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식 한국선급 회장 칼럼] TIC산업의 활성화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하여
우리나라도 지속적으로 국제시험기관인정협력체 (ILAC, International Laboratory Accreditation Cooperation) 및 국제인정협력기구(IAF, International Accreditation Forum)의 상호인정협약에 가입함으로써 국내 기업들이 해외수출 시, 기술상의 장벽으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구축해왔으며 1국가 1인정체제 추세에 따라 국내 적합성평가체제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한국인정지원센터(KAB, Korea Accreditation Board)로 인정기구를 단일화 함으로써 국제적인 적합성평가체제를 더욱 굳건히 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인 장치는 국내 인증산업의 기반을 강화 함으로써 기업들의 시장경쟁력을 강화하고 최근 세계 경제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WTO의 예외규정인 안전, 건강 및 환경보호를 명목으로 국가별, 지역별 기술규제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증은 제품 또는 서비스의 상용화 단계에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고도의 기술적인 검증작업이며, 이러한 이유로 인증산업은 도로, 교통, 에너지 등의 사회기반 산업과 같이 모든 산업을 지원하는 기술적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인증산업은 그 동안 정부주도의 법률적인 제도로 발전해 왔으며, 이는 인증이 산업발전을 뒷받침하는 인프라로 인식되기 보다는 기업에 대한 규제수단으로 많이 인식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관 주도의 인증제도 운영은 국내 인증산업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작용으로서 장비의 중복투자, 부처간 제도의 개별운영으로 나타난 중복시험, 시험인증기관의 자발적인 기술발전의 저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규제에 묶인 국내 시험인증기관의 시장경쟁력 부족으로 글로벌 다국적인증기업의 국내 인증시장 잠식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3조 6000억 원의 국내 시험인증시장에서 약 51%를 Global 시험인증기관이 차지하고 있으며 반면 국내 시험인증기관의 해외진출 및 수주액이 극히 미미한 수준에 있음이 이를 반증하며, 이에 대해 최근 정부에서 인증산업을 기술집약적인 산업인프라로서 인식하고 시험인증기관의 통합, 인증마크의 단일화 등 이 분야의 발전에 대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은 매우 바람직한 조치라 할 수 있으나 국내 인증시장점유율을 글로벌 다국적인증기업이 51%이상 점유하고 있다는 점과 국내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하나인 160개 인증지원이 전부 해외인증에 집중되어 상대적으로 국내 시험인증기관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고 Global 다국적 시험인증기관의 국내 인증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가지고 있음을 정부 와 국내 시험, 검사 및 인증기관 모두가 직시해야 할 것이다.
한국선급은 2009년 유럽연합(EU)으로 부터 CE Mark 인증기관으로 지정(KRH, NB No. 2198)되어 국내 인증기관으로서는 최초로 EU가 지정한 CE인증기관(NB, Notified Body)으로서 선박용기자재(MED, Marine Equipment Directive)를 비롯하여 기계류(MD, Machinery Directive), 방폭장비(ATEX, Atmosphere EXplosive), 압력용기자재(PED, Pressure Equipment Directive), 개인보호장구(PPE, Personal Protective Equipment), 저전압기기(LVD, Low Voltage Directive), 건설기자재(CPR, Construction Production Requlation) 및 전자파적합성(EMC, Electromagnetic Compatibilityt) 등 10개의 주요 산업분야에서 향상된 인증기술력으로 유럽의 시험인증기관과 동등한 자격으로 국내 기업에 보다 경제적이고, 신속한 CE인증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합리적인 인증비용, 접근의 용이성, 신속성 그리고 언어 등 문화적인 동질성 등은 타 인증기관이 가질 수 없는 KR CE Mark 인증서비스의 큰 장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선급은 1996년부터 경영시스템인증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품질(ISO 9001), 환경(ISO 14001), 안전보건(OHSAS 18001), 에너지(ISO 50001) 그리고 국내 유일의 인증기관으로 지정되어 있는 물류보안(ISO 28000)분야의 인증은 전통적으로 한국선급이 가지는 특성을 살린 인증서비스이며 육상플랜트, 건설 등 여러 산업분야에서 발주자를 대행하는 제3자 검사(Third Party Inspection)서비스는 오랜 역사를 통한 고도의 기술력과 Global 인증Network 그리고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인증기관만이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인증분야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국내 및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인증획득에 많은 기술적인 애로를 겪고 있으며 특히 최근 Oil & Gas 산업성장에 따른 해양플랜트 수요의 급격한 증가는 국내기업의 해양플랜트기자재 시장에의 조속한 진입을 필요로 하고 있으나, 높은 기술적 수준과 안정된 경영 및 시스템체계에 대한 Oil Major의 요구 그리고 Vendor등록은 국내기업이 이 시장의 진입하는데 있어 큰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선급은 각 지역의 기업지원기관 등과 협력하여 환경, 보건 및 안전 등 시스템적인 측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경영측면 및 제품의 기술적인 측면에서 기업의 문제해결을 위한 Vendor 등록지원으로 조속히 국내 기업이 해양플랜트 기자재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기업과의 상생 및 동반성장을 위한 KR인증벨트구축, 인증기술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한국선급은 국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에 모든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선급이 해외 인증기관과 동일한 인증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인증지원이나 세금면제 정책에서 제외되어 있다는 점에서 국내 시험인증기관의 가격경쟁력 약화는 물론 상대적으로 해외인증기관의 높은 인증수수료로 국내 제조업체에 그 부담이 전가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우려되며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국내 시험인증기관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또한 인증비용으로 인한 국부의 해외반출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와 함께 모든 시험인증기관이 불합리한 제도의 개선, 시험인증기술력의 집중 및 향상 그리고 그 기반 위에서 세계인증시장으로의 진출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된다.
55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선급이 인증 및 기술단체로서 선박 및 해양플랜트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분야의 인증서비스를 개발하고 해외시장진출을 통해 국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TIC(Test, Inspection and Certifi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