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들 추가비용 부담 매우 커질 전망에 우려

▲ 유럽의회 건물. 사진 출처:https://www.rfa.org/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양종서 선임연구원은 “EU의회의 해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및 시사점”제하의 보고서를 발표해 관심이 모아졌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16일 EU의회는 해운업을 온실가스(GHG) 배출권 거래제(ETS)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Global Data Collection System for Ship Fuel Oil Consumption Data"의 수정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오는 2022년 1월부터 거래제 시행을 규정하고 있으며 EU 회원국이 관할하는 해역(European Economic Area : EEA)의 모든 항만에 기항하는 5,000GT이상의 선박들이 대상이다.
EEA내의 역내 항행 뿐 아니라 EEA 외부에 출발이나 도착항이 있는 역외 항행 역시 거래제의 대상이다.

동 수정안은 추가적인 해상오염 방지 계획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수정안의 Article 22a에 다음의 내용이 포함된다.
위원회는 2022년 12월 31일까지 동 조치의 경과와 다른 규제의 경험을 바탕으로 검토후 대기오염과 스크러버 등에서 배출되는 오염수의 저감 방안 뿐 아니라 CO2 외의 다른 온실가스에 대한 저감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또 동 조치를 400~5,000GT이하급 선박까지 확대 적용토록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단순히 이산화탄소에 그치지 않고 최근 IMO SOx 규제의 시행과 함께 논란이 되고있는 스크러버의 오염수 문제 등 포괄적인 해상환경 규제 방안를 강구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동 규제의 구체적 방안은 향후 회원국과의 협상을 거쳐 확정한다는 것이다. 동 규제의 허용 기준, 배출권 구매 의무 산정 기준 등 구체적인 사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EU의회는 이러한 구체안은 회원국들과의 협상을 거쳐 법제화된다고 밝혔다.

EU는 강력한 온실가스 억제 정책을 독자적으로 시행해 왔다.
EU는 2018년부터 EU 회원국의 관할하에 있는 해역을 항행하는 5,000GT이상의 모든 선박에 대해 MRV(monitoring, reporting, verification) 조치를 강제했다.
MRV는 대상 선박에 대하여 연료사용량, 운항거리와 시간, 운송업무량,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에 대한 항해 데이터를 EU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환경규제를 위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 분석하는 조치이다.
금번 EU의회가 통과시킨 “Global Data Collection System for Ship Fuel Oil Consumption Data"의 원안에 MRV가 규정돼 있다.
이는 IMO-DCS(data collection system)와 유사한 조치이나 EU는 동 조치를 IMO(국제해사기구)보다 1년 앞서 별개로 실행했고 그 결과를 선박의 실명으로 공개하는 등 보다 강력한 조치를 시행했다.
선박의 실명과 관련 데이터를 공개함으로써 영업기밀로 취급됐던 연비 등이 선박별로 드러나게 돼 중고선 시장이나 용선시장에서의 해당 선박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는 큰 파급효과가 있으며, 노후선의 교체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데이터의 공개만으로도 매우 큰 파급력이 예상되지만 금번 배출권 거래제도 IMO보다 앞서 시행하며 선박시장의 빠른 개선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IMO의 기존 3단계 전략 중 1단계인 데이터의 수집은 2019~2021년으로 예정돼 있고 IMO는 2019년부터 데이터 수집을 위한 IMO-DCS를 시행 중에 있다.
이후 IMO에서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MBM(시장기반조치 : market based measure) 후보 중 하나인 배출권 거래제는 빨라도 2023년 이후에나 도입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비해 EU가 본 제도를 선제적으로 도입함으로써 IMO의 스케줄에 맞춰 준비하던 선주들에게 전략적으로 보다 빠른 행보를 요구하고 있다.

금번 수정안의 목적은 실질적인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있다.
EU 의회의 금번 배출권 거래제 안은 시장에 간접적인 파급효과는 있으나 실질적 온실가스 배출 저감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MRV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목적이다.
기존 데이터 수집과 공개에 그쳤던 MRV 조치를 구축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배출권 거래제 시행으로까지 확대하는 선박들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유도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이다.

한편 해운사들의 추가비용 부담이 매우 커질 전망이다. 아직까지 규제안의 내용은 구체화된 것이 없으므로 선박이 부담할 추가비용에 대해 현재로서는 추정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EU 항구에 기항하는 선사들은 무거운 비용부담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국제 독립탱커 선주들의 연합체인 인터탱코는 선사들의 부담이 연 35억유로 수준이 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비용부담은 궁극적으로 저효율 노후선의 퇴출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금년부터 시행된 IMO SOx 규제는 가격이 높은 저유황유의 사용으로 인한 연료비용 증가로 노후선 조기폐선을 유도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유가 하락으로 인한 낮은 연료가격으로 효과가 나타나지 못했다.
하지만 유가는 코로나사태로부터 세계 경제가 회복될 시 다시 상승할 것이며 시장에서의 SOx 규제 효과는 지연되었을 뿐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료가격이 재상승하는 시기와 유럽의 배출권 거래제 시행시기가 맞물린다면 연료비용 증가에 추가적인 배출권 비용까지 더해 노후선의 경쟁력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유럽 기항 선박들은 단기적으로 이에 대비한 선박투자에 임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2022년 배출권 거래제 시행과 함께 세계적으로 노후선 조기폐선이 증가할 전망이다.

2023년으로 예상되는 EEXI 규제 역시 이러한 효과를 증폭시킬 전망이다. EEXI(energy efficiency existing ship index)는 현존선의 에너지효율성 지수로서 IMO-DCS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토대로 선박마다 계산돼 규제의 지표로 사용할 수 있다.

EEXI 규제는 선박의 효율성 지수가 강화된 규제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연료 변경, 개조, 운항속도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이러한 조치로도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폐선 및 선박교체까지 강제할 수 있다.
시행 당시의 강화된 온실가스 관련 해상환경규제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친환경 고효율기술이 거의 적용되지 않았던 2000년대 호황기 물량과 EEDI 규제 초기 즉, 2013~2019년까지 발주 선박들까지도 규제대상이 될 전망이다.
최신 선박일수록 작은 수준의 속도제한이 부과되는 정도에 그칠 수 있으나 노후선의 경우 5~60%의 속도제한까지 부과될 수 있어 정상적 영업이 어려울 수도 있다.
특히, 호황기에 중국에서 건조된 많은 선박들의 경우 특정 조치로 규제를 충족하기 어려운 경우들도 많을 것으로 예상되어 폐선 물량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IMO는 2020년 봄 MEPC 75차 회의를 통해 동 규제를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사태로 연기돼 10월 중 온라인 개최가 유력하며, 해사기관들은 동 회의에서 EEXI규제가 확정되어 2023년 시행이 유력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2020년 SOx 규제에 이어 2022년 유럽 배출권 거래제, 2023년 EEXI까지 시행될 경우 특히, 유럽 기항 노후선들은 SOx 규제에 의한 연료비용 증가, 배출권 거래비용 부담에 속도제한 등의 조치까지 3중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단기적인 일련의 조치들은 궁극적으로 노후선의 조기 폐선을 유도하고 이들 중 일부는 신조선 발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잇따른 규제 도입으로 친환경·고효율 기술력이 경쟁력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도 선박의 친환경·고효율 성능은 생존을 좌우할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고연비 품질은 선박의 가격이나 금융조건보다 훨씬 중요한 경쟁요인이 될 것이며 이 때문에 가격과 금융공세에 의존하는 중국의 조선산업 경쟁력이 수년 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국 역시 정부의 지원하에 많은 연구비와 해외기술 도입 등으로 빠른 추격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돼 한국 조선사들의 선도적 노력이 축소될 경우 더욱 큰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LNG연료추진선, 바이오연료, 암모니아 연료 등의 활발한 개발 활성화가 전망된다.
단기적으로는 석유계 연료에 비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30% 적은 LNG 연료추진선이 대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LNG연료추진선은 LNG가격 하락 추세로 석유에 비하여 점차 경제성을 확보하고 있고 각국의 벙커링 투자도 활발하게 추진되는 등 현실적으로 가장 준비된 대안이다.
다만, 메탄슬립 즉, 불완전 연소로 배출되는 메탄이 이산화탄소의 약 40~60배의 온실효과를 가지고 있고 금번 통과된 수정안에서도 이산화탄소 외의 온실가스 저감을 추진할 뜻을 나타내고 있어 이 문제의 해결 여부가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는 바이오 연료와 암모니아 연료 등에 대한 연구개발도 활발해질 전망이며 이들 연료의 대량 생산과 유통 가능성, 엔진 성능 개선 등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단기적인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노후선의 폐선 증가와 교체투자 수요는 코로나 사태로 위축된 조선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는 효율성 측면에서 기술적으로 중국보다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므로 중국의 저가 공세를 극복할 여지가 충분하다.
최근의 수주 부진에도 불구하고 규제효과에 의하여 약 1~2년 내 수주회복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직까지 기술적으로 보완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어 최근의 실적부진으로 악화된 경영환경에서 R&D를 비롯한 어떠한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국내 해운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019년 1월 기준 한국 보유선대의 평균 선령은 14.1년으로 10대 해운국 중 15.3년인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며 일본과는 5.2년의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여건은 다가오는 환경규제의 강화에 매우 불리하며 다른 나라들 보다 더 많은 교체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10여 년간 지속된 해운 불황으로 재무적인 투자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러한 투자수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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