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행위에 대한 전원회의 결정 11월초 예상...공정거래위원회와 해수부간 긴밀 협의 절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위 사무처의 동남아항로 취항 컨테이너선사 공동행위의 부당행위(가격 담합) 조사건을 전원회의(9명 위원으로 구성)에 상정해  빠르면 10월 하순 늦어도11월 초 혐의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선사들은 "공동행위가 무혐의"임을 누차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공정위가 무엇보다 정기선 해운시장을 이해해야 컨테이너선사들의 공동행위가 정당하다는 것을 직시할 것으로 판단된다. 

공정위 전원회의가 지방법원(1심)격이니 전원회의가 무혐의 결정을 내리지 않을 시 곧바로 고등법원으로 가야한다. 이같은 상황 전개는 없어야 하고 있어서도 안된다는 것이 경쟁, 해상법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공정위가 동남아항로 취항 국적 컨테이너선사에 물릴 예정인 과징금만 대략 5600억원(1개 선사당 많게는 2천억원대 적게는 수십억원 수준)에 달한다. 앞으로 한일, 한중항로 공동행위 조사결과에 의한 과징금 부과시 3개항로에서 총 23개 선사(12개 국적선사, 11개 외국적선사)가 부담해야 하는 과징금은 무려 1조 3천억원(1개 선사당 많게는 5천억원 이상 적게는 1백억원 수준)정도로 추산된다. 공정위가 국적컨테이너선사, 외국 유수선사들에게 공동행위가 부당하다고 간주하고 실제 과징금을 현실화할 때 그 파장은 심각하다. 중견, 중소선사들이 대부분인 국적 컨테이너선사들의 경영악화는 불보듯 뻔하고 더나아가 심각한 해운대란 야기 그리고 외교 분쟁을 촉발시킬 것이다. 에버그린, 양밍, 완하이 등 4개 자국선사가 관련된 대만 당국은 한국 공정위의 결정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COSCO 등 중국선사들도 공정위 결정 수위에 따라 외교분쟁화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시한번 공정위 전원회의가 올바른 판단을 해 줄 것을 촉구한다.

컨테이너 정기선시장이 형성된 이래 선복은 항상 공급과잉 상태였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공동운항 선복 교환 장비의 공동사용에 더해 운임합의까지 포함하는 해운동맹으로 국제적 연대를 형성했다 하더라도 수개의 해운동맹간 선복증강 경쟁 및 동맹외(맹외) 선사의 특정 구간 진입 등으로 거의 모든 항로에서 정기선간 끊임없는 시장점유율 경쟁이 치열했다. 이에 수출입업체들은 사실상 항상 안정된 선복, 정시성, 낮은 운임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정기선이란 특정구간을 정해진 시간에 맞춰 운항하는 것이다. 화물의 유무, 과다에 상관없이 항상 정시에 도착해 정시에 출항하는 것을 생명으로 삼는다.

정시운항이라 함은 주간 정요일서비스를 의미하고 유럽항로에선 대형 컨테이너선 10여척으로 한개의 항로를 개설하고, 동남아항로에선 기본적인 항행거리가 보통 왕복 21일 또는 28일기간이기에 3~4척의 선박을 투입해 한개의 항로를 설치하게 된다.

정기선 해운사업은 서비스측면에선 범위의 경제(서비스 가능지역이 다양해야 함)를 추구하고 비용측면에선 규모의 경제(화물 한개당 비용을 낮춰야 함)를 이뤄야 하는 매우 자본집약적 사업이다. 따라서 정기선 해운은 공동체 형성이 필수라 할 수 있다. 공동운항, 선복교환, 터미널 등 장비 및 시설의 공동 사용을 통해 서비스 빈도를 늘리고 서비스 지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기선 해운은 태생적으로 공동행위에 의한 카르텔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카르텔이라고 하면 독점력을 띠어야 하지만 역사적으로 정기선시장은 항상 공급과잉이어서 독점력을 가지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정기선의 생명인 선복안정성, 서비스 정시성을 제공하기 위해 동맹내 일정규모의 여유 선복을 확보해야함은 물론이고 동맹외적으로도 경쟁적인 압력을 받는다.

이에 따라 시장 확보를 의한 쟁탈전이 전개되고 일부에선 파멸적 운임이 제공되는 등 운임전쟁이 시작되면 정기선사들의 수지가 악화되고, 급기야 일부 선사의 항로 철수 또는 도산으로 이어져 안정적 선복공급과 정시성을 제공할 수 없게 된다. 이같은 역사적 경험을 통해 정기선 인프라 유지를 위한 ‘적정 운임에 관한 공동행위’는 필수 요소임을 인식하게 됐고 무역업체 입장에서도 단기적 경제성(저렴한 운임)에 앞서 선복의 안정적 공급과 수송의 정시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알게됨으로써 정기선 해운동맹은 나름대로의 정착기를 거쳐 보편화돼 왔다.

즉, 해운에 있어서의 공동행위는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정기선 시장을 안정화시키고 출혈경쟁에 따른 기회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호협정을 통해 회원사들이 경쟁 조건을 통제하는 방어적 국제카르텔의 하나라고 용인돼 왔다.

하지만 지난 1년여 코로나 팬데믹은 이런 상식을 모두 뒤집어 놓았다. 처음에는 미국이나 유럽에서의 보복소비로 인한 물동량 증가가 감지됐으나 곧이어 도시 봉쇄로 육상물류 지연 등 공급망 경색과 함께 컨테이너박스의 회전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게 되자 중국 등 동아시아 수출 운임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또 선박의 항만정체가 시작되자 정기선사들은 유휴 선박을 총동원해 임시운항편을 투입했으나 체선이 장기화되자 더 이상의 여유 선복도 없게 됐다. 급기야 정기선사의 정시율은 40%이하로 급락하고 항만에서의 선적이월율은 70%를 넘게 돼 수출입 선적대란을 겪게 된 것이다. 수출입 물동량 증가에 대비한 정기선사들의 선복 준비율은 항상 초과 공급수준이었지만 이번 코로나 팬데믹 물류대란은 물동량 증가는 크지 않으나 거꾸로 선복공급률이 강제 추락하게 됨으로써 통제불능의 상태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금번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처음으로 과징금을 부과하고자 하는 한국발착 동남아항로는 모든 정기선사 및 얼라이언스에 개방돼 있는 완전경쟁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동맹의 유무와 상관없이 용선에 의한 선박투입이 매우 용이하고 한국발착의 ‘특정구간용 서비스(셔틀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기간항로 중 일정구간 서비스(Way-port Service)’나 ‘환적서비스(Trans-shipment Service)’로 쉽게 진입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남아항로에서 한국 수출입화물의 65~70%에 가까운 물량이 대한민국 국적선사에게 몰리는 것은 결국 3항차이상의 빈도수를 제공하고 기종점에서의 안정적인 선복제공이 그 이유일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국적선사의 내면 상황을 보면 결코 쉬운 형편이 아니다. 10여개 국적선사가 합종연횡식으로 공동운항, 선복교환 등을 통해 개별적 공동행위를 하고 있지만 항상 공급과잉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끝이 없는 운임하락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곧 글로벌 얼라이언스에 비해 자본적 열세인 국적선사의 도산을 초래하게 됐고(동남아해운, 양해해운 등) 결국에는 한국발착 동남아항로를 전략항로로 고려치 않는 외국적선사의 B급항로로 전락하게 될 우려가 크다. 이러한 파멸적 운임경쟁을 방지키 위한 방어적 욕구에 의해 만들어 진 것이 대한민국 국적선사간 동남아항로협의체(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이다.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에선 해운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자율적 협의하에 생존 운임수준을 화주단체 대표와 협의하고 이를 해양수산부에 신고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그러나 외국적선사의 운임덤핑 및 국적선사간 화물 집화경쟁으로 실제 운임은 항상 신고운임보다 하회하게 돼 국적선사들은 수시로 협의회를 통해 ‘최저운임’을 재확인하며 신고운임 미준수 행위(?)를 피하고자 자정노력을 기울여 왔다.

물론 해운 강대국에선 해운운임 동맹에 대한 개념이 점점 미약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들은 이미 독과점 체제를 이루고 있기에 오히려 경쟁선사들의 동맹을 견제하고자 하는 심리가 숨겨져 있다는 것도 간과해선 안된다.

즉, 해운 중진국에 불과한 우리나라가 해운공동행위를 ‘경쟁제한’이라고 선행적으로 금지하는 우를 범해선 절대 안된다. 앞으로도 한국 수출입화물 중 동남아항로에서의 안정적 선복공급 및 다빈도의 정시성 제공은 대한민국 국적선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국적근해선사들은 상대적으로 규모의 열세를 가지고 있지만 자국에서의 경쟁력마저 확보치 못할 시 생존의 위기에 봉착하기 때문에 부산항, 인천항 같은 국내항 중심으로 더 많은 서비스 빈도와 다양한 항로를 구축하고자 할 것이다.

여기에 한국발착 수출입업체에서 적정한 운임을 지불한다면 상호 윈-윈으로 국가경제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적근해선사들은 한국발착 중심의 항로에서 더욱 발전해 아시아역내 리딩 선사로 성장하고 나아가 원양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HMM(옛 현대상선)과도 해운공동행위의 의미를 최대한 살려 상호협력의 기틀을 마련하기를 기대해 본다.

아무쪼록 이번 동남아항로 공동행위에 대한 공정위 과징금 이슈가 수출입업체 및 국적 정기선사간 상호 이해 증진의 기회가 되고 정부 부처간 소통으로 국가경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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