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재 한국선주협회 회장] 외항해운 위기극복, 글로벌스탠더드가 해법이다
우리나라 수출입화물의 99.7%가 바닷길을 통해 안정적으로 수송되고 있으며, 부산항이 세계 5위, 조선산업이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우리 외항해운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우리 외항해운산업은 연간 350억달러의 외화를 획득함으로써 석유제품, 반도체, 자동차, 조선과 함께 5대 외화획득산업으로서 국가경제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해운은 또 항만, 조선, 금융, 철강, 보험 등 전후방 관련산업의 연계발전을 견인할 뿐만 아니라 유사시에는 육ㆍ해ㆍ공군에 버금가는 제4군으로서 전략물자를 수송해야 하는 등 안보산업의 역할까지 해야 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해운과 조선 등 세계해양산업 규모는 2008년 7.6조달러에서 2020년에는 14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해운을 비롯한 해양산업의 가치는 우리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궁무진하다.
이에 덴마크를 비롯하여 프랑스, 스위스 중국 등 주요 해운국들은 지난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해운시황이 폭락함에 따라 위기에 처한 자국 해운산업의 회생을 위해 금융지원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이들 국가의 해운기업들은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해운산업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외항해운업계의 위기극복 활동이 전면 중단되는가 하면, 한국상선대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정상적인 해운정책 추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들어 덴마크의 머스크라인이나 프랑스의 CMA-CGM 등은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친환경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잇달아 시장에 투입하면서 규모경제의 이점을 극대화시켜 나가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대표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수익성을 내는 전용선부문과 컨테이너터미널을 매각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 나가고 있으나, 주변 여건상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은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세계 5위의 한국해운 위상 저하는 불가피하고 최악에는 해운기반이 와해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외항해운의 경쟁력 유지를 위한 정책들이 정상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금년말 일몰이 도래하는 톤세제도의 존속문제를 비롯하여 해운보증기구의 조기설립, 회사채시장 안정화방안 연장, 3자물류 활성화 등 외항해운현안이 산적해 있다.
특히 톤세제도는 한국상선대의 국제경쟁력을 좌우하는 글로벌 해운세제로서 반드시 존속되거나 영구화되어야 한다. 세계 상위 20여개국(세계상선대의 70% 차지)은 자국상선대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톤세제도를 영구화하여 시행하고 있다.
세계교역항로에 운항중인 상선대 10척 중 9척이 톤세제도를 적용받거나 세금이 거의 없는 저조세국가 선박인 점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글로벌 시장에서 무한경쟁하는 해운산업의 특성상 국내에서만 통하는 시스템으로는 해운기업의 영속성은 고사하고 생존과 번영을 기대할 수 없다.
한국상선대의 국제경쟁력을 유지시키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오는 2020년 세계 3대 해운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세계에 통용되는 해운세제의 글로벌스탠더드를 시급히 확립해야 한다.
돌이켜 보면, 지난 2002년 이후 선박투자회사제도와 제주선박등록제도, 그리고 톤세제도와 같은 선진해운제도가 도입된 이후 우리나라 해운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세계 5위로 해운국으로 등극할 수 있었다.
이처럼 경쟁력을 좌우하는 좋은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키고 유지,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되새겼으면 한다.
끝으로 전 해운인의 이름으로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께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