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형철 한국선급(KR) 회장
디지털ㆍ친환경 기술력 강화, 선박검사 품질 제고 등 5개 전략 방침 선정 추진
고부가가치선 KR 단일 선급유치 기반 마련 총력
암모니아, 수소 같은 차세대 선박동력원 기술협력 활발히 추진
포스트 코로나시대 선급업무 전반 온라인 시스템화 구축
Q. 지난해 창립 60주년 맞아 새도약을 다짐했습니다. 올해 한국선급 주요 추진사업은 무엇이며 실적 목표치와 전망은?
한국선급(KR)의 경영목표는 수입 1,340억원, 등록톤수 7,400만GT이며, 올해 탈탄소화(Decarbonization)와 디지털화(Digitalization)를 중심으로 기술 역량을 높여 업무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고객 서비스를 강화 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디지털ㆍ친환경 기술력 강화 △선박검사 품질 제고 △선급 영업력 확대 △경영혁신 활동 정착 △신사업 경쟁력 강화 5개 전략 방침과 고부가가치선 KR 단일 선급유치 기반 마련, 검사업무 디지털화 등 15개 중점과제를 선정해 주요 사업을 추진해 가고 있습니다.
현재 경영환경은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크고, 여기에 더해 국내외 선사들의 신조발주 소식이 이어지고 있지만 KR에는 아직 긍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못하고 있어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수입 감소가 예상 됩니다. 따라서 올해 경영 목표가 다소 도전적일 수 있으나,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 다양한 수입원 발굴, 온라인 기반의 마케팅 활동 전개 등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코로나로 위축되었던 영업 활동들이 조금씩 재개되면서 영업성과가 다소 호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가 수년 간 많은 고객들과 만나면서 느낀 KR의 가장 큰 경쟁력은‘신뢰’였습니다.
특히 해외선사들은 한번 KR의 서비스를 받아 보면 잘 이탈하지 않고, 무한한 신뢰를 보내 줍니다. 이미 기술능력 측면에서도 KR은 타 선급과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고, 오히려 고객 맞춤형 서비스 측면에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 합니다. 따라서 고객의 신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당장의 실적에 연연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시야로 입급선 확대와 수입 증대를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Q. 핵심 디지털기술 확보로 디지털선급으로서의 주도권 확립을 강조하셨는데요?
현재 KR 뿐 아니라 선급업계의 모든 선진 선급들은 디지털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탈탄소 기술까지 대비를 하지 않으면 미래에는 조직 생존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
지난해 KR은 창립 60주년 기점으로 디지털 선급으로 전환하기 위해 2025년까지 고장진단 및 예측 기반 기술(CBM), 3D 모델기반 설계승인 등 10가지 분야의 실용적인 디지털 기술과, 장기적으로는 자율운항선박 시대를 대비한 인공지능(AI) 적용 기술 개발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저는 그간 이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 각 본부마다 디지털 요소를 발굴하고 융합하기 위한 TFT를 발족시켰고, 「디지털 선급 전환을 위한 중장기 혁신 전략 및 로드맵」을 완성하는 등 기틀 마련에 주력했습니다. 앞으로 KR은 이 로드맵을 동력으로 Survey Support Center 구축, 고객과의 실시간 정보교환 등 핵심 디지털 기술 확보를 위해 속도감 있게 연구 개발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디지털 기술과 함께 대두되고 있는 탈탄소 기술 또한 궁극적으로 디지털 기술이 적용되어야만 생산성과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서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입니다. 때문에 디지털 선급으로의 전환은 KR 미래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사항이며, 기술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이탈된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대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Q. 친환경 선박 기술력 강화와 관련해 말씀해 주십시오.
현재 도입 예정인 탈탄소 규제는 과거 어느 때 보다 우리 해사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채택한 GHG Strategy에 따라 2050년까지 선박 운송업무 당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2030년까지 40%, 2050년까지 70% 개선하고, 국제항해에 종사하는 선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은 2008년 대비 2050년까지 50%를 줄여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최근 개최된 IMO MEPC 76차 회의에서 확정된 현존선에너지효율지수(EEXI)와 탄소집약도(CII)의 본격 도입으로 해운선사에 많은 부담이 될 것입니다.
선사들은 EEXI와 CII 만족을 위해 현존선에 대해 엔진의 출력을 제한해 선속을 낮추거나 에너지 절감장치를 탑재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만일 낮아진 선속으로 더는 용선이 불가능하거나 선박의 수명에 비해 에너지효율 개선비용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에는 새로운 선박으로 교체해야 하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기에 탈탄소 규제를 만족하지 못하는 선박은 시장에서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KR은 이러한 시장 상황을 미리 인식하고 지난해 탈탄소화를 위한 전담 조직을 꾸려 대응했고, 현재 해운선사, 조선소와 함께 암모니아, 수소와 같은 차세대 선박 동력원 등에 관한 기술 협력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올해 초 해운선사들의 대응책 마련에 도움을 주기 위해 웹기반의 온실가스 대응 포털사이트인‘KR GEARs’를 통해「EEXI/CII 계산 프로그램」을 출시하였는데 현재 고객들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입니다.
KR은 기술단체로서 해운선사와 조선소들이 이러한 변화의 시기를 잘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탈탄소 기반 기술 확보에 최선을 다하여 해사업계를 계속해서 지원해 나갈 것입니다.
Q. 한국선급의 검사품질 향상과 등록선 안전 확보 추진 상황은?
제가 임직원들에게 반드시 잊지 말아야할 우선 사항으로 당부하는 것이 바로‘선박 안전’입니다. KR이 신기술 개발과 사업다각화를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 모든 활동을 우선하여 고려해야할 사항은 바로‘검사품질 향상’과‘KR 등록선의 안전’입니다.
KR은 등록선박의 안전 강화를 위해 선박관리 상태, 선령, 선종 등을 기준으로 여객선, 위험물 운반선 등 고위험 선박을 지정하고 이에 대한 특별점검을 통해 잠재적인 해양사고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각 검사원들의 역량과 국내외 지부 특성에 맞는 맞춤형 검사․심사 교육을 통해 KR 검사원들의 역량을 강화해 선박검사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맹목적으로 등록선대를 늘리기 위해 비우량 선박을 입급하지 않을 방침입니다. 비우량 선박을 입급했다가 항만국통제(PSC)로부터 지적이 난무하게 되면 다른 입급선들에 피해를 줄 소지가 크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신중하게 등록선대를 확장해 나갈 것입니다.
Q. 전세계적으로 백신 전파가 급속히 진행중입니다.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대비한 한국선급의 대책은?
KR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부와 적극 협의하여 검사증서 유효기간 연장, 국제선급연합회(IACS)를 통한 코로나 대응 국제 공조 등 해운․조선사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적극 지원해 왔습니다.
코로나19 종식 후에는 그간 유효기간을 연장했던 검사증서에 대한 검사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대비해 중국, 싱가포르 등 전담팀을 별도로 꾸려 대응할 계획이며, 고위험 선박에 대해서는 전담인력을 추가로 투입하는 등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해사업계에 피해가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사업계에 디지털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미 많은 부분들이 디지털화 되어 가고 있지만 앞으로는 기존의 서비스에 디지털 기술을 얼마나 잘 융합시키고, 업무 전반에 걸쳐 적용시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냐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앞서 잠시 언급 했지만 제가 취임하면서 선포했던 디지털 선급으로의 전환을 서두르는 것도 이러한 미래 인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검사신청에서부터, 전자도면, 규칙확인, 선체기기모니터링, 사이버보안, 검사 등의 선급업무 전반을 온라인 시스템화해 전 세계 KR 고객들이 일률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안전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것입니다.
아울러 이동의 제한으로 그동안 전 세계 고객들과 만나지 못한 영업활동도 조금씩 재개하여 앞으로 해외 입급선 수주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일 예정입니다.
Q. 끝으로 해운, 조선업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KR은 사단법인으로,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총회 회원으로 해운․조선․기자재 업계 대표, 학계, 정부 관계자 등 우리나라 해사업계를 대표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해사업계가 주인 의식과 애정을 가지고 KR 발전을 위해 좀 더 힘써주셔야 동반 성장이 가능할 것입니다.
KR의 61년 발전사를 돌이켜 보아도 해운, 조선, 기자재, 보험산업이 함께 어우러져 발전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혼자서는 결코 세계 정상으로 도약할 수 없을 것임을 항시 염두에 두고 이에 대한 준비를 탄탄히 하여 세계 해사시장을 주도하는데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끝으로, 61년간 변함없이 성원해 주신 대한민국 국회, 정부, 그리고 해사업계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KR에 대한 애정과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만난사람=정창훈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