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대남 편집위원

좋은 가정이나 가문에서 태어나 명문 학교에서 훌륭한 교육을 받고 어려운 등용 과정을 거쳐 높은 직위에 오른, 이름하여 우리 국가 사회의 중견 지도층들이 그 이름값에 걸맞는 존경을 못받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등 모든 분야에 걸쳐 자기와 자기편 몫만 챙긴다는 곱지 않은 시선과 여론이 비등한 작금이다. 차제에 마침 시골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흥미롭게 들었던 '평강(平岡)공주와 바보온달(溫達)' 얘기가 뇌리를 스쳐 중고교생과 대학생이 된 손주들의 책꽂이를 샅샅이 뒤져 삼국사기(三國史記) 열전에 실려 있는 온달 이야기를 담은 동화를 들여다봤다. 필자는 흔히 ‘돌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바로 그 ‘피그말리온 효과(Pigmalion Effect)’의 효시가 바로 평강과 온달에서 비롯됐다는 유래를 확신하고 싶어서였다.

온달은 고구려 25대 평원왕(平原王)때의 인물이다. 얼굴이 못생기고 살림이 옹색하여 남의 비웃음을 샀지만 마음씨는 한없이 맑고 밝았다. 집안이 너무 가난하여 온달은 항상 밥을 빌어다 눈먼 어머니를 지극정성 봉양하는 효자였다. 남루한 의복을 입고 해어진 신을 신고 볼품없는 모습으로 저잣거리를 오가니 고을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바보 온달'이라 불렀다. 한편 평원왕의 어린 딸 평강은 걸핏하면 울기를 일삼아 왕이 딸에게 놀림으로 이르기를 “너는 울기를 좋아하고 늘 집안을 시끄럽게 하니 앞으로 자라서 대장부의 아내가 될 수는 없으니 바보 온달에게나 시집을 보내야 하겠다”를 되풀이 했다.
 
그러나 얼굴이 선녀처럼 예쁜 공주는 지독한 울보였기에 왕이 울음을 달래려고 여러가지 방법을 썼지만 그치지를 않다가도 "바보 온달에게 시집을 보내야겠다"고 하면 놀랍게도 뚝 멈췄으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왕은 딸의 나이가 16세에 이르자 상부(上部) 고씨(高氏)로 혼처를 정해 시집을 보내려 하나 공주가 반박을 한다. “대왕께서 항상 말씀하시기를 ‘너는 반드시 온달의 아내가 된다’고 하셨는데 지금 무슨 까닭으로 앞서 하신 말씀을 바꾸시나이까? 소녀는 감히 분부를 받들지 못하겠사옵나이다.”
 
평강공주는 "보통 사람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왕께서 이같이 거짓말을 하신다면 이 나라 백성들 그 누가 왕명을 따르오리까?" 하며 계속 고집을 꺾지 않자 크게 노한 왕은 평강을 궁 밖으로 내쫓았다. 그러자 지참하고 나온 패물들을 처분해서 온달과 혼례식을 올린 후 궁핍하던 집안을 크게 일으켜 세우고 또 남편에게는 학문과 무예와 병법을 가르쳐 무식하고 가난했던 온달을 당대의 훌륭한 장군으로 성장을 시켰다. 비루(鄙陋)먹은 말 한마리를 사 와서 잘 거두어 훌륭한 준마로 키웠고 온달은 이 말을 타고 사냥대회에 나가 매번 우승을 하게 된다. 훗날 평원왕은 내쫓았던 평강이 결국 온달에게 시집을 갔고 어느날 온달이 엄청나게 성장한 모습으로 나타나자 크게 감격한다.

당시 고구려에서는 해마다 봄철 3월 3일이면 낙랑의 언덕에 모여 사냥놀이를 하고 그날 잡은 산돼지와 사슴을 제물로 하늘과 산천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데 마침 온달도 기른 말을 타고 참가하게 된 것. 그날 온달의 말 달리는 품이 유달리 뛰어났고 잡은 짐승들도 많아서 그날은 단연 최고로 돋보이는 무사로 우뚝 섰다. 왕이 불러 그 이름을 물어보자 '온달'이라는 바람에 몹씨 놀라며 감탄하기에 이른다. 이어 후주(後周)의 무제가 군사를 보내 요동을 치니 평원왕이 군사를 거느리고 나가 이산(肄山)의 들판에서 적을 맞아 싸울 때 온달이 선봉장이 되어 날쌔게 격파하자 여러 군사가 승세를 타고 분발하여 크게 승리하는 전공을 세운다.
 
왕도 이를 가상히 여기고 칭찬하여 말하기를 “이 사람은 나의 사위다” 하고 드디어 예를 갖추어 맞으며 작위까지 주어 대형(大兄)을 삼는다. 그뒤 평원왕의 뒤를 이은 처남 영양왕(嬰陽王)이 즉위하자 온달은 신라에게 빼앗긴 죽령 이서(以西) 땅을 찾아오기 전에는 결코 돌아오지 않겠다고 맹세하며 신라군과 싸우다가 아단성(阿旦城)에서 화살을 맞고 안타깝게도 장열한 무인의 최후를 다하며 전사하게 된다. 공주와 모든 군사들과 백성은 온달의 죽음을 애도하며 한결같이 그리도 가난한 바보가 훌륭한 장군이 되어 나라를 위한 그의 위업을 칭송했다.
 
'온달설화'는 전설에 속하지만 비천한 평민의 신분 온달이 자발적으로 자기를 선택한 공주를 아내로 맞이하여 부마에 오르고 나라를 위해서 싸워 무장으로 이름을 떨친바, 이를 가능케 한 계기는 필자 나름대로, 평강공주가 분명 "온달님은 힘이 좋고 성실하니까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훌륭한 장군이 될거에요"라고 격려와 아울러 학문과 무예를 가르쳤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바, 바로 이 대목에서 모두에서 언급한 교육심리학에서 흔히 인용되는 '피그말리온 효과'의 원천을 극명하게 추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장님 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살며, 오죽하면 바보라고 불리던 온달을 평강공주가 그를 믿고 기대하고 신뢰하고 고구려에서 으뜸가는 장군으로 성장시킨 배경에 평강이 없었다면 그는 평생을 바보 온달로 지내다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드(Gigmund Freud)도 “너는 분명히 훌륭한 인물이 될것”이라고 격려하는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고 천재 화가 다빈치(Leonardo da Vinchi)도 “너는 무슨 일이고 잘 해낼 능력이 있다”고 격려하며 믿어준 할머니가 있었다.
 
또 심한 말더듬이면서도 끝없는 도전과 용기의 천재 경영가로 추앙받는 웰치(Jack Welch)도 “웰치야, 네가 말을 더듬는 원인은 네 빠른 생각의 속도에 입이 그 속도를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이니 난 네가 꼭 큰 인물이 될것으로 믿는다”는 어머니의 믿음과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GE의 최연소 사장이 될 수 있었단 후문이고 보면 공부를 하는 학생이나 직장인, 군병 등 뭇 조직 모두가 뒤에서 격려하고 칭찬하며 믿고 기대하는 후원의 힘이 위대한 인물을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키프로스의 조각가 '피그말리온'의 예술에 얽힌 스토리와 이를 유래로 '피그말리온 효과‘가 등장한 것은 미국 하버드대 교육심리학 교수 로버트 로젠탈과 레노어 제이콥슨이 시초다. 초등학교 지능테스트를 하면서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뽑은 20% 정도의 학생 명단을 담임들에게 보여주며 “이 학생들은 지적능력이나 학업성취 향상 가능성이 특별히 높기 때문에 수 개월 안에 성적이 향상될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교사들은 이들 학생들에게 기대를 높였고 8개월 후에 그 학생들의 성적은 다른 학생들 보다 크게 향상됐다. 결론적으로 가르치는 교사와 배우는 학생들의 기대와 격려 그리고 이를 의식한 노력이 성적 향상 효과로 나타난 것이었다. 이같이 교사가 학생에게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긍정적 향상과 발전을 기대하면 기대만으로도 학생들의 성적이 나아지게 되는 결과를 '로젠탈 효과(Rosental Effect)'라고 부르는데 이를 체계적으로 실험하고 로직을 정립한 시초는 겨우 1968년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효과의 효시로 유추되는, 평강공주가 바보 온달을 훌륭한 장군으로 만든 시절은 고구려 평원왕 때였으니 평강공주의 온달장군 만들기 피그말리온 효과가 그 얼마나 앞섰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필자가 강조하는 소신적 논조다. 여자에겐 결점이 너무 많아 혼자 살기로 결심한 키프로스섬의 왕 피그말리온은 상아로 아름다운 여인상 갈라데아(Galateia)를 조각하고 보니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고 마음에 들어 그 조각상과 사랑에 빠져 진심으로 그 여인상을 사랑하게 된다.
 
이에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idite)가 그의 소원을 들어주려고 그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 넣어 인간으로 만들어 주게 된다. 이같이 간절히 원하고 기대하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고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의 기대에 일치하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현상을 피그말리온 효과라 부르고 또 ’기대효과‘로도 일컫는다. 무엇이든 간절히 원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원리이다. 한편 그 반대를 ’스티그마 효과(Stigma Effect)’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으로 낙인이 찍혀버리면 낙오에서 헤어나기 어렵다는 ‘낙인효과’라고도 불리며, 한번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지난 과오로 인해 계속해서 나쁜 편견 및 부정적으로 인식되어 실제로 비난받는 그 모습으로 변해 간다는 이론이다.
 
또 피그말리온과 병행되는 심리학이나 의학 용어로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가 있다. 위약효과(僞藥效果)라는 의미인데 실제로 아무 효과가 없는 것인데도 사람의 신념에 의해 효과를 나타내는, 일종의 자기충족적 예언이라 볼 수 있다. 약물을 투여할 적에 가짜 약속에 특정한 유효성분이 들어있는 것처럼 위장하여 환자에게 먹이면 진짜약이 갖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실험결과다. 결과론적으로 아무 효과도 없는 약을 처방 받아 먹고도 병세가 호전되는 실예가 입증됐기 때문이다. 비싼 가짜 약이 싼 가짜 약보다 효과가 좋고  심지어 가짜 약인줄 알고 먹어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배가 아픈 아이에게 "엄마 손이 약손"이라고 안심시키며 만져만 줘도 아픈 배가 낫기도 하는 경우와도 비교된다. 플라시보 효과와는 반대로 아무 효과가 없는 약을 주고 항암제라 설명했을 때 환자가 복용에 따른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를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라고 한다. 투약자가 치료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관을 갖게 되면 처방과는 무관한 나쁜 작용이 나오는 현상을 일컫는다. 그리고 피그말리온을 패러디하여 만든 작품 영화도 크게 인기를 모은바 있다. '인간과 초인(Man and Superman)'으로 노벨 문학상(1903년)을 받은 당대 최고의 작가이자 지성인, 아일랜드 출신의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1866~1950)가 장본인이다.

그는 그리스 신화 '피그말리온(Pigmalion)'에서 영감을 얻어 1913년 동명의 희곡 작품을 썼다. 그의 너무나 유명한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지(I kno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란 짧지만 강한 울림을 주는 자필 묘비명은 '그의 작품에는 이상주의와 인도주의 정신이 깃들어 있으며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풍자가 독특한 형태로 곳곳에 숨어 있다'고 스웨덴 한림원이 극찬한 그의 예술성 높은 작품성과 함께자주 세인에게 회자된다.
 
원작 희곡을 조지 쿠커(George Dewey Cukor) 감독이 오드리 헵번과 렉스 해리슨을 출연시켜 인간의 가능성을 믿고 칭찬하면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가 일어나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영상으로 작품화한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는 독신주의 언어학자 헨리 히긴스 교수가 빈민가의 꽃파는 소녀 일라이자를 언어 교정을 통해 6개월 내에 사교계 귀부인으로 만들 수 있다고 굳게 친구와 내기를 한 끝에 결국 이를 입증하고 끝내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 엔딩을 통해 ‘피그말리온 효과“, 즉 긍정의 힘은 위대함을 일깨워준 아카데미 8개부문 수상작이다.
 
지금 이 시대에 개천에서 난 용과도 같이 고구려 시대에 비천한 태생이었지만 스스로 앞장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온달장군' 같은 애국 영웅의 출현은 언제쯤일까? 거리에서 꽃파는 미운 오리새끼 같은 아가씨가 눈부신 백조로 성장하여 당당하게 귀부인으로 변신하는 '알라이자' 같은 참신한 신데렐라를 기대하는 바람은 부질없이 아득하고도 허황된 꿈일까? 빨리 새해가 와서 기다리지 않아도 받게 될 선물, 여든을 맞아 노옹의 대열에 진입하고 싶다면 이는 필자의 황혼연설에 횡설수설 같은 노기 어린 소망일까?

<서대남(徐大男)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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