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해상물동량, 작년 118.6억톤 대비 5.24% 감소 전망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상 물동량은 사상 최악의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됨 . 과거 물동량이 역성장할 때 선박 발주량은 급감했고 조선사들의 주가는 세게 조정 받은 바 있음 . 이에 조선사들 펀더멘털 악화는 예정된 수순임 . 선박 수요 감소로 인한 선가 하락 때문에 수익성 악화 불가피한 것 . 카타르發 대규모 LNG 캐리어 발주도 조선사별로 나누어 보면 실질적으로 매우 큰 효과는 아니라는 것이 SK증권 유승우 애널리스트의 지적이다.

유승우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예상했던 대로 해상 물동량은 사상 최악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고 선박 발주량은 거의 전무하다. 8월 누적 선박 발주량은 812만CGT에 불과하며, 같은 추세로 발주된다면 2020년 발주량이 전년대비 -57.1% 보다도 발주가 안 될 가능성도 보인다. 이는 과거에도 그랬다는 것.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장기 불황 국면이 이어지던 2009년의 해상 물동량은 2008년의 86.2억톤 대비 -4.12%가 하락해 82.65억톤을 기록했다. 또 확실히 물동량 감소는 조선업계에 쥐약이었다. 2008년 9월 15일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하기 전부터 금융 경색 불안감 등으로 선박 발주량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2009년 선박 발주량은 전년대비 -68.4% 하락한 1,756만CGT 에 불과했다. 자연스럽게 세계 조선업계 1위를 수성 중이던 대한민국 조선사들의 주가도 세게 조정 받았다. 더 암울했던 것은, 낙폭을 회복하는 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는 점이다. 그것이 해상 물동량이든, 주가가 되었든 말이다. 사실상 2010년이 다 되어서야 물동량은 회복되기 시작했으며 조선사 주가도 2010년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회복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로 인한 불경기가 언제쯤 회복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만큼, 해상 물동량의 회복도 언제쯤부터 가능할 지는 알 수 없다. 심지어 현재 Clarksons Research가 전망하는 2020년의 해상 물동량은 2019년의 118.6억톤 대비 -5.24% 감소한 112.4 억톤을 전망하고 있다. 집계 이래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는 것이다. 낙폭이 큰 만큼 불황도 리먼 브라더스 사태보다 길어질지 모를 일이다.

자연스럽게 2020년 조선 섹터 기업들의 펀더멘털은 하반기로 갈수록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조선사들의 펀더멘털을 점검할 때 항상 분석하는 공사손실충당금 설정 비율과 선가 추이를 보면, 올해 1분기 까지는 선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1분기에 한국조선해양은 공사손실 충당금 환입액만 403억원에 달하며 충당금 설정 비율이 -2.7%를 기록했다. 평균 환율이 작년 4분기 1,175.6원/$에서 1,194원/$로 분기대비 +1.6% 상승한 효과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환율이 높게 유지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신조선가 자체가 하락해 버린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선종별로 8월까지의 월간 신조선가 추이를 보니 4 월부터 신조선가가 VLCC(초대형 유조선)와 벌커 위주로 빠르게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벌커는 사실 대한민국 조선사가 수주하는 선종이 아니기 때문에 논외로 치더라도 VLCC의 선가 급락세는 상당히 유감스럽다. 컨테이너선도 4월부터 소폭의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고 LNG선박 정도만 버티고 있다. 이렇게 선가가 빠르게 하락한다면 공사손실충당금을 다시 쌓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니나다를까 올해 2분기에 충당금 설정 비율은 -0.9%로 1분기 대비 상승했다. 앞으로 더 오르지 않을까?

대한민국 조선사들의 수주잔고를 봐도 지난 2년 동안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약진으로 버텨왔지만 지속해서 얇아지기만 하는 대우조선해양 때문에 3사 합산 기준 수주잔고는 오를 기미가 잘 보이지 않았다.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LNG선박과 VLCC 수주를 어느 정도 해와 준 덕분에 그나마 신조선가도 2019년에 버틸 수 있었던 것인데 물동량이 줄어들어 버리면 신조선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혹시 카타르에서 LNG 캐리어를 대규모로 발주한 것과 관련해 조선을 긍정적으로 바라볼만한 것이 아닌지 고민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 주가 부양 효과에 그친 것이 전부다. LNG 업황이 최악이기 때문이다.
현재 아시아 역내에서 거래되는 LNG 10월물 스팟 가격은 9월 셋째 주 기준 $4.6/mmbtu이다. LNG가 스팟으로 거래되기 시작한 이래로 역대 최저 수준의 가격인 $1.85/mmbtu 기록했던 4월 다섯째 주 이후 갑자기 상승했다. 8월 한달간 50%나 상승했는데 이것은 아주 일시적인 현상이다.
Chevron이 운영하는 호주 Gorgon LNG가 유지보수 기간이 길어지며 일시적 공급차질을 빚었으며, 8월 마지막 주에는 미국 텍사스주, 루이지애나주에 허리케인 ‘로라’가 상륙하며 Sabine Pass 등 주요 수출 터미널이 셧다운됐다. 이는 조만간 해소될 부분임을 감안하면 역대 최악의 LNG 업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부분은 미국 Henry Hub 가격과 비교해보면 더 자명하다. 9월 셋째 주 기준 Henry Hub 가격은 $1.99/mmbtu이다. 8월 말부터 LNG선 운임이 급등하며 LNG 가격과 Henry Hub 가격의 차이가 벌어진 것이지, 그 이전 수준을 보면 거의 동일했다. 만약 미국에서 유입된 LNG 가 거래되는 것이라면 해당 물량 트레이더들은 아주 얇은 이익만 가져가는 상황인 것이다. 천연가스를 액화하고 선박에 실어 아시아까지 가져오는 데 드는 제반 비용이 있을 텐데 천연가스와 LNG 의 가격이 차이가 없다면 LNG 생산업체들은 누구도 생산하려 들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즉, LNG 공급 차질 이슈가 해소되면 LNG 업황은 사상 최악으로 치달았다고 봐야 한다는 것. 전 세계적으로 LNG의 과잉 공급과 수요 부진이 겹쳐있기 때문에 올 겨울이 유난히 추워 난방 수요가 이례적으로 급등하지 않는 한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카타르 발주 소식 자체도 당장 조선 3사에게 엄청난 호재가 되는 이야기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최악의 업황 속에서 카타르가 이례적으로 23.6조원 수준(100 여척)의 대규모 발주 소식을 전해준 것은 가뭄의 단비와 같은 효과로 느껴지는 것은 맞다. 그러나 아직 슬롯 예약에 불과하며 확정 발주가 아니다. 실제 발주량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또 기간도 아쉽다. 카타르는 LNG 생산량을 기존 7,700 만톤에서 2027년까지 1억 2,600만톤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보유 LNG선을 74척에서 190척으로 늘린다는 것인데, 기간이 무려 2027년까지다. 앞으로 5~7년간 나눠 발주하게 되며 그것도 조선 3사가 함께 수주하는 것이다. 조선 3사가 균등 수주한다고 가정하고 계
산해보면 이번 카타르 발주 물량에서 각사별 연간 수주량은 1.12조원~1.57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2020년 8월 말 누계 기준 각 사별 조선 부문 수주는 한국조선해양 42억달러, 삼성중공업 7억달러, 대우조선해양 15.3억달러로 부진하다. 위 계산한 연간 분할 수주량을 1.57조원으로 가정하고 합산해도 2020년 수주 목표 대비 달성률은 한국조선해양이 34.5%, 삼성중공업은 23.6%, 대우조선해양은 39%다. 하반기 불황이 확실하기 때문에 연간 수주 목표 달성에 빨간 불이 켜진 상황으로 봐야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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