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일동 한국예선업협동조합 이사장
최근 여수, 부산항 등에서 잇따라 기름유출사고가 발생, 그 어느때보다 해상안전에 정부나 업계 모두 초긴장한 상태다. 이에 항만 안전운항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예선업계 구심단체 한국예선업협동조합을 이끌고 있는 김일동 이사장을 만나 조합 운영 및 현안들에 대해 들어보았다.
예선업 불황타개와 시장 안정화.과당경쟁 방지에 총력
불합리한 제도개선 및 장기진흥방안 마련에 성과 기대
올해 우리 조합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업은 예선제도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예선의 안전한 이・접안 지원과 예선사용자에게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예선시장 질서 유지와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 그 주된 내용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해양수산개발원(KMI)과 “예선제도 개선 및 예선업 진흥방안”이라는 제목으로 연구용역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오는 9월 연구 결과가 나올 예정인데, 이 연구의 성과물이 잘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함은 물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좀 더 안정적인 환경속에서 예선사업을 할 수 있도록 관련제도를 개정하는 데 조합의 역량을 모아 나갈 계획입니다.
둘째로는 현재 너무 과도한 예선사용료 할인제도(V/D)를 보다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공휴일과 다름없는 토요일에는 공휴일 할증을 적용함으로써 조합원사의 경영수지에 다소나마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예선사용요율표를 개정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해 나가고자 합니다.
또 현재 조합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전국 15개사의 예선업체에 대해 예선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사업환경을 조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28일 개최된 중앙예선운영협의회에서는 예선사용료 할인제도 적용시 비조합원사의 실적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예선조합의 예선약관을 비조합원사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명문화하는 내용을 의결한 바 있습니다.
그 외에 조합원사 직원의 복지향상과 사기진작을 위해 외국항만 견학 및 문화체험을 실시하고 예선을 주제로 하는 사진공모전을 개최하는 일을 연례사업으로 계속 시행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조합 창립 33주년을 맞아 우리 조합의 새 얼굴로서 CI를 새로 제작해 곧 선보일 예정입니다.
Q. 지난해 조합의 현안사업들은 무엇이었으며 그 성과는?
지난해에도 가장 우선 순위의 현안은 역시 예선제도 개선의 추진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작년 12월 이를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한 일 자체가 성과라면 성과라고 말씀드릴 수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정부의 선원법시행령 개정 추진시 항만예선에 대해선 항해당직 부원의 의무 승선을 면제토록 신설하는 안을 성사시킨 일도 성과중의 하나입니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선원법시행령은 금년내에 시행될 예정입니다.
또 비조합원사의 회원가입도 선주협회의 도움을 받아 적극 추진했습니다. 목포와 군산항에서 5개의 사업자가 신규로 가입한 것도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 특정 선사가 고의적으로 예선사용료를 장기 체납하는 경우에는 전국의 모든 조합원사가 함께 공동으로 대응키로 결의했습니다. 우리 조합의 홈페이지도 새로 단장하고 내용도 대폭 개선해 수시로 업데이트하는 등 활기차게 운영중에 있습니다.
Q. 여수 및 부산항 기름유출사고 등으로 정부의 해양사고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아졌습니다. 그만큼 예선업계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여수항에선 지난 1995년에 씨프린스호 기름 유출사고로 많은 피해를 경험했는데, 이번에 19년에만에 또 같은 항만에서 기름 유출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관계당국의 지금까지 조사 결과 두 사건 모두 안전을 소홀히 함에 따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선박의 이・접안이나 해상급유시 안전대책이 얼마나 중요한 지 다시한번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여수항의 사고는 그 정확한 최종 결과가 나와 봐야 알 겠지만 일단 발표된 내용을 보면 본선이 자기 힘으로 과속으로 접안하려다가 사고가 난 것임에 비춰, 대형 선박이 이・접안시에는 무리하지 말고 전적으로 예선의 도움을 받아야 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선은 본선에 비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선박이지만 항만에서는 예선의 도움이 없이는 입출항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그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얘기가 앞으로 다시 돌아갑니다만 이렇듯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예선이 안정적인 환경속에서 선사가 원하는 원활한 서비스를 차질없이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Q. 해운 장기불황속에서 예선업계가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선요율 인상을 비롯해 개선돼야 할 당면 과제들이 산적할 텐데요. 이에 대한 대책방안은?
잘 아시다시피 국내 굴지의 STX팬오션(현 팬오션)과 대한해운이 해운경기 장기불황으로 인해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주인이 바뀌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글로벌 해운시장이 예상보다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걱정이 큽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많은 자구 노력을 강구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벌크선운임지수인 BDI가 완만하지만 상승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금년에는 세계 경제의 회복으로 해운경기가 상당부분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 조합에서는 해운경기가 좀 더 가시적으로 회복세를 보일 때까지 고통분담 차원에서 예선사용료 인상을 최대한 자제할 생각입니다만 금년 하반기에는 토요할증제를 신설하는 등 예선사용료 인상 문제를 조심스럽게 개진해 볼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Q. 선주협회와 조합이 현안 문제들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선주협회와의 협력 관계는?
우리 조합은 선주협회와 상호 협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주협회는 예선의 고객인 선사를 대표하고 있고 역시 예선 사업자를 대표하는 우리 조합과의 협력관계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 조합은 조합원사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선주협회와 수시로 만남을 갖고 선주협회 역시 우리 조합을 통해 선사의 어려움을 전달하면서 상호간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양 단체가 서로 협력해 보다 안전하고 양질의 예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끝으로 해운업계 및 관계당국에 부탁하고 싶은 바가 있다면...
앞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예선업이 보다 안정적인 환경속에서 보다 안전하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조성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전국의 항만에서 너무 많은 업체가 난립해 과당경쟁을 하는 상황은 예선업자나 사용자인 선주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각 항만별로 적정한 수준의 예선이 배치되고 적정한 수준의 수익을 보장해 줌으로써 제때에 노후예선을 대체하는 일은 항만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확보와 함께 보다 양질의 예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일부 외국적 중소형 선사나 지방대리점은 고의적으로 예선사용료를 체납하거나 아예 고의 부도 등을 통해 예선사용료를 납부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고의적으로 예선사용료 납부를 지연하거나 아예 납부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우리 업계는 자구책으로 예선 지원을 거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협조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만난사람=정창훈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