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오경 인하대학교 물류전문대학원 교수

2016-02-19     쉬핑뉴스넷

“물류산업 글로벌 경쟁력 제고 연구활성화 가교역할 최선”
국무총리 또는 대통령 직속 ‘물류정책위원회’ 설치 필요하다

 

 

▲ 물류기업이 3자 물류시장에서 선도기업으로 성장키 위해선 고객기업의 공급사슬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들의 제조, 유통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히는 권오경 교수.

Q. 물류분야 권위자이신 교수님께서 올 한해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자 하는 부문은?

물류분야 권위자로 불리어지기에는 아직 제 지식과 경험이 일천합니다. 다만 어느덧 제가 물류분야 연구와 교육에 입문한지 30년이 되는 해가 되고 보니, 그냥 물류를 지극히 사랑하는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만 여겨져도 더 없이 감사하겠다는 마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우선 물류업계와 연구기관에서 오랜 기간 헌신해 오신 여러 전문가들을 대하면서 이 분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지식을 잘 정리해서 후학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물류가 하나의 학문분야로 제대로 정립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물류’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저서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올 해는 그 동안의 교육과 연구, 산학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물류학’ 저서 집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물류는 특히나 연구와 교육에 산학협력이 매우 중요한 분야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학계, 연구계, 산업계를 연결해 물류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연구사업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하는 가교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습니다.

Q. 국내대학과 대학원에서 물류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과정에서 화급히 해결돼야 할 숙제는?

물류는 대표적인 융복합 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업물류와 국제물류 효율화를 이뤄내기 위해선 기업경영, 무역, 정보기술, 경영과학 등 지식역량이 요구됩니다.
국내 대학과 대학원에서 본격적으로 물류전공을 만들고 인력을 매출한지는 이제 10년이 조금 넘습니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20개가 넘는 대학과 대학원에 학과나 전공이 개설되어 인력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일부 물류를 특성화한 고등학교도 있어 실무인력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산업계가 요구하는 우수 역량을 갖춘 물류인재 육성을 위해서는 유사한 교과과정을 중복적으로 운영하기보다는 지역 특성이나 대학 장기적인 발전전략 등을 고려해 해운, 항공, 물류기술, SCM 등 대학별로 보다 특성화 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습니다.
다만 아직은 물류가 타 학문분야에 비해 충분한 교육기반이 갖추어지지 않았고,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교육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를 감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물류경쟁력 제고를 위한 중요한 소프트 인프라인 물류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당분간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으로 보입니다.
최근 FTA 체결 확산에 따라 해당 지역을 연결하는 국제물류 네트워크 혁신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습니다. 물류실무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의 사업관행,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서는 해외 인턴십을 통한 지역 현장중심의 수련과정이 필요합니다. 또한 최근 들어 유통.물류 통합 비즈니스 모델의 확산, 기술의 발전 등이 이루어지면서 보다 지능화 된 물류시스템의 구축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여 정부에서 지역특화형 국제물류 전문인력과 융복합형 물류인재 양성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Q. 정부에선 제 3자 물류의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만 그룹사나 대형화주들의 2자물류 득세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이와관련 교수님의 견해는?

3자 물류 사업모델의 핵심은 화주기업의 물류혁신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데 있습니다. 3자 물류는 세계적으로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사슬을 혁신하기 위해 전문물류기업에 물류프로세스 전반을 아웃소싱하는 추이가 확산되면서 물류산업에 중요한 시장의 한 축으로 성장해오고 있습니다.
다만 3자 물류는 전통적으로 운송이나 보관 등 물류운영을 전문화하고 있는 물류기업에는 화주기업의 제조나 유통 나아가 공급사슬 프로세스를 밀접하게 지원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종합적인 서비스가 아니라 고객기업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지요.
(우리나라에서 국제적인 관행과 다르게 사용되는 용어가 있는데 바로 2자 물류입니다. 국제적으로 1자 물류는 자가물류, 2자 물류는 운송기업(carriers), 3자 물류는 전문물류기업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차제에 2자 물류는 명확하게 물류자회사로 명칭을 바꾸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물류자회사와 관련해서, 사실 해외에서도 공급사슬 프로세스를 세밀하게 운영해야 하는 대형 제조기업들이 물류자회사를 두어 3자 물류기업이나 운송기업의 물류서비스를 관리하는 사례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이들 물류자회사들은 단순한 물류아웃소싱 관리가 아니라 우수한 정보역량에 기반을 두고 제조물류를 포함한 공급사슬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일부 물류자회사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들이 물류프로세스 혁신의 주체가 아니라 단순하게 물류아웃소싱을 관리하는 역할에 머물러 거래단계만 증가시켜 물류기업의 수익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물류혁신 역량을 갖춘 자회사와 그렇지 않고 중개 역할만 하는 자회사는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자는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후자는 공정거래의 관점에서 적절한 규제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보입니다.
일본의 경우에도 많은 화주기업들이 물류자회사를 두고 있습니다만 최근 경기가 침체되면서 원가 경쟁력이 전문물류기업에 미치지 못하는 일부 자회사들이 대형 물류기업에 인수.합병되는 추이가 나타나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물류기업이 3자 물류시장에서 선도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고객기업의 공급사슬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들의 제조, 유통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운송업이다 창고업이다 하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탈피하고 고객기업의 공급사슬 운영을 지원하는 SCM(Supply Chain Management) 기업이 돼야 합니다. 수익성 제고를 위해 구매나 유통을 물류와 결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물류분야는 너무 광범위합니다. 물류 정책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산업자원부 등 여러부처로 분산돼 시행되고 있습니다. 물류정책이 일관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도 어떠한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물류전문가에게 가장 어려운 질문이 “물류가 무엇입니까?”라는 것이라고 합니다. 물류는 해운, 항공, 육운과 같은 운송산업, 항만, 공항, 철도와 같은 교통 인프라, 터미널과 창고, 물류네트워크 운영과 정보시스템, 신기술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매우 광범위합니다. 물류산업은 이러한 요소들을 결합해 고객에서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물류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복합운송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합니다. 그런데 운송수단들이 여러 부처에 의해 관장된다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사업전략이나 계획 수립에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규제를 받게 될 수 있습니다.
물류산업은 이제 전통적인 3차 산업에서 IT와 지식이 결합된 4차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 예로 4자 물류와 같은 비자산형 물류 비즈니스 모델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인프라 산업에서 지식산업으로 변모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공유경제의 확산은 전통적인 물류산업에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도전과제를 안겨주고 있으며 동시에 새로운 사업기회가 될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복합운송을 고려한 종합적인 물류정책의 수립과 수행을 위해서는 현재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는 정책기능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국무총리실이나 대통령 직속으로 ‘물류정책위원회’를 두어 여러 부처에 분산된 물류정책을 조정하고 새로운 세계경제 패러다임에 대비하고 미래 국가물류 경쟁력을 혁신하기 위한 전략을 주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육해공 물류산업에서 녹색물류의 실현은 시대적 과제라고 봅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물류강국으로 가는 필수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교수님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전통적으로 화석연료 소비와 공해 배출 비중이 높은 물류산업에서 녹색물류의 실현은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앞으로 태양광과 같은 새로운 에너지와 전기자동차와 같은 신기술은 녹색물류를 구현해내는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토니 세바 스탠퍼드대 교수는 저서 ‘에너지 혁명’에서 석유, 원자력와 같은 전통 에너지의 종말과 자율주행 기술과 공유경제로 인한 교통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도래를 예견하고 있습니다.
물류기업은 포장, 운송, 보관 등 물류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친환경 기술과 에너지 효율적 운영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포장은 직접적으로 물류비 절감을 달성할 수 있는 중요한 분야이면서 동시에 친환경 물류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관심과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는 그린 운송수단과 무인 운송, 하역과 같은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대비하는 사업전략도 선제적으로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Q. 미증유의 해운경기 불황으로 우리나라 해운업계 양대산맥인 한진해운, 현대상선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상선은 최종 자구안을 내놓고 회생을 위한 정부, 금융권의 지원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와관련 교수님께서 정책적인 자문을 하신다면...

국적선사들은 그 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출을 지원하는 critical infra로써 중요한 역할을 해 왔고 앞으로도 그 역할은 유지돼야 할 것입니다. 최근 선사들의 경영난은 내부적인 요일들도 있겠지만 보다 구조적인 문제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선복량의 수급 불균형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경기회복을 마냥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하겠습니다.
지금은 철저한 원가절감이 대안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비수익 노선과 사업을 과감히 정비하고 철저히 수익(yield) 중심의 경영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글로벌 대형선사들은 해운시장의 상황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고효율 친환경 선박 조달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는 선박의 원가 경쟁력 확보와 함께 세계경제 위기 이후 도래하게 될 통상과 물류의 부흥기를 대비한 선제적 전략의 성격도 있다고 판단됩니다. 글로벌 선사와의 경쟁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선사들도 기존의 선대를 고효율 친환경 선박으로 재편하는 노력을 등한시할 수 없습니다.
해운업에 대한 정부와 금융권의 과감한 지원이 긴요한 시점입니다. 부채비율과 같은 일률적인 잣대를 적용하기 보다는 선사들의 자구 노력과 전략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무엇보다 ‘적기’에 필요한 지원을 시행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난사람=정창훈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