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형진 KMI 해운시장분석센터장
“국적선사, 수많은 해운업자 중 하나로 생각해선 안돼”
업계, 최악 시황속 공동 노력통한 상생방안 모색해야
현재 해운시장은 공급과잉이 심각한 상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요 대비 공급과잉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더구나 해상 물동량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저성장 구조가 오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국 경제의 리스크 증가, 중국경제의 점진적 하락세에 따른 물동량 둔화,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등은 세계경제가 아직도 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세계경제가 2017년말에 예전과 같이 회복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해운수요 역시 크게 증가하기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올해 신조선 인도량이 작년 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나 선박해체가 거의 대부분 파나막스급 이하의 선박들이라는 점에서 메인항로에서는 공급과잉이 계속 누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2017년에도 수요의 저성장, 공급과잉 누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2017년말 해운시황이 회복세로 전환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Q. 벌크선운임지수 BDI가 연초 역대 최저치를 잇따라 갈아치웠습니다. 이에 벌크선사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벌커시장 동향과 벌크선사들의 화급한 생존전략은?
올해 1월부터 건화물선 시황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습니다. 이는 4분기에 비해 1분기가 물동량이 줄어드는 시기이며 선박인도량이 집중되는 시기라는 점에서 계절적 효과라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당분간 BDI가 매우 낮은 수준에서 머물러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건화물선 시장도 수요의 저성장, 공급과잉 누적이라는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특히 중국의 해상물동량 둔화 현상이 작년에 이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어 올해 건화물 시황도 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건화물선 운임은 선종을 가리지 않고 역대 최저 수준이며, OPEX(운항변동비)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수급 불균형에 기인하지만 선사간의 운임경쟁이 극심한 것이 더 큰 원인으로 판단됩니다.
현재의 시장상황은 개별 해운기업 차원의 비용절감을 통해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건화물선은 정기선과 같이 얼라이언스 체제를 통해 서비스 감축과 계선도 곤란합니다. 건화물선은 정기선이나 유조선과 시장상황이 다르고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내세워 선박풀이나 공동운항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독자적인 생존이 곤란한 상황에서는 공동 노력을 통해 생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Q. 중국 양대선사 COSCO와 CSCL의 합병과 CMA CGM의 APL 인수 등으로 컨테이너 정기선업계도 새로운 재편이 불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 정기선업계의 개편과정의 추이와 함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얼라이언스 입지 전망은?
제3위 선사인 CMA-CGM이 APL을 인수하고, COSCO는 CSCL의 컨테이너 부문을 흡수 합병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양사의 인수ㆍ합병이 완료될 경우 CMA-CGM은 11%, COSCO는 8%의 시장점유율을 갖게 되어 COSCO는 Hapag-Lloyd를 제치고 4위 선사로 부상하게 됩니다.
4대 얼라이언스 시장점유율을 보면, 북미항로에서 2M 14.3%, CKHYE 35.6%, G6 30.6%, O3 11.9%로 CKHYE와 G6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반면 유럽항로에서는 2M 35.2%, CKHYE 23.8%, G6 18.4%, O3 21.1%로 2M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아직 확실하지 않으나 2017년 APL이 O3로, CSCL이 CKYHE로 이동할 O3는 북미항로에서 점유율이 7.5%에서 14.5%로, 유럽항로에서는 CKYHE의 점유율이 23.8%에서 29.6%로 급증하는 반면 G6는 북미항로(30.6%→23.7%)와 유럽항로(18.4%→15.1%)로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게 되어 얼라이언스간 시장점유율에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또한 합병을 주도한 CMA-CGM와 COSCO의 경쟁력 강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CMA-CGM은 북미항로에서 시장점유율이 7.5%에서 14.4%로, COSCO는 유럽항로에서 점유율이 5.9%에서 11.7%로 급증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CMA-CGM은 북미항로에서, COSCO는 유럽항로에서 영업력 확대와 시장진출 기반을 강화하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얼라이언스내의 유력 선사가 탈되하고 신규 편입될 경우, 얼라이언스 전체의 선대 구성, 기항지 및 서비스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유력 선사들의 통합은 선사들간에 이합집산을 통한 새로운 얼라이언스 구성도 촉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얼라이언스 체제의 속성이 초대형선박의 발주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극대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화물집화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국적선사들이 손놓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입니다. 현재 국적선사들은 더 이상의 구조조정의 여력이 없다는 점에서 국적선사들이 자체 능력만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경쟁선사들이 M&A를 통해 더 강력해지는 반면 국적선사들은 경쟁력이 정체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 차원에서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Q. 정부가 해운업계 선박펀드 지원의 마지노선으로 ‘부채비율 400%이하’를 제시했습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지원이 화급한 상황에서 이같은 대책안은 큰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센터장께선 어떤 견해이신지요?
작년 3분기 기준 양사의 부채비율은 한진해운 687%, 현대상선이 980%로 나타났습니다. 그동안 양사는 돈이 될 만한 사업부문을 매각하여 유동성 문제에 대응해 왔고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에 노력해 왔습니다. 최근 현대상선은 벌크사업부와 부산신항만 운영부두를 매각,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사 모두 더 이상 구조조정 여력이 없다고 판단됩니다. 돈이 될만한 사업부문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자산을 매각하여 부채비율을 낮추어야 한다면 하나 남은 컨테이너선 사업부를 팔아야 하며, 이는 양사가 해운업에서 철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양사가 부채비율을 400%로 낮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양사가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지원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양사에 대한 지원을 거부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과 같은 선사를 새로 육성한다고 가정해 보면, 얼마나 많은 자금이 지원되어야 하고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얼마나 많은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하는지 모릅니다. 이같은 경우를 고심해야 합니다.
Q. 끝으로 정부나 해운업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과 같은 선사를 새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추정하기 힘들 정도의 막대한 자금과 지원되어야 하고, 장기간이 필요하고 수많은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합니다.
국적선사는 수많은 해운업자 중 하나로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국적선사와 국적선의 부재는 우리나라 수출입 운송망의 장애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거대한 화주국이 아니기 때문에 외국의 수송업체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수송망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자체적으로 안정적인 수송네트워크를 갖지 못한 나라가 경제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매우 많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는 국적선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적선사를 지원해야 합니다. [만난사람=정창훈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