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는 지정학적으로 15세기까지만 해도 이집트를 껴안은 지중해를 포함한 유라시아가 세계의 전부였다. 기원전 2세기부터 14세기까지 실크로드는 유럽과 아시아의 문화와 물자가 소통한 통로였다. 이후 기독교 세력의 최전선이던 비잔티움 제국이 멸망하면서 비단길은 이슬람에 넘어간다. 이 수송로가 막힌 후유증은 컸다. 특히 향신료의 가격 폭등은 유럽인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결국 다른 수송로를 찾아 나섰고 포르투갈이 맨 먼저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인도양에 이르는 해상수송로를 개척하면서 변방국가에서 유럽의 강자로 떠올랐으며 유럽 국가들이 아시아를 식민지화하는 수송로가 되었다. 이처럼 수송로는 국가의 흥망을 좌우한다. 21세기에 황해(黃海)는 15세기 이전의 바로 그 지중해(地中海)다.

중국은 지난 7월18일 정저우(鄭州)를 출발해 중국과 유럽을 잇는 총연장 1만214㎞의 화물열차 노선(실크철도)을 개통했다. 중국은 올해 이 화물 열차 노선을 14차례 시험운행하고 내년부터 연 50차례 이상 본격적으로 운행할 계획이다. 중국 당국은 올해 이 노선을 통한 수출입액은 1억 달러가 넘고, 내년에는 10억 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오전10시48분 첫 열차 ‘80601’호는 자동차부품, 고급신발과 모자 등 1430만 위안(약 26억 원)어치 화물 614톤을 41개의 컨테이너에 싣고 출발했다. 이 화물들은 허난 저장(浙江) 푸젠(福建) 성 등의 10여개 기업이 수출하는 것으로 목적지는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등이다. 이 열차는 19일 후인 8월 6일 독일 함부르크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열차 운송은 각국 세관 통과와 열차 바퀴 교체 등으로 짧게는15일, 일반적으로16∼18일이 소요된다. 선박을 이용할 때에 비해 20일 안팎이 줄어든다. 운송비는 화물 트럭을 이용한 육로 수송보다는 컨테이너 당 2000∼3000위안(약 36만∼55만 원)이 절약된다고 한다.

현재는 인천항의 수심(14m)때문에 유럽과 미주 지역의 대형 화물선 노선이 아예 없는 형편이다. 이런 화물은 부산항이나 광양항에 내린 뒤 육로를 통해 수도권을 오간다. 이 때문에 수도권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수많은 화물차가 수도권과 부산․광양항을 오가면서 일으키는 환경오염 문제도 심각하고, 경부고속도로 등 경부축(軸)도로의 부담이 매우 크다.

인천항은 현재 운영 중인 내항(도크)․ 북항 뱃길이 모두 수심 14m이며 특히 송도에 새로 만들고 있는 신항의 항로마저 수심이 14m로 계획돼있다. 2015년 완공 예정인 인천 신항은 기존 부두와는 다르게 밀물․썰물 때와 관계없이 늘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전천후 인천항’ ‘동북아 물류의 허브(hub)기지’가 되게 하려는 곳이다.

부산항과 광양 ‘투-포트(Two-Port)전략’ 때문에 인천항의 발전이 늦은 졌다. 이 투-포트 전략은 태평양을 건너 유럽과 미주로 뻗어나가기 위해 이 두 항구가 특히 중요하다는 중국이 개방․개혁을 시작한 80년대식 발상의 잔재이다.

인천과 마주보고 있는 연운, 톈진, 칭다오, 다롄 항구에는 8000~1만TEU급 컨테이너선이 드나들고 있다. 인천항은 길이15km, 너비600~1000m 항로의 바닥을 2m 더 파내는 준설 공사비용으로 2800여억 원이 걸림돌이다. 인천항만공사 김춘선 사장은 “대(對)중국 교역의 중요성 하나만 따져도 인천항은 이제 대한민국의 새로운 경제엔진 역할을 맡게 됐다”며 “항로 준설에 3~4년 걸리는 만큼 하루빨리 16m까지 수심을 늘리는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혜를 모아 2m 준설 공사비용 2800여억 원을 마련해 인천을 ‘동북아 물류의 허브(hub)’로 만들어야 한다.
[수필가 백암 / 이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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