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오인 인천컨테이너터미널(주) 총괄부사장
“‘해운이야기’ 발간 한국해운 이해와 발전에 기여하길”
국가차원의 문제의식 제기 그 잣대 해운에 둬
특별히 배경이라고 할 만한 게 없습니다. 왜냐하면 책자를 염두에 둔 것은 오래전의 일이고 조금씩 준비를 해 오다가 본격적으로 책을 구상하고 자료를 모으고 그리고 글을 준비한 것이 4년전 입니다. 책의 부록 13-5 “컨테이너 정기선사간 협업을 통한 선사의 수익성 및 위상 제고”를 제안했던 것이 2012년 6월이었으니 약 4년 전에 해당됩니다. 그때에도 한국해운의 미래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돼 가고 있었고 그대로 가면 참으로 큰일을 당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제가 해운회사에 입사를 하던 1983년 당시에 이미 지금의 해운시황처럼 제2차 오일쇼크에서 촉발된 전 세계 경기후퇴로 수요부진에서 기인된 글로벌 해운위기 상황이 있었고 그 덕택(?)에 입사 5개월만에 첫 직장이 부도가 나는 혹독한 사회초년생 신고식을 치룬 기억이 생생합니다. 기업이 부도를 내면 안 되겠구나 하는 것을 사회초년병 시절에 뼈아프게 체험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바뀌지 않은 것 중의 하나는 일반인들이 해운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해운이라는 것이 말 한마디로 정의되고 설명될 수 없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해운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책자를 한번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Q. ‘해운이야기’를 통해 해운업계에 가장 전달하고픈 이야기는?
“해운 이야기”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해운 전문인들을 위한 책자라기 보다는 일반인들을 위한 책자에 해당됩니다. 해운전문인들은 그것보다 한 차원 높은 단계의 책자 그리고 전문적인 지식을 연마하고 실무에 적용해야 합니다. 이 책은 해운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필요하고 그것이 우리의 일상생활과는 어떻게 연계돼 있는지를 풀어서 설명하는 것입니다.
헤운산업은 국제 지향적인 산업이고 세계의 변화가 가장 먼저 손에 잡히는 길목에 있습니다. 해운산업의 존립기반은 무역입니다. 무역은 국가와 국가간의 교역을 일컫는 말로서 대한민국의 생명선에 해당됩니다. 왜냐하면 무역의존도가 90%를 상회하고 부존자원이 부족해 수입을 통하지 않고서는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숙명을 가진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문제는 그런 현실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국가전략을 세우고 거기에 입각해서 우리의 미래를 개척해 가는 노력이 해운 측면에서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현실에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일반인들의 이해를 구해서 미래 비전을 세우는 것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하나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역사의 관점에서 본 해운입니다. 지금은 전 세계적인 해운불황의 터널 속에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통시적인 관점에서 역사를 살펴보는 차분하고 이성적인 지적노력을 경주해 가야 할 때입니다. 해운은 해양문화와 아주 긴밀하게 연계돼 있습니다. 지구상의 많은 선진국들은 대륙문화보다는 해양문화에 친숙합니다. 우리나라도 고구려, 신라, 백제 그리고 고려는 이러한 해양문화가 충만했으나 불행하게도 조선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가 망국으로 귀결됐으니 이제라도 해양문화를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해운 이야기”는 그런 측면에서 국가차원의 문제의식을 제기한 것이고 그 잣대를 해운에 둔 것입니다.
Q. 국내 유수선사, 항만터미널 운영사 임원을 역임하시면서 한국 해운항만업계 현주소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위기의 한국해운호에 대한 답변은?
조심스러운 질문을 하셨습니다. 사실 저는 오랜 기간의 대부분을 해운회사, 그리고 항만터미널 운영사에 몸담은 것은 맞지만 최고 경영자의 위치에는 있지 않았습니다. 자동차 운전을 오랫동안 연구한 사람들이 발표한 것을 보면 운전자와 운전을 배우려고 조수석에 앉아 있는 사람과의 차이를 70% 대 30% 로 설명합니다. 즉 운전자가 감지하고 판단하고 실행하는 것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정도를 조수석에 앉은 운전을 배우는 사람이 감지, 판단 그리고 실행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회사에 비유하면 사실 최고경영자가 행하는 경영적인 파악, 판단 그리고 실행과 임원들의 그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한국해운호의 위기의 본질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다시 말해 해운경영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해운산업의 토양과 문화의 척도에서 바라본다는 것이죠. 책자에서 지적했듯이 해운산업은 호흡이 긴 산업의 특성을 가집니다. 해운산업만이 아니고 항만산업도 같은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서 기본적으로 코스트 경쟁력을 장기간에 걸쳐서 갖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해운호는 이러한 기회를 IMF(BIS 200%), 해운과 항만, 해운과 조선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지 못해 코스트 경쟁력을 축적할 기회를 가지기가 어려웠습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 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책자 11-2 “한국해운의 미래비전”을 다시 한 번 요약합니다.
첫째, 한국해운은 한국의 경제여건에 부합하여야 한다.
둘째, 한국해운은 규모의 경제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셋째, 한국해운은 산업의 측면에서 대응하여야 한다.
넷째, 한국해운은 실패 사례를 체계적으로 살펴야 한다.
다섯째, 한국해운은 벤치마킹 대상을 분명히 하여야 한다.
여섯째, 한국해운은 해운산업이 시황산업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여야
한다. 즉 해운은 코스트경쟁 산업이다. 문화, 원가, 규모 그리고 제도분야가 총 망라된다는 것이다.
일곱째, 한국해운은 기업의 일관성에 주목하여야 한다.
여덟째, 한국해운은 국제화와 현지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아홉째, 한국해운은 제도분야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여야 한다.
열번째, 한국해운은 체계적인 홍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부록 “컨테이너 정기선 서비스와 부정기 서비스의 비교” (286페이지)에서 컨테이너와 부정기선을 알기 쉽게 비교해 두었습니다. 해운은 코스트경쟁 산업입니다.
Q. 부사장님의 인생철학은?
제가 태어난 시기는 1950년대 후반으로서 먹고 사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였습니다. 농촌에서 태어나서 부지불식간에 자연과 친해지게 됐습니다.
농사일은 뿌린 만큼 거두지 못한다는 사실을 평소에 잊고 산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사실 농사일의 성패는 하늘에 달려 있습니다. 논, 밭 그리고 과수 농사가 공히 그러합니다.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배였고 자란 지역적인 정서도 한 몫 했습니다. 생명존중, 최선추구 그리고 상생우선이 이러는 과정에서 저의 인생철학이 됐습니다. 저의 집의 가훈이기도 합니다.
Q. 해운항만업계와 관계당국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지금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이해 불철주야 고심하고 계실 분들에게 제가 따로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도리어 이러한 업계와 관계당국에 계신 분들보다 일반인들이 해운과 항만을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 것이 이 책자입니다. 널리 홍보해서 해운과 항만을 이해시키고 나아가서 작금의 세계적인 해운불황의 시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를 기원 드립니다.
아울러 해운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사회적인 인식전환 그리고 공감대 형성에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동참하겠습니다.
[만난사람=정창훈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