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회 바다의 날 릴레이 인터뷰" - 장경석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

2015-05-13     쉬핑뉴스넷

선제적 국내 금융권 선박금융 지원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할 터
유가하락과 운임하락 동시 발생...리스크 관리 철저 기해야

 

▲ 향후 연구를 통해 적절한 투자시기를 모색, 보다 선제적인 국내 금융권의 선박금융 지원이 이뤄 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유관 산업 경쟁력이 향상돼 재투자가 되는 과정서 선박금융의 질 또한 향상되도록 선순환 구조 정착에 진력할 것이라고 밝히는 장경석 연구원.
Q.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산업연구팀으로 이직하면서 조선 및 해운분야를 담당하시게 됩니다. 연구원님의 역할에 대해 보다 상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서는 조선/해운 시황악화로 인한 리스크관리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면 KB에서는 현재 시장에 대한 리스크관리 뿐만 아니라 유망기업 발굴과 조선/해운 업황 회복 시기 예측을 위한 중장기적인 산업의 전망에 비중을 두어 연구를 해나갈 계획입니다.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국내 선박금융은 일반적으로 한발 늦게 투자가 시작되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취약했고 위기 시 여러 가지 어려움에 노출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향후 연구를 통해 적절한 투자시기를 모색하여 보다 선제적인 국내 금융권의 선박금융 지원이 이루어 질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유관 산업 경쟁력이 향상되어 재투자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선박금융의 질 또한 향상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Q. 최근 컨테이너선과 탱커의 발주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반면 벌크선 발주는 BDI지수가 말해 주 듯 급락한 상태입니다. 향후 조선 업황 전망은?

불과 1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초대형컨테이너선 건조는 국내 조선사들이 독보적이었습니다. 일본 조선사들의 경우 기술력은 확보하고 있으나 도크가 협소했고(대형 도크는 VLCC 전용도크) 중국 조선사들은 건조 기술이 상대적으로 빈약하였습니다.

그러나 2015년 들어 국내 조선사들의 독무대였던 초대형컨테이너선 수주 시장에 일본과 중국 조선사가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한·중·일 3개국 조선사들이 저가수주를 불사하며 해당 선박 선가를 점차 하락시키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저유가로 인한 탱커 발주도 크게 늘고 있는데 이마저도 수주 잔량을 채우기 위한 글로벌 조선사들의 공격적인 수주 탓에 수주는 늘었으나 선가는 하락 전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위와 같은 현상은 글로벌 조선사들의 설비 과잉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글로벌 설비 과잉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선가 상승은 요원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따라서 구조조정은 글로벌 조선사들의 풀어나가야만 하는 과제로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국내 빅3 조선사들의 경우 최근 저유가로 인해 해양플랜트 발주가 급감한 만큼 체감하는 설비 과잉의 부담은 더욱 높아져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에 조선 시황의 회복은 이 같은 구조조정이 선행된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입니다.

Q. 해운과 조선경기는 긴밀한 관계가 있습니다. 최근 해운선사들이 유가하락 등에 힘입어 전년대비 호실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해운경기가 본격적으로 탈불황하는 시기는 언제쯤으로 예상하는지요?

최근 해운사들의 호실적은 운임상승에 의한 것이 아닌 유가하락, 즉 연료비 감소에 따른 비용감소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해운 시장은 수급이 균형을 이루고 운임이 상승하여 시황이 회복되는 긍정적 상황이 아닌 만큼 시장에 대한 경계가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유가 하락과 더불어 운임 하락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점은 향후 시장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더욱 강화해야할 하나의 시그널로 해석되어집니다. 이는 운임이 하락한 상황에서 유가가 반등할 경우 운임이 다시 상승하는 그 기간만큼의 충격이 불가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유가로 인한 해운시황 회복에는 분명히 한계가 존재할 것으로 보여지며 수급의 균형으로 인한 운임 상승이 전제되어야만 호황으로의 대세 국면의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나 현재 시장에서는 초대형친환경 선박이 지속적으로 발주되고 있는 만큼 이들 선박의 인도가 끝나는 2~3년 후를 해운시장의 회복의 시기로 예상합니다. 단, 이를 위해 글로벌 선주들의 선박발주 자제의 노력이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Q. 팬오션이 감자안을 포함한 변경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소액주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은데요. 하림그룹의 팬오션 인수와 관련해 연구원님의 견해는?

팬오션은 지난해 구조조정으로 연결기준 매출이 39% 감소한 1조 6,453억원을 기록하였으나 영업이익은 2,158억원, 당기순이익은 7,88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하였습니다. 특히 부채비율도 200%대로 감소하며 재무구조가 안정화되는 등 우량 해운기업으로 거듭났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팬오션이 단순히 부채비율 하락을 위해 감자를 한번 더 실시한다는 부분은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해운업은 산업 특성상 선박을 운영하기 위한 금융 조달이 필수로 부채비율이 타 산업대비 높을 수밖에 없는 업종입니다. 이에 감자를 통해 200% 이하로 부채비율을 줄이는 것은 회계상의 숫자변동 이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산업은행의 경우에도 팬오션의 최대주주로 13%(2788만1989주)의 지분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변경회생계획안이 확정돼 1.25 대 1로 감자가 진행되면 현재 주가 기준으로 산업은행은 약 200억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이번 감자가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여집니다.

또한 팬오션의 소액주주비율은 70% 이상으로 높은 편입니다. 이들은 과거 동사의 회생을 위해 주가 대비 60% 이상의 손실을 감수하고도 채권금액의 67%를 주당 1만원으로 출자전환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번 더 감자를 하게 된다면 다시 감자 비율만큼 주식수를 잃고 주가하락으로 추가적 손실이 예상되어 반발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변경 회생계획안 확정을 놓고 일정기간 동안의 진통은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Q. 해운, 조선업계와 관련부처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최근 들어 해운, 조선업계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전통적인 사이클이 붕괴되었으며 결국 지속되고 있는 장기 불황에서 살아남은 기업이 향후 시장을 독점하는 'Winner Takes All'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에 글로벌 해운사들은 친환경·초대형 선박을 확보해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해당 선박 발주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컨테이너선 부문에서는 2015년에 접어들면서 2만TEU급 메가컨테이너선 발주 치킨게임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선박 발주의 지속으로 관련 시장의 침체는 일정기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 시기는 적어도 발주한 선박이 시장에 쏟아지기 시작하는 2017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단, 선대에 투입되는 선박이 늘어남과 동시에 해운업계의 구조조정에 대한 시장의 요구는 더욱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최근 지속되고 있는 초대형·친환경 선박 발주에 의한 공급과잉 가중은 역설적으로 향후 업계 구조조정을 촉진 시키는 트리거로 작용 가능함에 따라 적어도 약 3년 이후에는 선박 수급의 사이클이 다시 정상적인 모습을 찾아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물론 세계 경제의 위험 요소들이 상존함에 따라 경제 위기 등의 이벤트가 다시 발발할 경우 업계 구조조정은 보다 빠르고 급작스럽게 진행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향후 2~3년은 선박 수급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시장의 변화를 보다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난사람=정창훈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