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고려대 로스쿨 교수, 해상법연구센터 소장 칼럼]불황속 고군분투 우리 船社, 살아남게 해야

2016-04-21     쉬핑뉴스넷

 
고양시에서 재배한 꽃을 미국 LA백화점에 매주 월요일에 배송하려면 1주일에 한 척씩 우리나라에서 출항하는 정기(定期) 선사(船社)의 선박에 꽃을 실어 보내야 한다. 도착 즉시 하역이 가능한 정기선사의 부두가 LA에 있어야 한다. 정기선 운항을 위해서는 화물을 모으기 위한 조직망이 필요하고, 정시성을 맞추기 위한 충분한 선박과 터미널이 세계 각지에 있어야 한다. 화주(貨主)의 다양한 수요에 맞추기 위해 세계적인 망을 갖춘 해운동맹의 일부(회원)가 되어 다른 정기선사와 협업을 해야 한다.

2008년부터 시작된 해운 불황이 8년간 지속되면서 부정기(不定期) 선사 10곳이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사라지거나 구조 조정됐다. 우리나라 대형 정기선사도 아주 힘들다는 기사를 자주 보게 된다. 정기선사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그 회사가 살아남는다고 해도 동맹선사들 사이에서 신뢰가 깨지기 때문에 해운동맹의 회원사로 다시 들어갈 수 없다. 결국 우리나라 자체의 세계일주 운송서비스망을 잃어버린다는 말이 된다. 그렇게 되면 북미나 유럽으로 오가는 우리 상품은 모두 외국 정기선사에 맡겨야 한다. 세계적인 망을 갖춘 정기선사를 다시 만드는 것은 수십년의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오늘의 우리 해운시장이 어려운 큰 이유 중 하나는 감당하기 어려운 불황기로 인해 우리 스스로는 어쩔 수 없는 상황, 즉 외생변수 때문이다. 통상 불황이란 영업 수입이 호황기의 2분의 1, 3분의 1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해운의 수입지수가 호황기인 2007년에 비하여 현재 20분의 1이다. 상품을 실어 나른 대가로 해운회사가 수령하는 운임이 2007년 100만원에서 현재 5만원이 됐다는 뜻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운회사가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겠는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기선사는 최후 수단으로 선박을 빌려준 선주들에게 용선료 인하를 요청하고 있다. 선주, 화주, 용선자, 은행 등은 긴 안목으로 어려울 때 서로 도와가야 한다.

해운은 국제경쟁 아래에 있다. 역사상 초유의 불황을 우리 정기선사들이 견디고 살아남아 우리 수출품을 실어 날라야 한다. 물론 선사 자체의 노력이 일차적으로 중요하지만, 정부와 다른 경제 주체 및 국민의 지원과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