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해양수산부 법률고문 칼럼] 위안부 문제 합의의 그림자
타결 내용만을 보더라도 한일 정부 간의 협상 타결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면, 다시는 위안부 문제를 거론 조차 할 수 없는 것인지, '국제사회에서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하는 것은 정부에만 해당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민간 분야를 포함한 모두에게 영향이 미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문제는 이번 타결이 국내에서의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체결되었다는 것에서 비롯한다. 외교부 측에서는 여러가지가 급박하게 진전되어 타결이 되었다고 하지만, 그 여러가지가 무엇인지, 과연 이 시점에서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종결하는 것이 그렇게 급박한 사안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은 이번 타결 이후 "일본이 손해보는 것은 (기금에 출연하기로 한) 10억엔 뿐"이라는 둥의 망언을 하면서, 10억엔을 주기로 했으니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피해 여성을 기리는 '소녀상'을 어서 철거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쯤되니 이번 위안부 협상이 국민과 피해자의 의사를 도외시한 졸속 협상이라는 비판이 가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국제정세의 역학관계에서 한일의 조속한 화해를 촉구하는 미국의 압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점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아 협상을 앞당겼어야만 했다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민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역사적 분쟁을 어떻게든 종결을 하기 위한 모양새를 보이면서 마무리 하는 것은 세련된 문제 해결 방식이라고 할 수 없다. 협상의 결론을 내기 전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손을 한 번 잡고 설명을 해 줄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빨리 가는 것보다는 제대로 된 길을 찾아가는 게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