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포커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1-04-09     쉬핑뉴스넷

정통 해상법 전문가로 잘 알려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인현 교수는 최근 물류대란을 초래한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의 수에즈운하 좌초사고와 관련해 "수에즈운하 에버 기븐호 좌초 사고의 법적 쟁점"제하의 보고서를 내놔 해운업계의 지대한 관심을 사고 있다.

김 교수는 사고의 개요부터 운송계약관계, 불법행위책임, 선주책임제한, 보험관계, 채권자 보호수단으로 나눠 상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 

 

 

"수에즈 운하 에버 기븐호 좌초 사고의 법적 쟁점"

                                                      
1. 사고의 개요

수에즈 운하에 대만 회사인 에버그린(Evergreen)사의 에버 기븐(Ever Given)호가 2021.3.24. 좌초된지 1주일만에 구조되어 출항하여 수에즈운하는 다시 정상상태로 돌아왔다. 에버 기븐호는 컨테이너 박스 20피트짜리 2만개를 실어나를 수 있는 선박으로 길이가 400미터 선폭이 59미터로 초대형컨테이너의 하나이다. 에버그린은 중국의 COSCO, 프랑스의 CMA-CGM과 얼라이언스 관계를 맺고 공동운항을 하고 있었다. 에버 기번호에는 에버그린이 운송인인 화물과 COSCO 및 CMA-CGM이 운송인인 화물도 같이 실려 있다.

에버 기븐호의 선주로 알려진 쇼에이 기센(正榮汽船)은 일본의 이마바리 조선소의 자회사로서 선박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것만을 영업하는 선주사이다. 선주사는 선박을 대형운항사에게 임대하여주고 임대료를 받는다. 통상 정기용선(time charter)을 하여준다. 정기용선계약하에서는 선주사가 자신의 선장을 고용하여 선박과 같이 공급하게 되므로 선주사가 선장의 사용자이다. 에버 기번호의 선장이하 선원도 이와 같이 쇼에이 기센의 피용자이다.  

운항사가 선주사에게 선박을 건조하여 정기용선해줄 것을 청하면 선주사는 자기 자본을 30%투자, 건조자금의 70%를 은행으로부터 빌려서 선박을 건조한다. 금융권의 요구에 따라 해외의 종이회사가 등록선박소유자가 되고, 실제소유자인 쇼에이 기센은 관리인(manager)으로 나타나는 것이 통상이다. 쇼에이 기센은 선원의 고용, 수리 등의 선박관리업을 행하게 된다. 파나마의 등기상 선박소유자는 금융권과 금융대출계약을 체결하고 또한 에버그린과 동 선박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한다.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것이 희망봉을 도는 것보다 항해일수가 일주일 이상 단축되고 비용도 적게 들어 선호된다. 수에즈 운하 통과를 위해 도선사(pilot)가 승선하게 된다.  통과중에는 선교에 선장과 도선사가 존재한다. 도선사가 선박을 안내하지만 선장의 운항상의 지휘권이나 책임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에버 기븐호는 갑판위에 가득 컨테이너 박스가 실려 있기 때문에 옆에서 바람을 맞으면 반대방향으로 선박이 밀리는 힘이 크게 작용하게 된다. 대형선이기 때문에 선박의 조정이 쉽지 않아서 조심스런 운항이 요구된다.  

2. 운송계약관계

화물은 모두 컨테이너 박스안에 들어있다. 지연으로 인한 물적 손해는 배상되지만, 순수한 지연손해는 운송인이 도착일을 명기하지 않은 이상 배상이 쉽지 않은 손해이다.

선하증권의 소지인이 원고로서 운송인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게 된다. 운송인은 스스로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에버그린이 아닌 COSCO가 발행한 선하증권을 가진 화주는 계약관계가 없는 에버그린에게도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다. 에버그린과 다른 운송인은 도선사의 과실 혹은 선장의 운항상의 과실에 기한 손해임을 들어서 항해과실면책을 주장할 수 있다. 불법행위청구를 해도 동일하다. 이 경우에도 감항성을 갖출 것이 전제가 된다. 만약, 기관의 고장 등이 원인이라면 항해과실면책을 주장하지 못하고 오히려 감항성이 없다는 이유로 운송인은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운송인은 또한 포장당 책임제한이 가능하다. 불법행위 청구에도 마찬가지이다. 준거법은 선하증권에 약정된 법과 재판관할이 적용될 것이다. 대만법, 중국법 혹은 프랑스법이 될 여지도 많다. 어느 나라 법이나 거의 유사하다.  

3. 불법행위책임

수에즈 운하 당국은 운하폐쇄로 인하여 1주일간 감소된 통항료 수입에 대한 청구를 하게 된다. 그 원인은 에버 기번호가 제공했다. 에버 기번호 측에 불법행위를 청구원인으로 한 청구가 가능할 것이다. 선장의 과실 혹은 도선사의 과실로 발생한 사고라면, 그 사용자에 해당하는 쇼에이 기센이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통상 도선사는 도선중인 선박의 일시적 피용자로 간주된다.   

수에즈 운하 당국은 에버 기번호의 구조를 위해 예인선을 동원하는 등 비용이 많이 발생했을 것이다. 그 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선박에 대한 구조의 문제는 선박의 소유 혹은 점유와 관련된 문제이다. 에버 기번호는 쇼에이 기센이 실제로 소유하고 점유하고 있던 선박이다. 따라서 쇼에이 기센이 제거 의무를 부담하고 구조료를 지급해야한다. 에버 기븐호의 구조는 단순히 선박소유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위험공동체를 구성하는 화주를 위하여도 유익한 것이다. 공동위험단체 모두를 위한 선장의 의도적인 조치는 공동위험(General Average)을 구성하게 된다. 화주와 선박소유자의 공동위험에서 차지하는 가액의 비중에 따라 선박소유자와 화주가 비용을 분담하게 된다. 공동해손 제도도 모든 해운국이 운용하고 있다. 

수에즈 운하에서 1주일을 대기하고 있던 선박도 추가비용이 발생했다. 선박을 빌린 용선자는 용선료를 7일간 더 지급해야한다. 수에즈 운하에 진입전 사고 소식을 듣고 희망봉을 돌아서 운항을 결정한 선박도 추가비용이 발생하게 되었다. 모두 불법행위를 청구원인으로 하지만, 전자의 경우는 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배상의 가능성이 높지만, 후자의 경우는 예견가능성이 낮다고 보아 부인될 가능성이 높다.

4. 선주책임제한

해상법은 선박소유자에게 선박 운항상의 손해배상책임을 일정하게 제한하는 법제도를 가지고 있다. 1976년 선박소유자책임제한제도의 체제하에 있다. 쇼에이 기센은 자신이 부담하는 손해배상과 비용 등에 대하여 책임제한이 가능하다. 

책임제한절차가 개시되면 모든 채권자는 이 절차에 들어와서 제한된 금원을 나누어가지게 된다. 다만, 국가에 따라서는 선박의 제거구조비용은 책임제한이 되지 않는 손해로 하고 있다. 1976년 조약에서는 제거구조비용도 책임제한이 가능한 채권으로 하지만 이를 비제한채권으로 유보한 국가도 있다. 언론에 의하면 이집트도 이와 같다고 한다. 

실제로 쇼에이 기센은 선박관리인으로 나타나고 선박소유자는 파나마의 종이회사일 것이다. 책임제한권이 있다. 운송인도 책임제한을 주장할 수 있다.

책임제한을 신청한 자가 고의 혹은 무모한 행위로 사고를 발생한 경우에는 책임제한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선장의 무모한 행위는 쇼에이 기센의 책임제한에 영향이 없다. 사고발생의 염려가 있음을 알고서 무모하게 사고를 발생시켰다고 보지않으므로 책임제한이 배제될 사유는 없다고 본다. 

책임제한액수가 문제가 되는데, 총톤수가 22만톤이라면 1976년 조약에 의하면 330억원이다. 일본은 1996년 의정서의 2012년 인상액을 반영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1200억원으로 물적 책임이 제한될 수있다. 따라서 선주인 쇼에이 기센은 일본이 아니라 책임제한액수가 더 낮은 국가를 찾아서 책임제한절차를 개시할 가능성이 높다.

5. 보험관계

위와 같은 위험에 대하여 선박소유자 혹은 운항자 혹은 관리인은 보험에 가입한다. 선박과 관련하여서는 피보험자인 선박소유자 혹은 관리인이 피보험이익을 가지므로 선박보험에 가입한다. 구조비는 선박보험에서 지급하는 손해이다.

운송인은 선주책임보험에 가입하여 화주가 자신에게 청구한 손해를 전보받게 된다. 화주도 화물에 대하여 적하보험에 가입한다. 사고가 발생하여 손해를 입게 된 화주는 먼저 손해를 보험자로부터 받고 적하보험자가 운송인에 대하여 보험자 대위에 기하여 구상청구를 하게 된다. 해상에서의 선주책임보험은 P&I보험사가 담당한다.  

공동해손이 선포되어 선박소유자 및 화주가 비용을 분담하게 된다. 각국의 법률과 보험약관은 그 비용은 선박보험과 적하보험에서 보험자가 부담하는 비용으로 되어있다.

6. 채권자 보호수단

수에즈 당국 혹은 유럽의 화주는 자신의 채권을 보존해야한다. 피고가 될 자는 일본의 쇼에이 기센과 대만의 에버그린이다. 피고의 주소지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원칙에 따르면 채권자는 대단히 불리하다. 현재 문제가 된 선박을 가압류하면 편리하다. 채무자의 재산에만 가압류가 가능한 것이 일반이다. 에버 기번호의 소유자는 파나마의 종이회사이고, 채무자인 쇼에이 기센과 에버그린의 소유가 아니므로 가압류가 불가하다. 해양사고로 인한 채권은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고 채무자와 무관하게 그 선박이 가해자이고 피고라는 관념이므로 선박에 대한 임의경매가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컨테이너 선박은 주어진 일정하에서 운송되는 것이기 때문에 채권자들도 선박에 대한 강제집행을 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선박소유자의 책임보험자(P&I Club)가 법적 책임이 인정되면 자신이 부담해 준다고 약속하는 보증장을 제공하는 것으로 갈음한다.

7. 마치면서

선박이 대형화되면서 대형사고 발생의 여지가 많아졌다. 사고예방도 중요하다. 사고시 손해배상의 문제가 원활하게 처리되어야 한다. 이번 사고의 경우에도 국제조약으로 관련자의 책임문제는 잘 처리되도록 입법화된 것으로 확인된다. 각국은 국제조약을 받아들이거나 국내법화한 것이기 때문에 쉽게 법적 처리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해상보험제도, 공동해손제도, 선박소유자책임제한제도 등이 그러한 것이다. 다만, 선박은 소유자와 분리되어 다양한 형태로 운항되고 있기 때문에 운항자와 그 선박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 잘 파악하여 법률관계를 확정해야한다. 이는 해상법의 특유한 점이면서 묘미라고 할 수 있다. (2021.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