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법무법인 세창 변호사) 칼럼] 비트코인, 투기수단과 기술혁명의 딜레마
비트코인을 예로 들면 모든 비트코인 사용자는 P2P 네트워크에 접속해 똑같은 거래장부 사본을 나눠 보관하고, 몇몇 사람이 멋대로 장부를 조작할 수 없도록 과반수가 인정한 거래내역만 장부에 기록하도록 한다. 이 때 10분에 한 번씩 만드는 거래내역 묶음을 ‘블록(block)’이라고 하며, 블록체인은 블록이 모인 거래장부 전체를 말한다. 지금도 전세계 비트코인 사용자는 10분에 한 번씩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만나 블록체인을 연장하고 있다. 비트코인의 총 발행량은 약 2,100만개로 정해져 있는데, 이는 중앙은행이 재량적으로 통화공급량을 조절하면 안 된다는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이런 측면에서는, 비트코인은 화폐경제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기초인 블록체인 기술의 토대가 되는 분산화와 공공성이 무너진다면 이는 한낱 투기꾼들의 장난감에 불과해질 수도 있다. 비트코인 코어 개발자 중 한 명인 마이크헌은 소수의 사람들이 전체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는 폐쇄된 구조를 이유로 비트코인 시스템은 실패했다고 말한바 있고, 블룸버그 통신은 시가총액이 2,700억달러(약 295조 6,500억원)에 달하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40%를 '고래'라 불리는 약 1,000명이 소유하고 있으며, 이들이 시세 조종이나 담합에 나설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시가 1,000만 원을 돌파한 비트코인은 11일 만에 2,000만 원을 뚫고 2,500만 원에 육박했다가, 이틀 만에 44%나 급락했다고 한다. 도저히 정상적인 시장 상태로 볼 수 없는 지경이다. 정부 차원의 규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하지만, 국경 간 경계가 있는 법정화폐(fiat currency)와는 달리 비트코인은 국경 장벽이 없어 국내 시장 거래를 막아 봤자 해외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비정상적인 투기 상황을 가만히 놔 둘 수 없다는 점에서 해결책 마련의 딜레마는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이 낳은 활용 사례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점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블록체인은 정부가 강조하는 4차 산업혁명 선도 기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무조건적인 규제는 우리를 산업 재편의 물결에서 멀어지게 할 따름이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이때, 혁명적인 기술을 제대로 사용하여 미래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