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들어 신설된 해양수산부와 미래창조과학부의 세종시 이전 문제를 놓고 지난 9월12일 정부와 새누리당 간에 혼선이 빚어졌다. 이 같은 해수부 입지를 둘러싼 여권 내 소동은 작년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이 그 원인을 제공한 측면도 있다. 박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부산 유치'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지역 주민들로선 '공약'으로 받아들일 만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작년 11월 30일 부산 유세장에서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해양수산부를 부활시켜서 우리 부산을 명실상부한 해양 수도로 만들겠다"고 했다.

작년 12월14일 부산을 다시 찾아 똑같은 언급을 반복했다. 해양수산부의 최종 입지(立地)를 놓고 12일 여권(與圈)이 발칵 뒤집힌 것은 결국 추석을 앞두고 부산 지역의 민심 이반을 크게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부산이전은 고려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아야한다. 우선 올1월 유민봉 인수위 간사가 정부조직을 발표할 때 아직 입지는 정해지지 않아 부처 이전계획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했고, 올2월 윤진숙 장관 후보자(부산 출신)가 언론 인터뷰 때 다른 부처와 같이 세종시에 있어야 자리 잡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발언 이후 또 5월 윤진숙 장관이 부산 방문했을 때 나중에 우등 부서되면 부산 이전도 괜찮을 수도 있다는 발언을 곱씹어 보면 알 수 있다.

부산이 지역구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부산 시민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해수부의 성급한 입지 선정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며 "당정 협의라는 편리한 틀을 통해 세종시 이전 방침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은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했다. 부산시당위원장인 유재중 의원도 "안행위 차원에서 결정됐을지는 모르지만 전체 당 입장이 아니다"고 했다. 부산·경남권 의원들은 "추석이 다가오는데 부산 민심을 어떻게 하려고 이런 말이 나오게 했는지…"라며 "어떻게 이런 식으로 여당이 일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비(非)영남권 의원들 사이에선 "이미 세종청사를 임시로 쓰고 있는 데다, 효율성을 따져볼 때 다른 부처들과 함께 세종시에 있는 게 더 나은 게 아니냐"라는 것이 대세다.

한술 더 떠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1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의 “해수부를 부활과 해양수도”를 언급한 뒤 “대통령이 부산시민에게 약속한 공약이 뒤집어지고, 정부와 여당은 엇박자”를 냈다고 지적했다.

현재 세종청사와 과천청사를 임시로 각각 사용 중인 해수부와 미래부가 세종청사로 이전 은 국민 모두의 생각이다. 지금의 서울과 세종시로 나누어진 행정부 조직을 찬성하지 않는 것도 국민정서다. 거기다 과천에 그리고 부산으로 또 쪼개 발려야 하나 국민들은 걱정한다.

사해약진(四海躍進)이 해양한국의 목표일진대, 부산만 항구도시인가. 인천도 있고, 목포도 있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해양수산부만 빼고 해양산업관련 주요기관이 부산에 총집결되었고 기관장들도 거의 다 부산 사람들이 독식하고 있다.

표만 의식하고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기를 밥 먹듯 하는 정치권 인사들은 조자룡 헌 칼 쓰듯이 이런 고사를 인용해가며 더 이상 대통령과 행정부의 발목을 잡지 말기를 바란다.

“공자의 제자인 자공(子貢)이 스승(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물었습니다. 공자는 ‘양식과 군비를 풍족히 하며 백성이 정부에 대해 믿음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공이 다시 물었습니다. 그중 하나를 버린다면 무엇이 먼저냐고 말입니다.

공자는 군비를 먼저 버리고 또 버려야 한다면 양식을 포기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으로 하여금 정부에 대해 믿음을 갖게 하는 일'은 마지막까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과연 무엇이 군비고, 무엇이 양식이며, 또 무엇이 믿음인지? 묻고 싶다.

[수필가 백암 / 이경순]

※ 본 원고 내용은 본지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쉬핑뉴스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