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전준수 서강대 경영대 명예교수/ 이시점에서 신조선 건조 현명한 결정일까?
해운업계에 최근 회자되고 있는 이야기는 HMM(옛 현대상선)이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을 건조해 주로 미주라인에 투입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HMM의 신조계획에 그동안 상대적 홀대를 받은 해운기업들이 공정한 재정 배분을 요구하며 신조선 계획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과거 한진해운 파산 이후 기울어진 시장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제2의 국적 원양선사의 설립과 육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 현대상선이 20척의 컨테이너 대형선 건조계획을 수립하고 추진 할 때에도 엄청난 반대가 있었다. 그 당시 반대했던 논리는 한정적 재정을 한 회사에만 투자하는 데 따른 상대적 불공정함과 현대상선의 마케팅 능력과 잃어버린 한진해운의 해외 네트워크를 감안할 때 20척의 대형선을 채울 수 있는 마케팅 능력이 현대상선에게 없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그럼에도 20척중 2만4,000TEU급 12척을 건조해 우선적으로 유럽항로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는 얼라이언스 가입의 절박성과 그를 위한 일종의 배수의 진이었다. 만약 얼라이언스 가입이 거부될 경우 독자적으로라도 유럽항로에서 영업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 필요하다는 전략적 의도에서 일시에 12척의 대형선 건조를 감행한 것이다.
해양수산부의 해운 재건에 대한 의지와 그 당시 현대상선의 경영진의 필사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하늘이 도와 코로나로 인한 미증유의 폭발적 수요와 공급망에서의 물류 인력부족과 항만의 정체현상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해 이러한 호황을 만들어 내었다. 현대상선은 HMM으로 변신해 10년 가까운 불황에서 쌓인 적자를 다 털어내고 금년 1분기에 1조이상의 영업이익을 구현해 내었다. 이것은 20척의 대형 컨테이너선의 건조 없이는 실현 불가능한 것이었다. 마땅히 이에 대한 논공행상은 없더라도 공식적인 인정은 있어야 하겠다.
현재 HMM의 10척의 대형선 건조는 정부의 공약사항인 우리 국적 컨테이너 선사를 세계 5위 선사까지 육성하겠다는 장기목표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지만 사실 현재 고가의 신조선 가격으로 향후 2년 후에나 건조돼 시장에 나올 선박을 10척씩이나 건조한다는 것은 그것을 운용할 HMM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현재의 과열된 컨테이너 해운 경기는 2023년부터는 진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운임의 급등 현상은 주요 수출입 항로에서 불균형의 심화로 공컨테이너 수급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항만에서의 정체현상의 심화가 내륙 물류망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이러한 공급체인 상에서의 비효율성이 20% 이상의 공급능력을 저하 시키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안정되면 그동안 극에 달했던 공급체인 상의 비효율성이 정상을 찾게 되고 현재 수축된 공급이 제 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금년 전반기에만 전년대비 43.5% 증가한 56.8만TEU의 신규 공급이 이루어졌다. 현재도 수요와 공급의 절대량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운임시장은 과열의 상태에서 급격히 벗어나게 될 것이다.
2023년 이후 컨테이너 운임이 안정이 되더라도 절대로 코로나사태 이전의 운임 수준으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현 운임 수준의 30-40% 수준에서 운임이 형성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신조선의 경우 이 수준의 운임에서 영업이익을 내어야 할 것으로 계산해야 된다. HMM의 기존에 건조된 대형선의 경우 현 신조선가 대비 20% 정도의 가격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향후 운영상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국가 정책에 의해 추진되는 신조선 건조야 어쩔 수 없지만 오직 상업적인 고려에 의해 신조선을 건조하겠다는 결정은 일면 무모한 결정이라고 판단된다. 우리 선사들은 현재의 호황에서 선대운영을 합리화하고 인재교육에 투자해 머지않아 닥칠 불황에 대비할 충분한 자금을 비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