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 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칼럼] 그렉시트와 IMF사태의 기억

2015-07-17     쉬핑뉴스넷

 
지난달 27일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채권단이 제시한 구제금융 방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전격 발표하며 도박에 가까운 모험을 선언하였다. 국민투표에서 채권단의 긴축안이 부결되면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였고, 가결되면 치프라스 총리에 대한 불신임으로 해석되면서 총리 사퇴 후 새로운 협상 파트너가 꾸려질 때까지 협상이 무기한 보류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투표결과 60%가 넘는 그리스 국민들이 채권단의 긴축안을 거부함으로써 그리스는 조만간 유로존을 탈퇴할 것으로 예견되었고, 유로존의 향후 존재 여부에도 의문부호가 붙었다.

유로존이란 유럽연합의 단일화폐인 유로를 국가통화로 도입하여 사용하는 국가나 지역을 말하는데, 1999년 1월 1일 유로가 공식 도입되면서 탄생하였고 현재 19개국이 유로존에 속해 있다. 유럽연합 가입국이면서도 유로를 국가통화로 도입하지 않은 영국이나 스웨덴과 같은 나라가 있는 반면, 유럽연합 가입국이 아니면서도 유로를 사용하는 나라나 지역도 있어서 유로존은 유럽연합과 일치하는 개념은 아니다.

유로존 내에서는 독일과 프랑스가 가장 강한 국가이다. 그리스 사태에 대해서 메르켈 총리의 독일은 그리스가 긴축안을 받아들여 개혁을 이행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인 반면, 프랑스는 그리스와 독일을 중재하는 온건한 입장이라 한다. 독일은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이자 유로존의 맹주로서 그리스에게 강한 체질 개선을 요구하지만,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해 버리면 유로존이 차차 붕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퇴양난에 빠져있기는 매한가지였다.

시소게임이 진행되던 와중인 13일,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그리스가 제출한 자체 개혁안을 받아들이고 자금을 지원해 주기로 결정하면서 사태는 일단락 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가 내 놓은 개혁안은 지난 달 말에 국민투표에서 거부된 긴축안보다 더 가혹한 조건이라는 평이 우세한데, 결국 승자는 치프라스와 그리스가 아닌 메르켈과 독일이 되었다. 그리스는 이제 저소득 층의 연금을 삭감하고, 세금을 올리는 등의 강도 높은 개혁을 이행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조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IMF사태를 겪어 본 우리는 너무나 잘 안다.

그리스의 디폴트 현실화와 강도높은 구조개혁을 조건으로 한 외세의 자금지원 등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가 지난 90년대 말 겪어내야 했던 IMF사태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리스와 우리 나라는 경제구조와 주변 상황이 다르며, 국민성도 같지 않아서 그대로 대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IMF 시절 우리 나라는 일반 국민들이 금까지 내놓으면서 고통을 이겨 내려 했는데, 그리스에서도 과연 그런 움직임이 가능할지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리스와 같은 상황이 그대로 닥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위험은 언제 어느 형태로 다가올지 모를 일이다. 그리스의 예를 반면교사로 삼아 과도한 재정적자를 억제하고 제조업을 강화하는 한편, 부정부패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 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