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前 대한변협 회장) 칼럼/국민을 위한 수사권 조정이어야

2021-08-10     쉬핑뉴스넷
김현 대표변호사

검경수사권 조정을 반영한 개정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이 2021년 1월 시행되었다.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 수사를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6대 범죄로 한정하며, 경찰에게 1차적 수사권과 제한된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검찰에서는 검찰의 수사권을 지나치게 제한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2021년 7월 공포된 「검찰청사무기구 직제개편안」에 따르면 검찰 일반형사부는 6대 범죄 중 사기 등 경제범죄 고소사건만 직접 수사할 수 있다. 즉, 검찰의 전담부서(반부패강력수사부)만 6대 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 있고 전담부서가 없는 검찰청의 경우 형사부가 검찰총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6대 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것은 국민들이다. 과거에도 시민들이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는데 경찰서에서 혐의 입증이 어려워 고소가 되지 않는다며 반려하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있었다. 그래서 변호사들은 경찰이 고소장 접수를 받지 않으니 등기우편으로 고소장을 접수하거나 검찰에 고소하라는 조언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에는 4급 이상 공직자 범죄, 3천만 원 이상 뇌물 사건, 5억 원 이상 사기·횡령·배임 경제범죄, 5천만 원 이상 알선수재·배임수증재·정치자금 범죄에 대해서만 고소장을 접수할 수 있게 되었다. 같은 경제범죄라도 금액이 적은 범죄는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해야 한다.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부여되어 혐의가 인정된 사건만 검사에게 송치하고,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건은 경찰이 자체 종결할 수 있다. 경찰이 송치하지 않기로 한 사건의 경우 검사가 사건 기록과 관련 증거를 90일 동안 검토하고 재수사할 수 있다. 그런데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업무량 증가와 불송치 결정문 작성 부담을 이유로 부당하게 고소장 접수를 반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범죄피해자는 경찰이 고소장을 접수하지 않을 경우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조차 할 수 없어 수사기관의 문턱이 더욱 높아졌다.

형사소송법이 규정하는 검사의 수사권을 검찰청법이 제한하는 것은 법체계상 맞지 않는다. 심지어 검찰청법이 검사가 수사를 할 수 있는 범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고 하는데, 구체적 내용은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국민의 기본권과 밀접한 형사소송에 관한 사항을 법률 아닌 대통령령에 위임해 행정부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게 한 것은 중대한 위헌적 소지가 있다.

검찰에는 6대 범죄수사권만 남긴 것을 넘어 피해금액을 기준으로 가벼운 죄에 대해 경찰에게 수사권을 넘긴 것도 국민들에게 위화감을 느끼게 한다. 마치 경제사범, 정치인 사건 등 큰 사건만 검찰이 엄정한 수사를 진행하고 평범한 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중요하지 않은’ 범죄는 경찰 일선에서 덮을 수 있겠다는 불안감을 심어주고 있다. 검찰 권력 비대화를 견제하는 목적은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수사권조정이 충분한 검토 없이 이루어져 법률의 규정이 명확하지 않고 변칙적 위임입법으로 입법적 공백이 지나치게 많아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궁극적인 검경 수사권 조정의 목표는 경찰에게도 영장청구권을 넘겨주어 수사를 전담하게 하면서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해 기소권만 가지게 하는 것으로 이번 검경 수사권 조정은 시작에 불과하다.

검경수사권 조정의 목적은 권력 분배와 상호감시이고 궁극적으로 형사사법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검찰의 힘빼기에 주력하면서 정작 국민의 이익은 뒷전이 되어버렸다. 이로 인해 국민들이 경찰에 외면당하면 어디서 구제받아야 하는지, 경찰의 수사권 강화로 오히려 인권피해가 확대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또한 법원에서 강화된 증거법에 따라 범죄 증거가 능력을 잃는 경우가 많이 생기고 있는데 과연 경찰이 수사권을 독점하고 영장청구권까지 가지게 될 때 경찰의 부실한 증거 확보로 인해 검사가 제대로 기소하고 재판에 의해 범죄자를 응징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인지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의 검찰 길들이기에 피해를 보는 건 경찰이나 검찰이 아니라 국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