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前 대한변협 회장) 칼럼/도시공원을 살리자
1999년에 헌법재판소는 국가가 도시계획시설을 지정해놓고 도시계획시설결정을 장기간 집행하지 아니하는 구 도시계획법 제4조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결을 했다(헌재 1999. 10. 21. 선고 97헌바26). 법률상 도시계획시설결정이 언제까지 시행되어야 하는지 규정하지 않으면 국민의 사유지가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후 기약 없이 묶여있게 되므로 국민의 재산권행사가 과도하게 제한되기 때문이다. 위 판결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48조(도시·군계획시설결정의 실효)에 따르면 도시·군계획시설결정이 고시된 때로부터 20년이 지날 때까지 사업이 시행되지 않으면 결정의 효력을 잃으므로, 2020년 6월 30일까지 실시계획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장기간 미집행된 도시계획시설결정은 2020년 7월 1일부터 자동 해제되게 되었다. 이를 도시공원 일몰제라 한다.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상 공원으로 지정되었다가 해제되는 지역은 전국적으로 4421곳에 달한다. 개인의 사유지인 이 공원들은 도시계획시설 지정으로 개발이 제한되어 있다가 이로서 개발제한이 풀리는 것이다. 국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도시공원 일몰제로 인한 공원부지의 난개발을 우려하며 도시공원 실효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왔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도시공원 일몰제로 해제되는 공원들을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해 개발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헌법불합치 판결의 취지에 반한다는 이유로 지정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이 빗발치고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실시계획인가를 받는 것이지만 인가를 받은 후 5년 이내에 지자체가 토지 매입을 완료해야 하므로 재원 문제가 큰 걸림돌이다. 토지보상 재원이 충분하지 않은 지자체들은 민간사업자에게 공원과 인근부지를 개발할 권리를 주고 그 중 70%이상의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하여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는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민간공원 주변을 비공원시설로 개발하는 만큼 공원 기존 면적의 약 30%를 상실할 뿐 아니라 자연상태로 잘 보존된 녹지에 인공시설물을 설치하는 방법으로 공원을 조성하면 현재 상태보다 자연을 훼손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 각지에서 지역 주민들과 토지 소유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민간공원특례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도시공원 일몰제로 인한 공원지역의 난개발을 막는다는 미명 하에 정작 국가와 지자체가 난개발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고, 민간사업 시행자를 선정함으로써 사업주에게 특혜를 주는 것도 문제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환경보호와 국민의 재산권이라는 상반되는 가치 중 국민의 재산권에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는 제한을 가한다는 이유로 위헌판결을 받았다. 국가와 지자체는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 20년 동안 국민의 환경권과 재산권의 조화를 모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되는 2020년까지 재원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부랴부랴 민간특례사업을 추진하며 환경훼손을 조장하는 한편 민간 시행자에게는 재산상 이익을 주면서 정작 공원 소유자들은 강제수용을 감내하게 하고 있어 국민의 환경권과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
국가와 지자체는 미뤄둔 방학숙제를 급히 처리하듯 공원조성사업을 전국적으로 시행하며 토지 소유자와 인근 거주민들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의 공원부지 면적 상실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지자체들은 공원조성사업이나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 대책을 강행하며 공원을 지켜냈다고 공치사를 하기 급급해 보인다. 도시공원들의 존폐가 위협받는 것은 정부가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를 공적을 세울 기회로만 보는 듯하여 아쉽다. 국민의 환경권과 재산권은 중요한 헌법상의 권리이며 국가는 이를 최대한 보호해야 하는 것이지 일부를 지켜냈다고 의기양양해서는 아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