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준수 한국해양대 해양금융대학원 교수

2019-10-22     쉬핑뉴스넷

벌크선 해운 재건 기회 반드시 살려야
영국, 해운중개업 등 활성화해 해운 종주국 위상 유지
인재 활용, 10년來 다가오는 해운 황금 기회 놓쳐선 안돼


 


▲ 전준수 교수
“현대상선이 한국해양진흥공사로부터 금융지원을 받아 건조 중인 2만3000TEU급 12척, 1만5000TEU급 8척 총 20척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내년부터 유럽 및 미주 항로에 투입하면 원가 경쟁력에서는 세계 유수 선사와 비슷해 집니다. 한국 원양 정기선 해운의 재건이 현대상선의 경영 능력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전준수 한국해양대 해양금융대학원 교수는 한국 원양 컨테이너선사 재건의 밑그림은 마련해 준 것으로 평가하면서 이젠 벌크선 해운을 재건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원양 정기선이 정기 노선버스와 같다면 부정기선인 벌크선은 관광 전세버스와 같다. 벌크선은 일정한 운임률표에 따라 운임을 받는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운임이 결정된다. 수요·공급에 따른 자유시장 경쟁운임을 적용하는 것이다.

“2007년 금융위기 이전 벌크선운임지수(BDI)는 2만포인트에 육박했는데 2009년에는 600대까지 급락했다. 이후 10여 년의 침체 끝에 작년에 평균 1200선을 회복했고 올해엔 최고 2000p대까지 급등했다가 현재는 1800대를 유지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벌크선용 세계 건화물 물동량이 올해보다 2.2%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신(新)조선도 2.1% 늘어날 전망이어서 벌크선 수요·공급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으나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란 변수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전 교수는 언급했다.

유황저감장치(스크러버)를 장착하는 데 시간이 드는 만큼 벌크선 공급이 줄어들게 되고 운항속도 제한, 스크러버를 장착하는 대신 저유황유를 사용하는 선박들의 벙커유 수급 문제 등 공급 측면의 비효율성 증가로 인해 벌크선 공급은 전체적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환경규제가 강화될수록 노후 중고선은 퇴출될 것이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벌크선 시장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한국의 해운은 이런 시장 상황에 어느 정도 대비하고 있는가. 이와관련 전준수 교수는 “현재 우리 선사들이 보유한 5년 이하의 경쟁력 있는 선박은 거의 장기 운송계약에 묶여 있다”며 “그동안 벌크선 해운 경기가 너무 침체됐기 때문에 포스코, 한국전력, 가스공사와 발전소 등 대형 화주와의 10년 이상 장기 운송계약을 확보한 선주에 한해 신조선에 대한 금융지원을 했기 때문에 막상 시장이 회복되더라도 그 기회를 포착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수단인 선박이 없다는 게 문제다”고 밝히면서 “그동안 몇몇 선주가 장기 운송계약 없는 신조선 건조를 시도해봤지만 금융지원을 받지 못해 실패하곤 했다”고 덧붙였다.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설립 목적은 ‘해운 재건’에 있다. 공사는 금융권을 설득하거나 금융 보증을 제공해서라도 운용 능력이 증명된 선주들이 적극적으로 선박을 건조할 수 있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새 선박 건조가 어렵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면 2, 3년 동안 외국 선주의 선박을 임대할 수 있는 장기 용선 활동이라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이를 위해 해운진흥공사가 임대해 국내 선박운영업자(용선 운영회사)에 재임대하거나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인수한 선박을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국내 용선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직접 인수한 선박들로 벌크선 영업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용선업이야말로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기업가정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 2007년 금융위기 이전 한국의 용선 비즈니스는 세계 해운업계에 놀라움이었다. 당시 활약하던 인재들을 활용해 한국 해운의 재기를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그 기능이 사장된 해운중개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은 상당한 물량의 건화물을 수입하는데, 우리가 배선(配船)하는 FOB 조건으로 하기보다 수출국이 배선하는 C&F 조건으로 수입하고 있다. 이런 수입 관행만 시정해도 한국 해운의 벌크선 영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 영국은 해운 선주업 대신 부대 서비스업인 인증서비스업, 해운정보서비스업, 해운중개업을 활성화해 해운 종주국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해운중개업만 하더라도 연 2조원의 수입을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운의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해상 물동량의 30%, 선박 건조의 92%, 선대 보유 28%가 한·중·일 세 나라에 집중돼 있는 상황입니다.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업종이 해운중개업입니다. 우리나라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등 해운시장 정보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습니다. 정책적 배려만 있으면 해운 강국으로의 부상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10년 만에 다가오는 해운의 황금 기회를 놓쳐서는 안됩니다”
전준수 교수는 정통 원로 해운인으로서 국내외 해운계를 낱카로운 시선으로 조명하고 있다.

[만난사람=정창훈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