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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행정명령 비용은 손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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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8.31  20:4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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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 7. 9 선고 2017다56455 판결 [손해배상(기)]

재판경과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7다56455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7. 10. 27 선고 2015나26872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8. 21 선고 2012가합32190 판결

전 문
원고, 피상고인 1. 주식회사 한×
원고, 상고인 2. ♡♡♡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3. 한◇◇◇조합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병석 외 3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쩡◈ 쉽핑 그룹 리미티드 (Z◑□ng H▽ng Shipping Group Limited)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해 담당변호사 서영화 외 4인
원 심 판 결 서울고등법원 2017. 10. 27. 선고 2015나26872 판결
판 결 선 고 2020. 7. 9.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 주식회사 한×의 선체 인양 비용 상당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 ♡♡♡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한◇◇◇조합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원고 ♡♡♡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한◇◇◇조합과 피고 사이에 생긴 상고비용은 원고 ♡♡♡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한◇◇◇조합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 ♡♡♡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한◇◇◇조합의 상고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선박이 충돌 사고로 침몰한 데 대하여 피고가 그 책임비율에 따라 이 사건 선박의 가액에 상당하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였다. 이어서 이 사건 선박의 가액을 산정하면서, 선체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가액, 선가감정보고서 및 원심 감정인의 감정결과를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모두 배척하고, 이 사건 선박의 도입가격에 개조공사비 등을 더한 취득 당시의 가액을 기초로 감가상각한 회계장부상 가액을 기준으로 하여 이 사건 선박의 가액을 산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이 사건 선박의 가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피고의 상고에 대하여
가. 불법행위를 이유로 배상하여야 할 손해는 현실로 입은 확실한 손해에 한하므로, 가해자가 행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제3자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게 된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그 채무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채무의 부담이 현실적ㆍ확정적이어서 실제로 변제하여야 할 성질의 것이어야 하고,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2. 11. 27. 선고 92다29948 판결 및 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6다217833 판결 등 참조). 가해자가 행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어떤 행정처분이 부과되고 확정되었다면 그 행정처분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어 무효로 되지 아니한 이상 행정처분의 당사자인 피해자는 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행정처분의 이행에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행정처분 당시에 그 비용 상당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행정처분이 있은 이후 행정처분을 이행하기 어려운 장애사유가 있어 오랫동안 이행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해당 행정관청에서도 이러한 사정을 참작하여 그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불이행된 상태를 방치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손해가 현실화되었다고 인정하는 데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경우에 행정처분의 이행에 따른 비용 상당의 손해가 현실적ㆍ확정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기 위해서는 행정처분 당시의 자료와 사실심 변론종결 시점까지 제출된 모든 자료를 종합하여 행정처분의 존재뿐만 아니라 그 행정처분의 이행가능성과 이행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특히 당사자에게 부과된 행정처분을 이행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고, 설령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막대한 비용이 예상되어 실현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며, 행정처분 발령 당시와 달리 사실심 변론종결 시점에는 그 행정처분의 이행을 강행하여야 할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의 예외적인 상황이 존재하고, 실제로 행정관청에서 장기간 행정처분이 불이행되고 있음에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반사정에 비추어 볼 때 부과된 행정처분이 취소나 철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경우라면, 행정처분을 받은 당사자가 가까운 장래에 그 행정처분을 이행할 개연성을 인정하기 부족하여 이행에 따른 비용 상당의 손해가 확정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서 위와 같은 손해의 발생 사실은 행정처분을 받은 당사자인 피해자가 이를 증명하여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 주식회사 한×(이하 '원고 한×'라고 한다) 소유의 이 사건 선박이 2010. 4. 21. 침몰한 후 여수해양경찰서장은 2010. 8. 24. 구 해상교통안전법(2011. 6. 15. 법률 제10801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라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구난명령을 하였고, 여수시장은 2014. 4. 3. 구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2015. 2. 3. 법률 제131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라 이 사건 선박에 대한 제거명령을 하였으나, 그 후 수년간 그 이행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행정대집행이나 그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행정관청의 조치도 없었다.
(2) 해양사고 조사기관들이 이 사건 사고 현장을 조사한 각 보고서에서 아래와 같은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가) 이 사건 선박은 수심 90미터의 해저 모래에 파묻힌 상태로 침몰되어 있고 이 사건 선박이 침몰한 수심으로부터 여유 수심이 최소 50미터 이상 남아 있으므로 다른 선박의 항행 안전에 위험을 줄 우려가 없다.
(나) 이 사건 선박의 침몰 이후 선박으로부터의 유류나 아스팔트 화물의 누출 흔적이 없고, 해저의 온도를 고려할 때 연료유와 아스팔트는 선체 내에 점성화 또는 고형화되어 안정적으로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이며, 디젤유는 침몰 직후 해수 등에 흩어지고 증발하여 현재 남아있지 않을 것으로 보이므로 오염물의 유출 등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발생시킬 우려도 없다.
(다) 이처럼 장기간 해저에 파묻혀 있는 선박을 인양할 경우 상당한 부하가 가해지게 되어 선체가 부서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하여 내부에 안정적으로 고착되어 있던 유류나 아스팔트가 해저에 비산되어 추가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라) 이 사건 선박이 침몰한 지점의 해류가 거세고 가시성이 매우 떨어지며 깊은 수심에서의 인양 작업에는 고도화된 잠수기법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선박의 인양을 시도할 경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선박이 부서질 위험이 있는 등 이 사건 선박을 인양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반면, 이 사건 선박 침몰 지점과 유사한 깊이의 해저에서 실제로 선박이 인양된 사례도 거의 없어 인양에 필요한 비용이나 위험의 정도가 상당히 높지만 이를 실제로 산정하는 것도 사실상 쉽지 않다.
(3) 원고 한×는 원심 변론종결 시점까지 이 사건 선박을 제거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구난명령과 제거명령은 이 사건 선박의 충돌 사고 발생 당시 선박 항행 안전상의 위험과 환경오염 발생의 우려 때문에 각 발령되었으나, 이 사건 선박이 수심 90미터의 해저 모래에 파묻힌 상태로 침몰해 있었기 때문에 각 행정명령의 이행이 장기간 이루어지기 어려웠고, 행정관청에서도 그 불이행에 대하여 오랫동안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아니하였다. 이는 각 행정명령에 따라 침몰된 이 사건 선박을 제거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상당히 어렵고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하여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볼 수 있거나, 각 행정명령의 발령을 필요로 하였던 위험요소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하여 행정명령이 취소 또는 철회될 여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심 변론종결 시점까지 각 행정명령을 이행하기 위한 선박 인양계획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각 행정명령이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 한×가 가까운 장래에 이를 이행할 것으로 보고 그 이행에 따른 비용의 지출이라는 손해의 결과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선박의 제거에 따른 손해가 현실적ㆍ확정적으로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구난명령과 제거명령이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여부와 관계 법령상 요건과 관련하여 여전히 그 이행의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 및 나아가 각 행정명령이 장기간 불이행되고 있음에도 행정관청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현 상황을 방치하고 있는 사정이나 행정명령의 철회 또는 취소가능성 등을 면밀히 살펴보아 가까운 장래에 행정명령의 이행에 따라 이 사건 선박의 제거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지에 관하여 심리해 보았어야 한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에 관하여 심리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구난명령 및 제거명령이 그 효력을 유지하고 있고, 이 사건 선박의 인양이 어렵고 환경오염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보고서들의 기재만으로는 위 각 명령을 당연무효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원고 한×에 여전히 위 각 명령에 따른 선박제거의무가 있으므로 그에 필요한 비용 상당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행정명령의 이행에 따른 손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한×의 선체 인양 비용 상당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 ♡♡♡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한◇◇◇조합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 ♡♡♡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한◇◇◇조합과 피고 사이에 생긴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이동원 주심 대법관 노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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