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칼럼]비정한 암살과 안보위기

2017-03-09     쉬핑뉴스넷

 
북한의 최고권력자인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피살되었다. 말레이시아 당국의 현재까지의 수사 결과는 북한 당국이 개입하여 외국 여성 2명이 VX라는 독극물을 사용하여 살해하였다는 것이다. 김정은 정권의 막장 드라마가 갈 때까지 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정권이 얼마나 잔학하고 반인륜적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자신의 피가 섞인 혈육을 자기의 이익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공개된 장소에서 처단하는 행태는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짓이다. 마치 국제사회 한복판에서 공개처형을 한 것과 마찬가지다.

김정남은 이렇다할 북한 내 지지 세력도 없었고, 망명을 시도한 적도 없었을 뿐더러, 북한 주민들은 김정남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게다가 김정은에게 구명 편지를 보내 “저와 가족에 대한 응징 명령을 취소해 달라”고 호소하기 까지 하여 김정은에 대한 사실상의 항복 의사표시도 이미 하였다. 김정은으로서는 김정남을 죽일 만한 뚜렷한 현실적인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은 그저 자신의 정권 유지에 조금이라도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걸림돌이 된다면 그게 누구든 이유 없이 제거해 왔다.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은 2013년 말 처형되었으나, 아직까지 그가 왜 죽임을 당해야만 했는지 명백한 이유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상식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이 김정은 정권의 그간 행태이다.

끝없는 핵도발과 반복되는 유엔 제재의 악순환으로 북한은 국제사회의 악성 골칫거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김정남 피살은 가뜩이나 북한 핵.미사일 사태로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정상적인 사고를 기대할 수 없는 광기 어린 김정은 정권의 손에 들린 핵.미사일이 더욱 걱정이다. 일반인의 상식으로 예측할 수 없는 일들만 저지르는 그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생각해 볼 때이다. 탄핵정국으로 나라가 어지럽더라도 안보에 대한 위기와 대처는 항상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안보는 국민의 생존권이 걸려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안보에는 이념과 정파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내부 단합을 토대로 위기관리에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