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책 “해운산업 깊이읽기” 소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로스쿨)

2019년 안식학기를 6개월 가지게 되었다. 전공을 살려서 해운산업을 제대로 깊이 알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해운선진국인 일본의 도쿄대학에 6개월 방문교수 자격으로 출국했다. 나의 관심사는 일본의 해운산업은 어떻게 안정적으로 운영되는지 그 비결은 무언가를 찾아 이를 우리나라 해운산업에 반영해보는 것에 있었다.

 
일본은 원양상선이 3000척 정도가 있다. 그 중에서 1/3인 1000척은 순수한 선주사가 소유하는 선박이다. 선박을 대여해주고 임차료(용선료)로 수입을 올리는 것이다. 일본 시고꾸의 인구 5만명 정도의 이마바리(今治)라는 곳에 100여명의 선주가 있고 이들이 소유하는 원양상선이 500척이나 된다. 이들은 선박을 건조할 때 자기 부담을 30%, 은행대출을 70%한다. 그리고 이자율은 1-2%이다. NYK와 같은 튼튼한 정기선사가 10년동안 선박을 빌려줄 것을 주문하면 이를 바탕으로 선주사는 은행에 가서 대출금을 갚을 계획을 제시하고 자금을 빌려서 선박건조에 들어간다. 대출금을 갚은 임차료를 제공하는 정기선사가 워낙 튼튼하니 이자율도 더 낮아진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선박회사는 자기자본은 10%, 은행대출을 90%까지 받는다. 그리고 이자율도 6-7%대이다. 일본 선주와 비교하여 높은 대출금과 높은 이자율을 부담한다. 금융부분에서 구조적으로 허약한 체질상 우리 해운은 불경기가 왔을 때 쉽게 무너져서 회생절차에 들어가고 만다. 2007년 이후 한국해운 매출규모로 3-4위였던 해운선사를 포함하여 10여개 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급기야 한진해운은 파산이 되었다. 반면, 일본은 전혀 흔들림없이 어려움을 잘 헤쳐나왔다. 일본 해운이 튼튼한 이유가 선박금융구조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선주사를 육성하고 이자율을 낮추는 선박금융구조 변경이 있어야한다.

16세기부터 시작된 대항해시대에 유럽에서 오는 범선이 남중국해를 지나면 해류가 자연스럽게 그를 일본의 남부인 규슈에 도달하게 한다. 그 덕택으로 일본은 16세기부터 서양과 접촉하게 된다. 그래서 1592년 임진왜란 때 조총을 사용했다. 규슈를 중심으로 난학이 번성하기 시작하였고 신문물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집결된 상태에서 메이지 유신이 일어나 일본은 산업화되고 서구화된다. 이 과정에서 신문물은 모두 바다를 통해서 왔다. 서양을 배우기 위한 대규모의 유럽시찰과 유학도 선박을 통해서 했다. 1857년 일본 상선을 몰고 태평양을 처음으로 건넌 선장은 일본에서 지금도 영웅시되고 있다. 이런 역사적 배경하에서 일본사람들은 해운과 바다를 아주 중하고 고맙게 생각하는 전통이 자리잡은 것으로 판단되었다. 나는 그러면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떤가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는 장보고 대사와 이순신 장군만 알 뿐이다. 두 분의 역할이 워낙 크다. 그렇지만 구한말이나 해방이후 근대화과정에서 해운의 역할이 눈에 띄지 않는다. 19세기 말의 개화기에 우리나라는 쇄국정책을 펴서 신문물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개화는 외세의 힘에 의한 것이라서 국민으로부터 선박을 통한 신문물의 유입이 크게 긍정적으로 평가받지 못한다. 최근 해운은 허베이 스피리트 오염사고, 세월호 사고, 한진해운의 파산에 이르기 까지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만 만들어주었다.

이러한 해운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여 긍정적인 것으로 바꾸어 가야한다. 국민적인 지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2016년 한진해운 사태에서 경험하게 되었다. 마침 대한항공에 대한 국민적인 부정적 시각이 높았던 시절이었다. 정책당국자들도 같은 부정적인 여론에 영향을 받아 계열사인 한진해운을 살리자는 선택을 쉽게 할 수 없었을 것으로 사료되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통일신라시대에 우리는 이미 해운과 해군을 담당하던 선부(船府)라는 중앙관청이 있었다. 문무왕은 내가 죽으면 동해바다에 묻어달라고 했고 수중왕릉인 대왕암이 만들어졌다. 일본이 통일신라의 가장 큰 적이 될 것으로 문무왕은 예상했다. 그래서 자신의 무덤을 동해바다에 만들어두어 후손들이 일본을 경계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바다를 중시했던 통일신라의 역사적 사실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런 해양문화를 발굴하고 홍보하자

외국에 나가면 모두 애국심이 쏟아난다. 나는 이미 50년 이상을 해운에 천착한 사람이다보니 일반인들보다 더 해운에 대한 애국심이 강한 것은 당연지사이다. 마침 최진석 교수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이라는 책속에서 우리나라의 선진화에 대한 글을 읽었다. 그로부터 영감을 받아 “한국해운선진화”를 위한 고민을 했다. “해운산업은 위험한 산업이다”, “해운산업은 조선산업과 반대방향이다”는 등 8가지의 고정관념의 틀을 뛰어 넘고 우리 해운은 선진화의 길로 가야된다고 나는 강조하고 있다.

우리 해운은 다시 한번 국정의 중심, 산업의 중심에 서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운인 각자는 자신이 속한 다양한 분야에서 명품이고 일류로서 행동해야한다. 운송인으로 화주에 대하여도 일류 서비스 나아가 명품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 자신이 운송을 약속한 화물을 외국항구에 내팽겨치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학자로서 나는 내가 제공하는 해운관련 서적은 최고의 품질을 담아내야 한다. 그래야 나부터 일류로 평가받을 것이고, 이런 우리 해운인들의 노력이 하나씩 쌓이면 우리 해운산업은 수년 내에 산업의 중심된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단행본은 이런 마음가짐으로 만들었다.

내가 연구한 내용이 가볍게 쉽게 그리고 빠르게 전달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200페이지 내외의 단행본을 기획했다. 얇지만 그러나 깊이있는 해운산업이야기가 되도록 꾸며보았다. 이러한 내용과 기획을 가진 “김인현 교수의 해운산업깊이읽기”가 해운물류산업 종사자는 물론이고 일반대중에게도 널리 읽히기를 희망한다. 이 책이 전문가들에게는 우리 해운산업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고, 국민들에게는 해운산업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도록 해주었으면 한다. (법문사, 2020.7.15.) (2020.7.31.)

cf. 2019년 일본 해상법 개정내용이 들어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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