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부산항 발전전략에 대한 기대
부산항은 인천항, 원산항과 더불어 외세에 의하여 최초로 개항한 항만으로서 올해로 개항 131주년을 맞는다. 비록 부산포를 중심으로 조그마한 항만으로 출발하였으나 2013년 8월 기준 인구 350만명이 사는 부산시를 직접 배후에 두고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실적 세계 5위의 글로벌 항만으로 성장하였다. 하지만 2006년 신항의 개장과 2009년 2-1단계, 2010년 2-2단계 개장이후 컨테이너 물동량이 급격하게 신항으로 쏠리면서 2013년 10월 기준 부산항 컨테이너 물동량 1,473만TEU의 61.2%인 902만TEU를 신항에서 처리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기존의 부산항의 중심에 있던 북항은 전년대비 12.9%의 물동량 감소를 보였다. 이에 따라 북항 공동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북항 발전방안에 대한 정책적 요구가 분출하면서 북항과 신항이 공존 번영할 수 있는 방안의 모색이 시급하게 되었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기능재정립을 기반으로 한 부산항발전전략』은 북항이 처한 어려움을 정책차원에서 해결해 보고자 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부산항 발전전략』은 근본적으로 북항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부산항 컨테이너 물동량의 신항 쏠림에 따른 시설공급 증가와 북항 운영사의 수익하락, 신항 이용 선사의 북항 회귀 가능성 저하에 따른 북항시설 유휴화를 해소하기 위해 물동량 중심항만에서 항만 부대서비스 등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창출항만으로의 전환을 장기목표로 하고 네가지 분야에 대하여 각각의 발전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신항-북항 특화발전 전략으로서 신항은 글로벌 메가 캐리어 허브포트로 육성하고 북항은 인트라 아시아 로컬 허브 포트로 조성하는 것을 제시하였다. 신항의 경우 대형선 중심의 글로벌 얼라이언스가 기항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거시전략을 제시하고 있으며 북항은 한중일간 연근해 물동량의 지속적 발생과 유치를 전제로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기능 재정립의 경우 이러한 거시전략을 토대로 수립되었다고 할 수 있다. 북항의 기능재정립은 북항대교를 사이에 두고 안쪽 부두와 바깥쪽 부두의 활용으로 나뉜다. 북항대교를 중심으로 안쪽에 위치한 우암부두, 7부두와 자성대 부두 등 컨테이너 전용부두는 기능을 전환하여 재개발하고 해양경제특별구역으로 지정하여 관련 산업을 구역 내에 유치함으로써 북항의 부가가치를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북항대교 바깥쪽에 있는 신감만, 감만, 신선대 부두 등은 현재대로 컨테이너 전용부두 기능을 유지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북항의 기능 재정립방안의 정책적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순차적으로 북항 운영사를 통합․운영토록 함으로써 운영사간 과당경쟁방지나 거대선사와의 하역료 협상력 제고를 통하여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도록 하여 북항의 활용도 제고를 유도하고 있다. 아울러 운영사 통합을 유도하기 위해 한시적인 임대료 감면 등 인센티브 제공, 컨테이너 하역요금의 신고제에서 인가제 전환 등의 정책수단을 통하여 하역시장을 안정화시킴으로써 북항발전의 토대를 구축하고자 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발전전략이 궁극적으로 항만물류산업분야에서 고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여 지역경제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신항 배후단지를 글로벌 기업의 동북아 물류센터화하여 신규 물동량과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선용품․수리조선․유류중계기지 등을 통한 원스탑 서비스 제공으로 환적중심항으로서의 부산항의 부가가치를 높이고자 하였다. 또한 부산항을 동북아 크루즈 거점항으로 육성하여 고부가가치를 창출 하는 것을 세부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신항의 기능재정립에 대해서는 북항과 신항의 연계활성화에 초점을 두되 신항 2-5, 2-6단계 부두를 환적우선부두로 이용하고 연근해선사의 신항 기항을 수용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신항은 현재의 개발계획을 유지하되 우려가 많은 북항의 기능 재정립에 중점을 두고 있어 보인다.
아울러 이러한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북항의 발전전략은 기능 재정립 외에 세부전략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유통, 수리조선 등의 기능을 포함하여 포괄적으로 기능 재정립방안을 제시한 점은 북항의 중장기 발전의 측면에서 필요한 정책방향이라고 판단된다.
한편 대외적이며 글로벌한 관점에서 보자면 머스크 등 초대형선사의 연합(P3)과 동아시아 기항전략 변화, 선박대형화에 따른 환적물동량 발생과 이의 추가 유치를 위한 신항의 역할, 북극항로의 상용 노선화, 러시아 극동 지역 및 동북 3성 등 환동해권의 개발 추진 등이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초장기적 관점에서 부산항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2030년경에 부산항은 현재의 하역능력을 5만톤급 기준 선석당 47만TEU에서 60만TEU내외로 조정한다고 할지라도 24선석 내외의 추가 부두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선박이 대형화되는 등 글로벌 물류환경을 고려할 때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기존의 자연적, 지리적, 경제적 한계를 뛰어넘는 신규 항만입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여야 하며, 초대형선 접안이 가능한 신규 항만시설의 확보 등에 대한 검토도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두만강 유역개발(GTI), 동북3성 개발과 북한의 나진-선봉을 이용한 물류체계 구축, 러시아 극동지역의 자원, 에너지, 농업개발을 위한 러시아의 동진정책, 더 나아가 통일 전후의 TSR-TKR 연결 및 한-러 가스관 연결 등 동해안을 중심으로 다양한 개발과 구상이 전개되고 있다. 과거의 환황해권 시대에서 환동해권 시대로 개발의 새로운 축이 형성되어 가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일본도 매달 5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동해를 넘어 러시아 철도(TSR)을 이용하여 러시아와 EU로 운송하는 등 후쿠시마 원전 사태 후 일본서해안 이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환동해권의 도시 중 100만명 이상의 도시는 부산 하나 뿐이다. 환동해권의 중심도시로서 부산은 그 출입구인 대한해협을 지나다니는 많은 선박의 각종 서비스 기지로서 역할을 해야하므로 부산항에 대한 기대가 더욱 증대될 것이다.
따라서 『부산항의 발전전략』을 토대로 정부는 부산항이 한-중-일 연근해의 물류와 북극해, 사할린, 오오츠크해 등을 잇는 물류기능의 중심항만이 될 수 있도록 비젼을 가지고 전략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2030년을 바라보는 초장기적 관점에서 종합적인 부산항의 발전전략이 추진되어 부산항이 동북아의 진정한 물류허브항만으로 자리매김하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 정부의 『부산항 발전전략』이 부산항 발전과 대한민국의 동북아 물류중심국가 건설의 추진체가 되기를 바란다.
[김성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