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문식 여수광양항만공사 경영본부장 칼럼]항만공사의 정체성을 찾는 일

2015-06-18     쉬핑뉴스넷

▲ 마문식 경영본부장
우리 여수광양항만공사 사옥인 월드마린센터 16층 베란다 화단에는 매실이 탐스럽게 열려 직원들은 물론 방문객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꽃보다도 열매가 좋은 매화나무야 말로 우리의 정신과 육체 모두를 풍성하게 한다.

5월이 지나 6월에 접어들면서 우리 공사 경영실적도 조금씩 열매가 보이기 시작한다. 연간매출액 1,000억원, 당기순이익 60억원, 그리고 금융부채 6,040억원. 올해 연말에 수확이 예상되는 값진 열매들이다.

여름은 태풍과 폭염의 계절이다. 태풍은 광양항 컨테이너부두에 인접해 있는 월드마린센터를 해마다 수없이 흔들고 있지만 매립지의 환경적 특징인 많은 먼지를 씻어내고 바다를 깨끗하게 정화시키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리고 실내온도 40도를 넘게 하는 폭염도 태풍이 동반한 비바람 앞에서는 조용히 무릎을 꿇는다.

2015년 우리나라 항만공사에 불어 닥친 태풍은 경영합리화를 내세운 통폐합 논의였다.

현재 부산, 인천, 울산, 광양에 위치한 항만공사들을 통합하여 한국항만공사(가칭)를 만들든지 아니면 부산항과 기타항으로 나누어 두 개의 항만공사로 만들고 기존 조직들은 해체하는 것이 어떠냐 하는 것이었다. 공기업 경영정상화 핵심과제 중 하나로 검토되었다.

최종 결론은 통폐합이 아니라 ‘항만공사 운영협의회’를 만들어 정책적 공조를 기하면서 공사마다 자율경영을 보장하는 타협안이 도출되었다.

빠르면 금년 중 항만공사법을 개정하여 개별 항만공사 임직원이 참여하는 운영협의회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물동량 창출, 부두기능 조정, 경영선진화 등 현안과제들을 해결해 나갈 예정이다.

항만공사의 앞에 불어 닥쳤던 통폐합 논의라는 태풍은 지나갔지만 우리는 그 태풍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

항만공사(port authority)는 항만의 자율경영을 위해 국가가 지원하여 만든 공공기관으로 항만관리청, 항만관리위원회, 항만당국 등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단어다. 따라서 여수광양항만공사는 여수항과 광양항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으로 그 정체성이 분명한 조직인 것이다.

문제는 이런 항만공사의 정체성이 이번 통폐합 논의라는 태풍의 영향으로 뿌리와 줄기가 크게 흔들렸다는 것이다. 법률상으로 항만공사의 뿌리는 항만공사법이고 줄기는 항만법(건설, 운영)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경영)이다.

그런데 항만공사의 경영정상화를 강조하여 강제 통폐합을 하게 되면 주요한 줄기인 항만법의 기능이 의미를 상실하고, 반대로 자율경영을 강조하여 정책적 공조가 약화되면 겉은 화려하지만 내실이 없어진다. 어느 경우든지 공공성과 수익성을 조화시킨다는 항만공사의 정체성이 혼란에 빠지는 결과를 가져 오게 되는 것이다.

항만공사의 정체성을 회복하려면 뿌리부터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한 바, 항만공사법에 의해 설립되는 ‘항만공사 운영협의회’의 역할과 기능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열매를 많이 맺는 매화나무가 되기 위해서다.

항만공사는 무역항을 기반으로 설립되어 세계 주요선사와 수출업체는 물론 교통, 물류, 관광,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기관 및 단체와 협력하여 발전하여야 한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 항만공사는 정체성의 회복과 함께 중장기 발전전략을 수립하여 국가경제 발전과 지역사회 기여, 국제협력 강화 등 역할을 다해야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여수광양항만공사는 이번 여름철을 지나면서 우리 공사는 물론 다른 항만공사를 포함한 모든 공공기관들과 힘을 합쳐 자기정체성 회복과 중장기 발전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가을에는 황금 매실과 함께 각종 곡식으로 온 들판이 풍성하길 간절하게 기도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