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무 선주협회 상근 부회장 칼럼] 해운산업 이대로 포기해선 안된다
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 주요 해운국들은 자국 해운산업의 위기극복을 위해 금융지원에 열을 올렸다. 덴마크, 독일, 프랑스, 중국, 싱가포르 등 각국이 자국 해운사의 생존을 위해 정책적인 금융지원을 결의하고 그 사실을 세계에 널리 알려 신뢰를 심어 주었는데 반해 우리만은 그런 뉴스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해 국경을 넘는 교역량은 120억톤, 그중 80%인 100억톤이 선박에 실려 바다를 통해 운송되며, 그중 15억톤이 컨테이너상자에 담겨 이동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며 이제는 이런 교역 없이는 세계경제가 돌아가지 않는 세계화 시대가 우리의 경제 현실이다.
컨테이너로 운송되는 화물은 원자재보다는 중간재나 최종상품이 주종을 이루기 때문에 컨테이너선 서비스는 예정된 시간에 출발하고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는 정기선 형태를 띠게 된다. 마치 일상에서 이용하는 지하철이나 버스처럼 화물이 있건 없건 정해진 시간표대로 움직여야하기 때문에 한척의 배로는 서비스를 완성할 수 없고 여러 척의 배가 연달아서 정해진 노선을 운항해야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선박이 접안하는 터미널도 미리 준비되어야 하고 화물을 신속하게 싣고 내리는 설비도 갖추어져 있어야하기 때문에 그 초기비용이란 상상을 초월한다.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해방과 전쟁 후 시작된 우리 해운산업의 길지 않은 역사 속에,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과 같은 원양 정기컨테이너 선사를 갖게 된 것은 모든 해운인은 물론 온 국민의 자긍심을 높여주는 자랑이다.
이는 단지 자긍심을 선양하는 차원이 뿐만 아니라 대외 무역량 1조 달러, 무역의존도 110%인 우리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무역진흥산업이다.
대한항공이 없어지고 세계 항공운송 산업이 몇몇 소수의 기업에 의해 장악되었다고 생각해보자. 우리가 해외여행을 가려할 때 얼마나 비싼 항공료를 내야할지, 인천공항에 목적지까지 날아갈 직항비행기는 남아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한진해운, 현대상선이 없어진다면 우리의 수출입화물은 누가 운송하게 될 것이며 대체 얼마나 과중한 운임을 부담해야 할 것인가. 우리가 미국이나 중국 같은 거대 화주국가가 아닌 이상 국제운송시장을 과점한 메가 캐리어들이 우리 항만을 이용하지 않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뿐만 아니라 해운산업은 그자체로 국내 최대의 서비스 수출 산업이다. 항만산업, 조선산업의 선도산업이기도 하며 유사시 전략물자를 운송하게 될 국방산업이기도 하다.
컨테이너 해상운송 비즈니스는 점점 소수의 손에 과점되고 있다. 작년 말 UN무역개발기구의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20개 사가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으며 상위 3개사가 37%, 최상위 1개사가 차지하는 시장지배력이 15%에 육박할 지경이다.
이렇듯 신규 진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해운입국, 사해약진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온 국민의 성원에 힘입어 세계5위에 이른 우리 해운산업을 이렇게 포기할 순 없다. 한번 무너지면 다시는 되살릴 수 없는 해운산업을 그냥 둘 수는 없다. “무슨 소리야? 누가 우리해운산업을 포기해?”라고 크게 소리쳐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