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필 KMI 항만정책연구실장 칼럼]한-러 경제협력, 항만물류분야에의 득실은?
합의문 내용 중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2000년경부터 논의되었는데 러시아의 하산과 북한의 나진항을 철도로 연결한 후 화물을 하산에서 시베리아횡단철도를 통하여 유럽까지 운반하는 초대형 물류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동 사업은 항만을 비롯하여 철도,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분야가 총 망라되어 있으며, 나진-하산 철도노선이 개통되어 운영 중에 있다. 그 외에 나선경제특구 복합물류사업에 공동대응, 러시아 파이프라인 가스의 중장기적 공급, 러시아 농업분야 투자확대 등이 양 정상간 합의문에 포함되어 있다.
한편 러시아는 나진항 3부두 개발사업권을 획득하고 향후 50년간 항만시설 사용권을 확보하였는데 한-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나선경제특구 복합물류사업에 우리나라 물류기업(포스코-현대상선-코레일 컨소시엄)이 참여시 북한 항만 개발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발표된 양국 간 경제협력은 실현가능성과 실현시기, 협력규모를 떠나 항만물류분야에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러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경제협력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북한, 중국 동북지방과 러시아 및 그 연방국가를 포괄하는 물류분야 경제협력 벨트가 구성되는 사업으로서 향후 10~20년 이후에는 어떤 방향으로든 우리나라 항만물류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엇보다 북극항로 이용의 문제점-쇄빙선 이용 문제- 등에 대한 공동 대응이 언급되어 장기적으로는 북극항로가 어떤 식으로든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표준궤와 광궤의 연결문제가 현안으로 상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종단철도를 잇는 시베리아횡단철도가 개통될 경우 북극항로와 더불어 해상-육상 연계물류가 구축되어 다양한 루트의 물류수송이 이루어지면서 항만물류 활성화에도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 문제로 논의가 부진하던 러시아 파이프라인가스 공급사업 역시 한국과 러시아가 공동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분야라고 볼 수 있으며 한국입장에서는 동북아 유류중계허브화의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부산항을 포함한 동해안 권역을 특화항만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부산항을 비롯한 동해안 권역 특화항만의 기회 확대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교류 확대로 이어져 항만물동량이 증가하고 서해안 경제권역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물류협력이 파생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 북한의 핵확산 금지와 안보분야에 관한 한-러간 협조노력은 중장기적으로 남북간 경제협력의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되며 우리나라에게는 국부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를 둘러싼 중국, 북한, 러시아는 아시아의 거대경제시장으로 향후 사회기반시설 등 항만물류분야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므로 우리의 앞선 개발경험, 첨단기술과 운영노하우가 결합된다면 다양한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성급한 장밋빛 전망은 금물이며 한-러 정상회담의 결과로 나타나는 경제협력의 과실은 향후 10년, 경우에 따라서는 20년 이후에 그 성과가 나타날 수 도 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북극항로 이용을 위한 각종 장애요인의 제거와 남북종단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일관되게 연결하기 위한 철도궤의 일치화 작업은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물류분야 참여자에 따라 거대물류시장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항만물류분야의 관련 정책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한 러시아와 중국이 상호 경쟁국가인 점도 고려하여 항만물류정책의 패러다임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