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법무법인 세창 변호사)
해운업 재건위해 변호사업계 법률 정책적 지원 다할 터
우리 법원을 분쟁해결기관으로 하는 거래준칙 많이 보편화돼야
대한변협은 제가 취임한 후 1년 동안 구성원들의 권익향상을 위한 법안 발의, 법원 및 검찰에 대한 견제 역할 강화, 사회약자에 대한 법률서비스 확대 등의 업무를 처리했고, 다가오는 새해에도 직역 보호 등의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습니다. 물론 해운업계는 제가 몸담아 왔던 곳이고, 대한변협 회장으로서의 임기를 마치면 다시 돌아갈 고향이므로, 이에 대한 관심도 계속 가지고 있습니다. 해운업계의 재건에 변호사업계의 지원이나 법률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면 그 역할을 다할 생각입니다.
Q. 한진해운 파산이후 눈에 띄는 것은 해운선사나 화주들이 법률적 접근에 적극적이라는 것입니다. 한진해운 파산시 해상법상 피해자들의 법적 대처가 미흡했던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며 향후 법적으로 개선돼야 할 분야는?
한진해운의 회생신청 및 개시는 예상치 못한 시점에 갑작스럽게 진행된 것이라 이해관계인 모두가 당황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화주나 운송주선업자 등 지속적인 법률서비스를 받기에는 규모가 작은 회사나 개인의 경우에는 법률 대응에 적절한 시기를 놓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이런 경우 고문 법률사무소 등을 이용해 신속한 법률서비스를 요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법 체계에서 회생 또는 파산 분야를 관장하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권리구제에 일정한 시한을 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생채권자가 채권신고를 하였으나 회생채무자 측인 관리인 등이 이에 대해 이의를 한 경우 회생채권자는 조사확정재판을 신청해야 하는데, 이는 조사기간의 말일로부터 1월 내에 제기해야만 하고, 이 시한을 놓치면 자신의 권리를 다 인정받지 못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법의 적용에 있어서 채권자 측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시한의 적용을 완화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Q. 지난해 8월 국적 컨선사 15개 선사가 참여하는 한국해운연합(KSP)이 출범했고 올해 7월 한국해 양진흥공사가 설립될 예정입니다. 해운산업 살리기에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이같은 국내 해운산업 지원 정책 등 과제들을 법률적으로 해석할 시 특히 고려해야 할 점은?
한국해운연합은 한진해운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한국 선주협회와 14개 해운업체들이 결성한 해운동맹이며, 2018년 중 설립될 예정인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해운산업 전담 지원기관으로서 해운업체에 대한 해운금융, 해운정책 지원 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설립 근거가 되는 한국해양진흥공사법안은 지난해말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태입니다. 경쟁국들이 규모와 체계를 갖춘 해운특화 금융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정부 주도의 종합적인 해운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위기에 빠진 해운산업을 조속히 재건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해운산업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였고 이를 청원하는 목소리도 높았으나 결실로 맺어지지 않았는데, 늦었지만 이제라도 적법한 법률적 근거를 가진 해운지원 공공기관이 설립되어 다행입니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을 보면, 한국해양진흥공사는 금융기관적 성격과 정책기관적 성격을 겸비하게 되고, 해양수산부는 물론 금융위원회의 감독도 받게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관리주체의 다양화로 인해 운영에 혼선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다방면에서 해운업을 도와주는 팔방미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서는 법률적 해석 보다는 정책수행자들의 의지가 더욱 필요할 것입니다.
Q. 해상법 권위자로서 특히 해운업계나 정부측에 건의하고 싶은 말씀은?
우리 해상법은 주로 상법 중 해상편을 의미합니다. 2008년 상법 해상편 개정을 통하여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법령으로 재정비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거래시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고, 분쟁해결기관도 영국의 중재기관으로 정해 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법원은 그간 국제분쟁이나 해사분쟁을 많이 처리하면서 업무 해결 기준이 국제화되었고, 우리 상법도 국제적 규범과 크게 다른 점이 없는 이상 우리법을 준거법으로 하고 우리 법원을 분쟁해결기관으로 하는 거래준칙이 많이 보편화됐으면 합니다. 분쟁해결기관으로서는 법원 뿐만 아니라 국내 중재기관의 활성화도 필요할 것인바, 이 부분에서는 정부측의 지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홍콩과 싱가포르도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세계적인 중재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점을 상기해야 합니다. 단숨에 상관습을 바꾸긴 어렵겠지만, 서서히 관례를 형성해 나가면 해외로 나가는 막대한 법률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해상법 전문 로펌을 경영하시면서 애로 사항을 꼽자면?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로펌의 경우 해당 분야의 시장 상황에 따라서 로펌의 경영상황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즉, 해운산업의 발전이 담보돼야 해상법 전문 로펌도 발전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오래 이어진 해운 업계의 불황으로 해상법 전문 로펌을 경영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업무 영역의 다각화를 통해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가려고 합니다.
Q. 사법고시가 폐지된 상황에서 로스쿨서 해상법 전공자가 드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우려되는 바 큽니다. 그만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하는 비율이 약 50%가 되면서 변호사시험에서 득점에 유리한 과목 위주의 수강을 하는 행태가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해상법 자체는 변호사시험에서 주요 과목이 아니기 때문에 로스쿨에서 해상법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많지는 않은 편입니다. 하지만, 해상법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일단 변호사업계에 진출하면 전문성을 살려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로스쿨생을 대상으로 한 로펌에서의 인턴쉽 제도나 각종 기관에서의 현장연수 기회를 늘려나가서 해운업계에 진출하려는 예비 법조인들에게 실질적인 메리트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만난사람=정창훈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