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대남 편집위원
현재 사상 최악의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민 19%가 중증도 이상의 불안 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나고 소위 '코로나 블루' 현상을 겪은 사람도 50%에 이른다는 한 설문조사 결과가 최근 보도된 바 있었다. 질병의 유행이나 사회적 재난 상황하에서 발생하기 쉬운 우울증 확산은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인데 우선 가까운 기억으로, 질병의 경우는 2009년 신종 플루와 2015년 메르스 유행 및 현재의 코로나19 위기, 그리고 경제적 혼란으로는 1998년 IMF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 대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생각나고 그럴 때마다 사회 및 생활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인간의 정신과 신체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라 범 국민적 정신무장이 무엇 보다 급선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같은 위기는 안정을 되찾고도 그 상흔이 공포증이나 우울증 내지는 정신적 장애 현상으로 남아 심각한 고위험 우울증으로 발전하여 자살율을 크게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고도 한다. 불면증이나 식욕 저하, 주의 집중력 저하, 무가치함과 부정적 생각의 만연 등에 더하여 장기간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행사나 모임 참석이나 친목 교류의 불가 등으로 받는 스트레스의 축적이 낳는 자괴감과 고립감 치유에 대한 시급한 대책 수립과 이의 효율적 시행이 시급한 사회문제로 대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지금과 같은 질병 공포가 장기간 지속되어 뜻밖의사회적 우울증이란 징후군이 만연되어 국력을 저하시키고 정신공황이란 엄청난 사회적 혼돈 상태를 야기하여 발단은 다양하지만 극단적 행위가 빈발하는 경우의 예방을 위해 국가 차원의 국민정신건강 복지 문제를 정책 우선 순위에 둘 것을 강조한다. 아울러 반면교육의 타산지석 삼아 이같은 사례의 발생 예방과 경각심 환기를 위해 필자는 1991년에 제작되어 1993년에 국내에서도 개봉된, 일종의 사회적 무료와 우울증 탈피를 위해 모험을 벌였다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버린 두 여인을 소재로 한 30년 전 영화 '델마와 루이스(Thelma & Louise)'를 참고로 소개한다.

영화사적으로도 큰 반향을 불렀던 이 영화는 무의미한 일상을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려 정처없는 여행길에 올랐다가 뜻밖의 사건 사고에 휘말려 영원이 돌아올 수 없는 죽음의 길을 질주하고야 마는 두 여인의 기상천외한 최후를 다룬 페미니즘적 작품이다. 30년쯤 된 영화라 필자가 근년에 소개해 온 60년이나 70년이 된 작품들과 달리 필자의 뇌리에 생생하게 떠오르는 장면들이 많아서 추석 연휴 여행을 안가고 방콕하면서 명절을 보내는 SNN 독자와 함께 다시 지면으로 감상할 기회를 가져 보람있는 일로 생각되기도 한다.

가정주부인 '델마 디킨슨(지나 데이비스/Geena Davis)'은 순박하나 덜렁대는 성격에 뜨거운 가슴을 가진 착한 여자지만 함께 사는 남편이 평소 자신을 애기취급을 하며 매번 허락을 받아야 외출도 가능한 답답한 현실에 늘 불만투성이다. 레스토랑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루이스 소여(수잔 서랜든/Susan Sarandon)'는 꼼꼼하고 이성적이지만 늘상 숨막히게 식탁들 사이에서만 반복되는 나날이 지겹기만 하다. 그래서 두 여인은 의기투합하여 모처럼 주말에 별장을 빌려 함께 신나는 나들이를 즐기기로 작정하고 한껏 가슴이 설렌다.

그래서 델마는 남편에게 쪽지 한 장만 남기고 출발 전 폴라로이드 사진 한장을 출발 기념으로 찍고는 드디어 고대하던 주말 여행길에 오른다. 그러나 고속도로변 휴게소에 차를 세우면서부터 이들의 여행길은 순탄치가 않고 다시는 정든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운명적 여로에 오르게 된다. 남편과 직장으로부터 해방감에 들뜬 이들은 기분이 좋은 나머지 술을 마시고 '할렌 퍼케트'란 첨 본 남자의 다정한 행동에 끌려 함께 춤을 추게되자 델마는 루이스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그 남자와 함께 잠시 바람을 쐬러 나갔다가 갑자기 치한으로 돌변한 사내가 어둔 주차장에서 마구 폭력을 휘두르며 성폭행을 하려든다.

때마침 이를 본 루이스가 권총을 가져와 간신히 델마를 구했으나 치한은 성적인 욕설로 극심한 모욕을 가하게 되고 이에 격분한 루이스는 자신도 모르게 총을 쏴 우발적으로 그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해방감으로 환희에 가득찼던 둘의 여행길은 뜻밖의 살인으로 순식간에 공포와 도주의 외길로 쫓겨 극한 상황을 맞게 된다. 델마와 루이스는 경찰 신고를 포기한 채 응겁결에 멕시코로 도망치기로 뜻을 합한다. 도주에 필요한 돈을 마련키 위해 애인 '지미'에게 부탁하고 송금한 돈을 찾으러 갔다가 직접 찾아온 지미를 만났으나 지금 처한 사정을 알 수 없는 지미로부터의 청혼은 일단 거절한다.

오클라호마의 한 여관으로 가던 중 델마는 남편에게 루이스와 함께 하겠다는 각오를 전하고 이때 우연히 만나 접근하던 젊고 잘 생긴 '제이디(브래드 피트/Brad Pitt)'란 꽃미남 건달 청년에게 반해 몰래 꿈같이 달콤한 하룻밤을 보낸다. 그러나 제이디는 델마 방에 숨겨둔 돈 6천불을 몽땅 갖고 도망치는 바람에 건달에게 몸과 돈을 맞바꾸고 이들은 빈 털털이가 되고 만다. 살인까지 저지르며 방어한 정조를, 불러들인 건달에게 델마의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참히 짓밟히고 마는 처참한 상황을 맞게 되자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어느 가게 카운터에 들어가서 여러 사람을 위협하며 총을 들어대고 강도짓까지 하기에 이른다. 그것도 여성 2인조의 능숙한 강도 솜씨를 보인 것.

자연히 두 사람은 강력범으로 수배되고 추적을 당하게 되나 형사 '할 슬로컴브(하비 키이텔)'만이 두 여자의 어쩔수 없는 사정을 알고 그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는 와중에도 사건은 연속 일어난다. 그녀들이 차를 몰고 도피하는 도중 유조차 트레일러의 운전사가 뒤를 따르며 끊임없이 성적 희롱을 하고 추근댄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고속도로서 유조차와 마주친 루이스는 병행하는 틈을 타서 뭘 원하느냐고 묻자 회심의 미소를 보이며 따라오라는 사인을 보낸다. 운전사는 신이 나서 갓길에 차를 세우고 접근을 해오자 화가 치민 루이스가 묻는다.

"만약 당신의 아내나 딸에게 누가 당신처럼 이렇게 한다면 어떻게 하겠소?" 숱한 세월이 흘렀지만 긴 스토리 가운데 유독 그 장면과 대화만은 지금도 필자의 기억에 분명히 남아있다. 운전사는 대답 대신에 입에 담지 못할 극심한 욕을 마구 해댄다. 머리 끝까지 성이 난 델마가 총을 꺼내 이번에는 트레일러의 바퀴를 쏴 버린다. 이어 기름이 가득한 유조차 탱크를 사정없이 쏘아 폭발시켜 통쾌한 복수를 한다. 폭음과 함께 고속도로를 불바다로 만든후 두 여인은 목적없이 다시 도주의 급 페달을 밟기 시작한다.

​살인죄와 강도죄에 유조차 폭발사고 등 하룻 새 너무나 큰 범행을 연속으로 저질렀으니 경찰에 수배되어 쫓기는 신세가 된 건 물론 설상가상으로 과속으로 순찰 교통경찰에게도 걸린다. 경찰이 루이스의 신분을 조회하려 들자 이판사판으로 다시 총을 꺼내 위협해서 이들을 트렁크에 가둬버린다. 그리고 루이스는 바깥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델마의 집으로 전화를 해서 현지 형사와 통화를 한다. 그 사이 경찰은 위치추적으로 그들이 멕시코로 가는것을 알아내고 만다.

점점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져 옴을 직감한다. 그들은 그랜드캐년의 한 절벽위에서 차를 멈춘다. 드디어 완전히 포위당한 두 여인은 도망을 칠 수가 없다. 델마는 루이스에게 깊고 험한 계곡이 내려다 보이는 절벽을 향해 계속 달리자는 신호를 보낸다. 여자의 범죄라고 무죄는 아니라설까? 델마와 루이스는 손을 꼭 잡고 최후의 입맞춤을 한 뒤 절벽을 향해, 아니 죽음을 향해 더 이상 불사조가 아닌 1966년형 '썬더버드(Thunderbirds)'의 엑셀레이터 페달을 힘껏 밟아 그랜드캐년의 계곡 위를 비상하는 것으로 전설적인 엔딩장면을 영화사에 길이 남기고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다양하다. 가부장적인 델마의 남편, 피터팬 같은 루이스 남친, 여성 성적조롱자 치한 할렌, 서양 제비족(?) 제이디, 정상 참작의 형사, 전문 성희롱꾼 트럭운전사, 감수성 많은교통경찰 등등. 이 영화는 두 여성을 실은 승용차가 행글라이더가 날 듯 가파른 절벽을 넘어 그랜드 캐년의 협곡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최후의 신, 명장면에서 두 여인이 온갖 범죄는 다 저지르고 다니다가 수습이 안되니 "우린 여자라서 당한 피해자“라고 정신승리를 선언하면서 동반자살하는 내용의 패미니즘 영화라는 평가도 받는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도 두 스타가 다퉈 표가 흩어져 결국은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Lamb)'서 열연한 '조디 포스터(Jodie Foster)'가 차지했다.

'프로메태우스'를 만든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32세의 연하남과 열애중이라 화제였던 '수잔 서랜든('46생)'은 '데드맨 워킹'으로 '98년 아카데미여우주연상을 받은 늦깎이 연기파로 필자가 이상형으로 흠모하는 스타이다. '지나 데이비스('56생)'는 2012년 'ABU(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 총회에 ITU(국제전기통신연합) 및 '지나데이비스 미디어연구소" 대표 자격으로 참가해 체한한 바 있었고 '대통령 이야기(Commander in Chief)' 란 작품으로 골든 그로버상을 받은 재원이기도 하다. 끝으로 이 두 여인의 썬더버드와 함께 한 마지막 죽음의 길을 모두가 비극이 아닌 또 다른 자유로운 세계로의 승화된 희망의 비상이란 논평에 필자도 공감한다.

<서대남(徐大男)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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