 동시에 스웨덴, 우크라이나 등 유럽 소재 중소 철광석 수출국들이 유럽향 수요 부진에 따라 중국향 수출 비중을 확대한 점도 대서양 소재 선박들의 역외 유출을 가속화해 선박공급 부족을 심화시켰다.

한편 중국의 조강 생산량 및 철강 수요는 늦은 양회가 개최된 5월 말 이후 본격적으로 증가했다.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인 양회는 통상 3월 초에 개최돼 정치, 경제, 외교 등 각 분야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 및 목표를 발표한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약 2개월 이상 지연 개최된 금년 양회에서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한 대규모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에 화답하듯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5월과 6월 연달아 9천만톤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조강생산량 증가는 당연히 철광석 수요 증가로 연결되었다. 제철소들의 왕성한 수요에 힘입어 중국의 철광석 항만 재고량은 지난 2016년 말 이후 최저치인 1억 6백만톤 수준까지 하락했다. 중국의 수입자들은 브라질의 철광석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는 동안 호주, 인디아, 남아공 등 공급이 가능한 모든 곳에서
철광석을 조달하였으나, 자국 내 강력한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넉넉지 않았다. 그 결과, 중국의 올 2분기 철광석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8.7% 증가한 2억8,442만톤을 기록했으나, 7월 중순 기준 철광석 항만 재고량은 여전히 2016년 말 수준인 1억 1천만톤 가량에 머물러 있다.

6월 들어 브라질의 철광석 공급능력이 예상외의 회복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브라질은 상반기 극심한 폭우 피해와 통제 불능의 코로나19 확산의 이중고로 인해 철광석 수출 능력 정상화 시기를 예측할 수 없는 상태였다.
심지어 6월 초에는 브라질 Vale 소유의 Itabira 광산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및 방역수칙 미준수를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가동 중단 명령을 받기도 했다. 동 광산의 철광석 생산 능력은 연 3,600만톤 규모로 Vale사의 전체 생산량 중 10% 이상을 차지, 브라질의 철광석 공급 차질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가중됐다.
Itabira 광산은 결국 6월 17일에 가동 재개되며 공급 부족 우려는 다소나마 해소됐으나, 브라질의 코로나19 확진자는 기하급수적인 증가세를 지속했다.
심지어는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주요 인사들까지 확진 판정을 받는 등, 브라질의 감염병 확산은 통제 불능 상태를 이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월 이후 브라질 인근 수역에는 올해 내내 보기 어렵던 철광석 화물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브라질의 6월 철광석 수출량은 전년 동월의 기록을 소폭 상회하는 3,005만톤을 기록했으며, 전월인 5월 대비 40%(855만톤)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브라질의 갑작스런 철광석 수출시장 귀환은 앞서 기술한 대서양의 극심한 선박 공급 부족과 맞물려 케이프 시황의 폭발적인 상승세를 견인하였다.

올 상반기 코로나 19 등으로 왜곡되었던 철광석 관련 펀더멘털 요인들은 느리지만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브라질은 코로나19 확산 지속에도 불구하고 평년 수준에 근접한 공급능력을 회복하였다. 이는 올 상반기에 나타났던 브라질의 공급 차질은 감염병 확산보다는 폭우로 인한 생산 및 물류 장애에 보다 더 기인
했었다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브라질의 공급 능력 회복에 따라 태평양 소재 선박들의 브라질향 공선 항해도 다시 증가하여 대서양의 선박공급 부족 현상도 완화되고 있다. 유럽의 경제활동 재개에 따라 제철소 재가동도 증가하며 철광석 선적선들의 대서양 내 재공급 기회도 회복되고 있다. 비록 코로나19 이전의 상태로 완전히 복구되기에는 추가적인 시간이 소요되겠으나, 올 상반기 극심한 변동성을 촉발했던 왜곡 요인들은 상당부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철광석 공급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차츰 해소됨에 따라, 올 하반기 철광석 해상물동량 패턴은 중국의 수요 증감 여부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를 바탕으로 철강 생산과 철광석 수입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6월 이후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폭우로 중국 곳곳에 홍수 피해가 속출하고 있으며, 철강 소비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건설 공사들도 다수 지연되고 있다. 장기간의 폭우로 양쯔강의 수위가 상승한 점은 선박들의 항만 작업에 지장을 발생시켜, 강 유역에 다수 위치한 제철소들의 원료 조달과 철강 제품 판매를 어렵게 하고 있다. 비록 중국의 항만 철광석 재고량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어 당분간 철광석 재고 확충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철강 수요 부진은 결국 철강 감산 및 철광석 수요 감소로 이어지며 단기적인 물동량 위축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대규모 자연재해는 사태 종료 이후 대량의 복구 수요로 종종 연결된다. 이번 홍수 사태로 중국 내 많은 지역들이 침수되고 무려 4천만명에 이르는 이재민이 발생하였다. 워낙에 홍수 규모가 커 언제쯤 사태가 진정될지는 아직 알려진 바 없으나, 홍수가 수습되면 파손된 제방, 도로 등 유실된 시설물
복구, 치수(治水) 시설 확충 등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며 철강을 비롯한 원자재 수요도 함께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민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중국의 홍수 사태는 중장기적으로는 중국향 원자재 물동량을 증가시켜 건화물선 시장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위축으로, 주로 발전 원료로 사용되는 석탄의 수요 또한 위축되고 있다. 석탄 대비 청정 연료인 LNG 가격이 하락하자 유럽 등의 석탄 수요가 LNG로 전환된 점도 석탄 수요를 압박했다.
클락슨은 최근 보고서에서 금년 전 세계 석탄 해상물동량이 전년 대비 8% 감소한 11억 8,800만톤에 그칠 것이며, 중국과 베트남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석탄 수입국들에서 수요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 석탄 해상물동량은 주요 국가들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른 변동은 있었지만, 전체 물동량 규모는 부진하게 이어졌다.

코로나19가 최초 중국에서 발생했을 당시 중국 내 탄광 운영 차질로 중국향 석탄 수입량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후 중국의 석탄 생산이 정상화되며 5월부터는 수입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로 전환되었으나, 중국의 올 상반기 석탄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한 1억 7,420만톤을 기록했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연간 석탄 수입 총량을 제한하는 쿼터(quota)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쿼터제 실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석탄 수입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각 항만별 석탄 수입량을 전년 수입량 만큼만 허가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국의 석탄 수입량 증가는
일부 항만들의 수입 쿼터 조기 소진을 초래하여 중국의 석탄 수입 여력을 축소시켰다. 중국 정부의 수입 제한 정책이 연말까지 강행될 경우, 올 하반기 중국의 석탄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부진하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작년의 경우, 중국향 석탄 수입량은 수입 쿼터가 소진된 연말에 크게 감소하는 패턴을 나타내기도
했는데, 올해도 유사한 패턴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가 석탄 수입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이유는 자국산 석탄 사용을 장려하여 코로나19로 침체된 내수 경기를 지원하는데 있다. 올 상반기 중국의 석탄 생산량은 코로나19로 생산 차질이 발생한 1~2월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년동월 대비 증가했으며, 상반기 전체 생산량도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18억톤을 기록했다. 다만 6월에는 전국적인 폭우 및 탄광 안전점검 실시 증가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만톤 증가하는데 그쳤으며, 이에 중국산 석탄 가격은 정부의 통제 범위 이상으로 상승하였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석탄 가격 안정을 위해 수입 제한을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유입되기도 하였으나, 중국 당국은 즉시 자국 내 생산 확대를 장려하며 석탄 가격을 진정시키고 있다. 이는 향후 중국향 석탄 수입량 증가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코로나19 확산 통제를 위해 국가 봉쇄(Lock-down)에 돌입했던 인디아와 남아공이 5월부터 봉쇄를 완화하고 산업활동 재개에 돌입했다. 이에 2개월 여 이어진 봉쇄 기간 중 미뤄왔던 석탄의 교역도 재개되어 6월 경에는 남아공산 석탄이 제법 활발하게 수출되었다. 때마침 경제활동을 재개한 인디아도 몬순 시즌 이전 석탄 재고 구축을 남아공산 위주로 진행하며 인도양 수역 내 석탄 교역은 인도네시아 및 호주산 석탄의 상대적 부진을 상쇄하며 건화물선 시황을 지지했다.
그러나 봉쇄 해제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봉쇄 기간 중 지연된 석탄 교역이 풍선 효과를 나타내며 봉쇄 완화 후 물동량이 증가하였으나, 전반적인 석탄 수요 부진으로 인해 석탄 교역이 지속 확대되지는 못했다. 이에 더해 인디아와 남아공이 경제 활동을 재개하자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로 전환돼 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인디아가 본격적인 몬순 시즌에 접어들며 석탄 수입 수요가 감소한 점도 석탄 물동량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봉쇄 완화 후 나타난 인도양 내 석탄 물동량 회복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친 것으로 판단되며, 인디아의 몬순이 종료되는 3분기 말에나 계절적 회복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상기 요인들 외에도, 전 세계 철강 생산량 감소에 따른 원료탄 교역 부진, 미⋅중 갈등 심화에서 파생된 중국과 호주 간의 갈등 등도 석탄의 해상물동량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석탄 교역의 위축에 따라 국제 석탄 가격은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산 저열량탄 가격은 채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하락해 생산량 감축까지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 경기가 회복되고 에너지 수요가 반등하면 석탄 교역도 자연스레 정상화 되겠지만, 아직 그 시기를 판단하기에는 넘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매년 7월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곡물이 수확되며 흑해 인근의 운임시장을 견인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흑해 곡물 시즌이 도래하며 대서양의 건화물선 시황에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USDA는 러시아의 올 시즌 소맥 수출량을 전 시즌 대비 약 150만톤 증가한 3,600만톤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신곡 수확이 전 시즌 대비 다소 느리게 진행되며 본격적인 수출은 8월 이후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6/17 시즌 이후 3년 연속 최악의 흉작을 기록한 호주의 소맥 생산량이 올 시즌에는 평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호주의 소맥 수출부진이 이어진 최근 3년간 호주의 주요 수출 시장을 잠식한 바 있다. 호주산 소맥이 다시 수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경우 러시아산과의 판매 경쟁이 불가피하므로, 러시아는 호주산 소맥이 시장에 본격 출하되는 12월 이전에 최대한 판매를 집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정부는 시즌 상반기인 오는 12월까지는 자국산 곡물에 대한 수출 쿼터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하여 곡물의 조기 판매를 독려하고 있다.
위와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올 하반기 국제 소맥 해상물동량은 러시아 중심으로 전개되겠으나, 올 연말 및 내년 상반기에는 러시아산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오랜만에 호주산 소맥이 물동량을 주도하는 패턴이 전망된다. 미국과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 다른 소맥 수출국들은 평년 수준의 수출량을 기록할 것으로 USDA는 전망하고 있다.

옥수수의 경우, 올 상반기 의외의 선전을 펼쳤던 미국산의 수출이 서서히 감소하는 동시에 브라질산 이모작 옥수수가 시장에 본격 출하되고 있다. 코로나19 발병 초기에는 국제 유가 폭락의 영향으로 미국내 에탄올 수요가 급감하며 옥수수 수출 가용물량이 증가한 바 있다. 그러나 OPEC+등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량 감축이 6월 경 효과를 나타내며 국제유가의 바닥없는 하락세가 종료 되고, 미국 내 에탄올 공장의 가동률도 회복세를 나타내며 미국의 옥수수 수출은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브라질은 대두의 수출이 마무리 되어가며 옥수수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브라질이 대두 수출에 집중하던 지난 4~5월에는 옥수수 수출량이 월간 10만톤에 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6월에는 40만톤 수준으로 증가하였고, 현재까지의 항만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정해보면 7월 수출량은 약 5백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옥수수 해상 물동량은 미국산이 수확되는 4분기 까지는 브라질산과 우크라이나산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브라질 국영 농업회사 Conab은 올 시즌 브라질산 옥수수 수출량이 전 시즌 대비 약 650만톤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USDA는 380만톤 감소 전망). 이모작 옥수수 재배 후반에 발생한 가뭄 피해에 따른 생산량 감소가 주원인이다. 수출 초기 물량이 집중된 7월에는 전년 동기의 수출량을 상회할 것으로 보이나, 이후에도 견조한 물동량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올 4분기 미국산 옥수수의 작황이 예상보다 부진할 경우 브라질산 옥수수 수출량이 증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으나, 미국산 옥수수 작황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올 상반기 파나막스 이하 중형선 시장의 주요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던 브라질의 대두 수출은 4월을 고점으로 서서히 감소하고 있다. 사상 최대 기록을 갱신한 생산량과 헤알화 약세 효과,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중국의 브라질산 쏠림 현상 등이 브라질산 대두의 수출을 촉진하였다. 그러나 헤알화 약세 현상이 둔화되고
조기 대량 수출로 인해 수출 가용 물량이 소진되며 브라질산 대두 수출도 차츰 둔화되는 모습이다.

올 시즌 수확한 브라질산 대두의 90% 이상이 이미 판매 완료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세계 최대의 대두 수입국인 중국은 미국산 대두의 구매를 타진하고 있다. 미⋅중 갈등이 무역 분쟁을 넘어 홍콩 보안법, 주미 중국 영사관 폐쇄 등 정치적인 이슈로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미국산 대두 구매를 소량이나마 이어가고 있다. 브라질로부터 조달이 가능한 물량은 이미 대부분 확보, 미국산 대두를 구매하지 않고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이 호주와 갈등을 일으키며 호주산 석탄과 곡물에 대해서는 수입 제한 조치를 실시하면서도, 자국 내 수요 충족에 필수적인 호주산 철광석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한을 실시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중국 내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통제 단계로 접어들며 사료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점도 중국이 미국산 대두 구매를 중단할 수 없는 중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산 대두 구매를 의도적으로 확대할 만한 이유는 그리 많지 않다. 브라질산 대두를 우선적으로 최대한 조달하고, 그 부족분을 미국에서 구매하는 패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USDA는 최근 보고서에서 브라질의 올 시즌 대두 수출량을 8,900만톤으로 전망, 기존 전망치 대비 600만톤 상향 조정하였다. 하지만 브라질이 2019/20시즌 6월까지 수출한 대두는 이미 7,752만톤을 기록 중이다. USDA가 전망한 8,900만톤 수출이 현실화될 경우 올 시즌 잔여 3개월(7~9월) 간 월 평균 수출량은 약 383만톤으로 급감하게 된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월 평균 수출량 대비 약 200만톤 낮은 수준으로, 올 시즌 브라질산 대두의 해상물동량 효과는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이석주 팀장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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