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대남 편집위원

"영문도 모르고 영문과?" 원래 있어온 말인지 모르지만 필자가 영문도 모르고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한 60년 전부터 상투어로 쓰며 유행시켰기 때문에 감히 "내가 만든 말"이라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나중에 알고 보니 무릇 모든 사람들이 자기의 전공에 대해 크게 탐탁치 않게 생각하거나 정해진 소정의 학점을 취득해서 당해 전공과목에 해당하는 학사 학위를 받은 것 외에 크게 자기의 전공에 대해 깊이 있는 학문을 공부했다거나 자부심을 누리기 보다 크게 실망하지 않는 직장에 취업이 됐으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란 것이 필자 평소의 생각이다.
 
내년이면 8순을 맞는 지금까지 전가의 보도처럼 우스개나 자기 변명 삼아 "영문도 모르고 영문과를 나와,경제도 모르며 경제신문 기자를 하고, 해운도 모르며 해운계 한평생"이란 짧은이력서로 살아가는 삶이 별 볼 일 없이 실패한 인생인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기라성 같은 업계 여러 선배들이나 동창 및 이웃과 지인들이 필자더러 "풍채나 인격이나 실력이나 재력이나 어느 것 하나 반반히 내세울 게 없고 그저 술하나 잘 마시는 재주 밖에 없으면서도 항상 웃고 즐기며 사는 네가 참 부럽다"는 찬사(?)를 들으며 살아 온지가 오래기에 "내 인생의 반은 술 마시는데, 나머지 반은 술 깨는데 보내며 산다"는 우스개가  상표다.
 

 

61년 군사혁명으로 대학의 정원이 정비되고 학사규칙이 엄격해져 취업이 하늘에 별따기로 어렵고 특히 인문계를 졸업하면 법학이나 행정학 등의 법정계나 경영학과 경제학과 등 경상계열이 아니면 아예 입사 원서조차 받아주지 않던 60년대 취업의 암흑시대에 그래도 유일하게 대학 졸업장 한장만 내면 응시가 가능한 곳이 바로 신문, 통신, 방송 등의 소위 언론 및 매스컴 분야였기에 주말마다 실시되는 시험에 어디건 간에 입사원서를 내기 위해 명함판 사진 수십장을 만들어 주말 행사로 제출하면 겨우 여나믄명만 뽑는데도 취직 못한 어중이 떠중이들 수만명이 모여 들기에 언론고시라 불렸던 취업난 시절이 회상된다.
 
대개 1차는 필기, 2차는 작문, 3차는 면접, 4차는 자기발표 등 수차에 걸친 관문을 단계별로 통과해야 했고 면접을 거쳐 최종 자기발표 시험장에서는 으레 중점 전공을 발표해야 했다. 영어영문학을 전공했으면 어느 분야를 중점적으로 공부를 했냐고 묻게 마련이었다. 영미시, 영미소설, 영미희곡, 영문법, 문학사, 영문학비평 등을그럴싸하게 늘어 놓아야 하는데 실은 재학중 필수과목이나 선택과목 중 각 학년 학기마다 이수 과목 수강신청을 한 후 실제 강의에 들어가고 보면 쩔쩔매며 한 학기에 겨우 몇 페이지를 공부하고 시험범위를 정해주면 그 범위 안에서만 공부를 하고 학점을 따게 마련이라 사실 영문학이란 거창한 울타리의 접근은  너무나 먼 탓에 그 입구에서 머물게 마련이었다.
 
영문도 모르고 영문과에 와서 입구에서만 머물다 왔지만 입사당락으로 밥벌이와 장래가 달려있는 면접시험장의 최후 관문을 소홀히 할 수 없기에 질문과 동시에 준비한대로 "영미시는 이호근(李澔根), 김동길(金宗吉), 박긍수(朴肯洙) 교수, 영미소설은 조용만(趙容萬), 강봉식(康奉植), 노희엽(盧熙燁), 김용익(金容翊) 교수, 영미희곡은 여석기(呂石基) 교수, 그리고 영문법은 조성식(趙成植), 김진만(金鎭萬) 교수, 영미문학개론과 문학사는 채관석(蔡管錫) 교수등 기라성같은 국내 최고의 영문학계 거두들로부터 열심히 영문학을 익혔으며 제 중점 전공은 영미희곡 분야이고 특히 셰익스피어를 공부했고 그의 4대 비극과 5대희극 등 주요작품 중에서 저는 4대 비극을 중점 공부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봐도 오금이 저리게 너무나 아찔한 건 벼락치기로 겨우 제목만 외워간 4대 비극을 면접관으로 참석한 교수들이 내용이나 문학적 특성을 말해보라고 했더라면 최종 관문에서 엉터리가 탄로나 불합격으로 낙방했을 게 틀림없었을테니까 말이다. 짧은 바지를 입고는 긴 대님을 못 맨다 했거늘, 지금의 여러 대학의 영문학과에서는 어느 범위까지 가르치고 배우는지 모르지만 여하간 60년 전에는 넓고 깊은 영문학이라는 심오한 학문을 제대로 익히기에는, 저마다 공부하기 나름일테지만, 참으로 변죽만 울리고 말아 영문학을 전공했다 하기엔 낯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서당개처럼 풍월로 읊은 얄팍한 그 밑천으로 평생을 밥은 먹고 살았으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지구촌 전체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에서 캐오스적인 종말 현상이 두드러지자 인간 삶의 원리를 밝히고 더 잘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한 학문 즉 인문학 부활의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다. '문(文) 사(史) 철(哲)', 흔히 인문학의 3대 분야로 불리는 문학, 역사, 철학 등 고전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문화적 교양을 발전시켜 삶의 질을 높여 물질의 풍요 보다 정신적 안정과 평화를 누리자는 취지에서다. 14세기에 시작된 르네상스(문예부흥) 운동이 다소 늦게 전파된 영국은 그래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 라는 대문호가 태어나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극작가란 평판을 받고 있다.
 
셰익스피어는 일생 38편에 달하는 수많은 극본을 썼고 비극 장르에서 최고의 걸작으로 '햄릿', '리어왕', '맥베스', '오셀로' 등 4대 비극을 남겼지만  '한여름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 말괄량이 길들이기', '십이야', '헛소동' 등 여러 종류의 희극과 사극으로 '리처드 3세', '헨리4세', 줄리어스 시저' 등을 썼고 그밖에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작품을 통해 그의 문학적 가치는 작품마다의 플롯 속에서 등장 인물들이 겪는 끝없는 마음 속의 갈등과 고뇌, 그런 감정을 낱낱이 풀어내는 보석같은 대사들, 다양한 스토리들의 유기적인 짜임새에 있다고 학자들은 평가한다.
 
필자 역시 60년 전에 놓쳤던 수 많은 영미문학 작품 중에서 특히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들먹이면서도 이를 다시 복습할 기회를 엿보던 터에 때마침 평생을 살면서도 셰익스피어의 4대비극을 접해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고려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최우수 강의 '석탑강의상'을 17회나 수상한 박용남(朴龍男) 교수의 단행본 저서 '난생처음 도전하는 셰익스피어 4대비극' 이란 저서가 출간되어 즉시 이를 사서 읽고 이웃들에게도 제목만이라도 소개하며 일독을 권한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question!)'을 비롯,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로다(Frailty, thy name is woman!)', '사랑은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  그래서 날개 달린 사랑의 천사 큐피드는 장님으로 그려져 있는거야(Love looks not with the eyes, but with the mind. And therefore is wing'd Cupid painted blind)' 등이 우선 떠오른다.
 
영국 비평가 토마스 칼라일(Thomas Carlyle)이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했던 그의 문학이 빵으로 채워지지 않는 우리의 마음 한구석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뭔가를 욕망하고 그 욕망을 위해서 투쟁하고 , 그러다가 실수하고 파멸하는 인간의 모습 속에서 놀랍게도 우리의 자화상을 발견할 수 있다고 밝힌 박교수는 이어서, 한편 셰익스피어 비극을 읽어보고 싶었지만 시도하지 못했던 분들과 막상 읽어봤지만 깊이 이해하기 어려웠던 분들을 위해 4대 비극을 쉽게 강의하듯 해설했으며 아울러 "내 삶의 의미를 찾는 분들에게, 그리고 지적인 삶을 위한 반올림이 필요한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고 덧붙인 네 작품의 플로로그를 나열한다.

□ 제1장【햄릿(Hamlet, Prince of Denmark)】: 아버지의 복수에 미처버린 덴마크 왕자

1. “너는 누구냐?” 질문으로 시작하는 연극 『햄릿』
2. 죽은 자의 침묵과 산 자의 웅변
3. 세상은 “잡초가 무성한 정원”인가?
4. 아버지가 아들에게 주는 최고의 충고
5. 오빠가 여동생에게 하는 충고: 오빠인지, 아빠인지?
6. 운명이 나를 부른다
7. 효율적인 감시 전략 “숨어서 엿보기”
8. 단지 생각이 그렇게 만들 뿐, 세상에 좋고 나쁜 것은 없다
9.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10. 계획은 내가 하지만 그 계획의 결말은 내 것이 아니다
11. 아들의 잔소리: 아들인지, 남편인지?
12. 불행은 하나씩 오지 않고 한꺼번에 몰려온다
13. 죽어 맥주통 마개가 된 알렉산더 대왕
14. 인간이 대충 해놓은 것을 가다듬어 완성하는 신의 손길

□ 제2장【오셀로(Othello, the Moor of Venice)】: 모략으로 아내 죽이고 목숨 끊는 비극

1. 그의 기쁨에 독약을 뿌려라
2. 지금 보이는 내 모습은 내가 아니다
3. 진정한 공감은 사랑을 부르는 마법
4. 데스데모나의 아름답고도 위험한 사랑
5. 시간의 자궁 속에는 많은 일들이 들어 있다
6. 오, 내 영혼의 기쁨이여!
7. 과도한 술잔은 저주받은 것이고, 그 내용물은 악마다
8. 데스데모나의 복직 청원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
9. 질투는 희생자를 비웃으며 잡아먹는 녹색 눈의 괴물
10. 성경처럼 강력한 증거가 되어버린 작은 손수건
11. 잃어버린 손수건이 의미하는 것
12. 내 심장을 보관하는 곳, 내 생명의 샘
13. 데스데모나를 꼭 죽여야 했을까

□ 제3장【맥베스(Macbeth)】: 권력 의 야망으로 범죄후 스스로 파멸

1. 아름다운 것은 추하고, 추한 것은 아름답다
2. 사람의 얼굴에서 마음을 알아내는 기술은 없다
3. 남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 “자기도 남자야?”
4. 근심의 실타래를 풀어주는 잠은 대자연이 베푸는 최고의 자양분
5. 모든 걸 다 쓰고도 얻은 게 없고, 원하는 걸 얻었지만 만족이 없다
6. 미래를 보여주어 그의 마음을 슬프게 하라
7. 인간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걸까? 하루하루 죽어가는 걸까?

□ 제4장【리어왕(The Tragedy of King Lear)】: 믿은 딸들에게 쫓겨난 아버지의 말로

1. 말로 표현되지 않은 사랑도 사랑일까?
2. 눈뜸과 눈멂
3. 아버지를 혼내주는 거너릴: 딸인지, 엄마인지?
4. 감사를 모르는 자식은 독사의 이빨보다 더 날카롭다
5. 누더기를 걸친 아버지와 돈주머니를 찬 아버지
6. 딸들에게 쫓겨나 폭풍우 속에 홀로 선 리어 왕
7. 아버지를 배신하고 “더 좋은 아버지”를 얻는 에드먼드
8. 두 눈이 뽑힌 후에야 진실을 보는 인간
9. 셰익스피어의 막장 드라마
10. 이 세상은 바보들만 있는 큰 무대다 11. 에드가와 에드먼드, 두 형제 대결의 의미

<서대남(徐大男)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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