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태희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연구교수
글로벌 경쟁력 확보 공급사슬 형성할 수 있는 제도 필요
해운업계의 준공공성과 특수성 이해토록
서강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은 미래지식기반 융합시대를 선도해 나아갈 세계적 수준의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입니다. 그리고 기술경영 전문인력양성, 융합기술기반 벤처기업인 양성, 선진 산학협력시스템 구축을 비전으로 産 과 學, 기술과 경영의 융합을 실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한국의 벤처기업을, 한국의 융합기술의 세계화를, 세계적 수준의 기술사업화를 책임질 인재를 양성하는 곳입니다.
Q. 물류분야는 상당히 광대합니다. 교수님의 전공분야는?
저의 전공분야는 무역/물류/SCM입니다. 학업을 진행하면서 학사, 석사, 박사를 각각 경영학, 무역학, LSOM을 전공하면서 지금의 물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하나를 선택하기보다는 융합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물류분야가 광대하다는 것은 가능성이 무한하기 때문입니다. 매출증대를 통한 제1의 이윤원, 판매증대를 통한 제2의 이윤원에서 한계를 체감한 기업들은 제3의 이윤원이라 불리는 물류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또 실제로 효율적인 물류관리를 통해 많은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물류는 운송, 보관, 하역, 포장 그리고 정보라는 기본적인 기능들의 융합입니다.
하지만 물류 역시 기본적으로는 상적거래와 물적거래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상호의존적입니다. 나아가 최종공급에서 최종소비에 이르는 공급사슬을 함께 고려해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무역/물류/SCM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Q. 우리나라 물류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작년에 보고된 대한상공회의소 자료를 보면 세계은행이 제시하고 있는 물류성과지수(LPI; Logistics Performance Index)기준으로 우리나라 물류경쟁력은 전세계 21위입니다. 선진국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세계GDP에 기여하고있는 우리나라의 경제력을 고려하면 매우 열악한 상황입니다. 지금은 중국의 상해항에 밀려 세계2위 항만이 되었지만,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물류경쟁력에서 1위를 기록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산항의 위상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결국 우리나라의 물류산업이 1세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소위 물동량 처리량 등의 실적만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은행에서 제시하고 있는 물류성과지수(LPI)는 단순 실적이 아닙니다. 통관, 물류인프라, 국제수송, 물류역량, 물류추적, 적시성의 6가지 지표를 가지고 물류의 경쟁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앞서 전공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지표에는 무역, 물류, 그리고 SCM분야에서 주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변수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각 지표들을 각기 구분지어 생각하고 있으며, 통합하여 전체적인 흐름의 효율성을 개선하고자하는 생각이 부족합니다.
우리나라의 물류산업에서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이미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물류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을 더욱 발전시켜야 합니다. 소프트웨어는 결국 물류를 어디까지 볼 수 있는 창의적인 시각에서 온다고 봅니다. 제가 제시하고 싶은 것은 통관, 수송, 물류서비스, 고객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는 달라도 하나의 흐름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략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공급사슬관리가 현재로는 가장 적합한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Q.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화급히 개선돼야 할 제도적, 정책적 현안은?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공급사슬관리에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어떤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든 유입이 있고 유출이 있습니다. 즉 거래기업들이 존재합니다. 이들 거래기업들을 하청이나 외주의 개념이 아닌 파트너기업으로 함께 공존하는 것이 공급사슬관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북미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선전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전략이 공급사슬관리임은 규명되었으며, 비단 삼성전자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공급사슬관리로 성공한 기업들은 많이 출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산업구조는 모두가 인지하고 있듯이 대기업에 편중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에서도 중소, 중견기업들을 위한 많은 정책들을 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이 한쪽으로 편중되기 보다는 오히려 공존할 수 있는 제도적, 정책적 환경 조성이 중요하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타당한 말이지만, 저의 생각은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만의 고유성이 있으며, 대기업은 대기업만의 고유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러한 각각의 장점을 살려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공급사슬을 형성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안으로 최근 정책의 추세는 각 분야에서 컨트롤 타워를 중심으로 제도 및 정책을 일원화하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무역, 물류, SCM분야에 있어서는 아직도 일원화된 컨트롤 타워가 부재합니다. 국내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해결과 극복을 하나의 게이트를 통해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제시되고 있는 소소한 부분의 제도 및 정책적 개선보다는 이러한 문제를 하나의 그릇에 담을 수 있도록 일원화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합니다. 이에 정부는 물류산업(무역, 물류, SCM 포함)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책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또 소통할 수 있는 전담부서를 설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로의 ICT 정책과 실행의 일원화가 좋은 예가 될 것 같습니다.
Q. SCM분야와 관련 우리 기업들에 당부하고 싶은 바는...
공급사슬관리는 1982년 Oliver and Webber의 논문에서 소개된 이후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관심의 근원은 바로 공급사슬관리는 과거 Firm vs. Firm의 관점이 아닌 Chain vs. Chain의 관점 전환을 의미합니다. 하나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관여한 많은 기업들(파트너)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일 때 차별적 경쟁우위를 가짐을 의미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공급사슬관리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도 학계와 업계에서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10여년 후 1990년대에 들어서는 지금까지 가장 뜨거운 이슈가 바로 공급사슬관리입니다. 그만큼 의미와 효과가 있다는 뜻입니다. 최근 미국의 Job Discription을 보면 약 80% 이상이 공급사슬관리 전공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국제적이며, 국내에서도 분명 공급의 흐름에서 하나하나의 기능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을 인식하는 인재가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내의 공급사슬관리를 보면, 많은 부분 추세를 잘 따라가고 있지만, 아직도 공급사슬에 대한 인지가 부족한 기업들이 많습니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철학임에도 근시안적으로 자신의 기업의 이익만을 고려하여 행동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공급사슬 흐름에 있는 파트너기업들에게 비용과 위험을 전가하게 되며 결국은 소비자에게 비용과 위험을 전가하여 해당 공급사슬에서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시장점유율 및 경쟁력 하락은 당연한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도 공급사슬관리의 운영기법에 앞서서 공급사슬관리에 대한 인지와 철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급사슬 간의 파트너십이 원만해야하는데 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의사소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사소통은 정보를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 상호이해를 기반으로 합니다. 서로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상호발전을 도모한다면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공급사슬관리로 발전되어 국제무대에서 오히려 더 큰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Q. 관계당국이나 관련업계에 하고 싶은 말씀은...
1) 해운업계를 위한 제언
무역, 물류, SCM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논하였는데, 이 분야는 기본적으로 사회간접자본(SOC)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즉, 단기적으로 눈부신 성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최근 물류산업 가운데 다른 분야보다는 해운업계가 특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나 업계 그리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모든 산업을 동일한 척도로 평가하기보다는 해운업계의 준공공성과 특수성을 이해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단기적으로 이윤을 추구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산업전반의 안정성을 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간산업에 해당하는 해운산업에 대한 제고(提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 RCEP에 대한 준비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무역국가입니다. 최근 세계의 패러다임은 2개 국 간의 FTA를 넘어서 RCEP, TPP 등 지역경제를 기반으로 한 무역협정으로 빠른 전환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가 간 교역의 체계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중요한 관심사가 된 것이 바로 원산지 증명입니다. 이 원산지 인증의 요건 가운데 중요한 부분이 바로 자국에서의 운송입니다. 즉, 물류산업의 대상이 되는 시장은 더 넓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정부나 연구소에서도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방적인 설명과 대비책보다는 업계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상호소통을 통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3) 창의적인 물류인에 대한 제언
우리나라의 물류산업 경쟁력은 아직 완전한 경쟁력을 가지기에는 보다 많은 노력과 투자가 절실하다고 봅니다. 현재로서 정책과 투자부문은 다른 국가와 비교하여도 잠재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쉬운 부분은 바로 사람입니다.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하고 무한한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결국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물류인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에 많은 대학들이 물류를 특화하여 과정을 새롭게 하고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물류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관점보다는 공급사슬을 이해하고 물류를 제공하는 방향이 되어야할 것 같습니다. 즉, 경영, 경제 그리고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상황에서 물류에 대한 전공지식을 가지는 것이 옳은 것 같습니다. 대학교과과정과 기타 기관에서 주최하는 물류관련 교육프로그램에서도 물류만을 고집하기보다는 다양한 지식과 소양을 기반으로 물류를 이해하는 물류인 양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난사람=정창훈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