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포커스/ 강범구 한국항만협회 회장

2024-05-26     쉬핑뉴스넷

글로벌 해양 강국을 향한 항만의 발전 방안

 

강범구 회장

5월 31일은 제29회 바다의 날이다.

금년에는 수도권 해양레저관광 거점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해양자원을 적극 활용하여 친환경 해양관광벨트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경기도 화성시 전곡항 일원에서 기념식이 개최될 예정이다.

‘바다의 날’은 1994년 발효된 UN 해양법 협약을 기념하기 위해 해양의 중요성과 바다에 대한 국민의 인식 확산 등 해양 사상을 드높이고, 관련 종사자의 자긍심을 북돋우기 위한 목적으로, 1996년 신라시대 해상왕 장보고가 전남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한 달(825년 5월)을 기념하여 5월 말일로 정하고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상, 바다는 국가 경제와 안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특히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항만을 통해 수출입 물동량의 99% 이상을 처리하고 있어 수출입의 전진기지인 항만의 중요성은 그 어느 나라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부산 신항, 광양항, 평택․당진항, 인천 신항 등 신항만이 본격 건설되어, 부산항은 세계 제2위 컨테이너 환적항만으로 자리 잡았고, 광양항은 컨테이너, 제철, 석유화학 등 종합항만으로, 평택․당진항은 자동차, 양곡, 국제여객 등을 처리하는 수도권 제2 관문항으로, 인천항은 컨테이너, 국제여객, 잡화 등 수도권 관문항으로 각각 특화 개발되어 저마다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항만이 양적 성장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질적 성장을 추구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발전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저비용 고효율의 스마트 항만 구축이다.

기존 항만개발은 인력 위주의 수동 운영 방식이었으나, 앞으로의 항만은 저비용 고효율의 생산성 높은 스마트 항만 구축이 절실하다.

스마트 항만은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하여 하역, 이동, 적재 등을 무인 자동화하는 디지털화된 항만 시스템 구축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4월에 개장식을 가진 우리나라 최초의 완전 자동화 컨테이너 터미널인 부산 신항 7부두는 첨단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인력 의존도를 줄이고, 신속한 처리 속도와 효율성 등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켰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스마트 항만 구축은 세계적 추세로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여 확대 추진되어야 한다. 앞으로 항만의 스마트화가 우리나라 항만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물류 허브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둘째, 친환경 항만 조성이다.

현재 많은 항만이 여전히 화석 연료를 대량 사용하고 있어, 탄소 등 오염 물질 배출로 인해 인근 도심 등 주변 생활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과 기후 변화와 환경 보호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친환경적인 항만 조성이 필수적이다.

풍력, 태양광, 가스 등 저탄소 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해양환경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여 항만주변 대기질과 해양수질을 개선하여야 지속 가능한 항만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정부는 항만 대기질 및 수질 개선을 위해 선박 저속 운항, AMP 도입, 해양 정화 사업 등의 많은 정책을 시행중에 있으나, 범위를 확대하고 신속한 추진이 필요하다.

친환경 항만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풍력, LNG, 수소 등의 저탄소 에너지 확보가 관건이므로 이에 소요되는 전용부두, LNG 및 수소 벙커링 등 인프라 시설을 조속히 갖추어야 한다. 진정한 친환경 항만은 항만에너지 자립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체계적인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이다.

항만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전문 인력 양성과 지속적인 연구 개발이 가장 중요하다. 글로벌 항만 환경에 부합한 저비용 고효율의 스마트 항만 기술개발, 태풍 내습 및 해안 침식, 지진 등 자연재해 예방 대책 수립을 위한 항만기술 연구와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항구적인 연구 개발과 체계적인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종합적인 항만 기술 연구기관의 설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로벌 해양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하여는 독자적인 기술력과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여 국제 사회와의 교류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1885년 창설된 세계수상교통시설협회(PIANC) 연차총회를 우리나라 최초로 내년 5월 부산에 유치한 것을 계기로, 우리의 우수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세계에 알려야 한다

또한, 앞서가는 세계적 기술 트렌드를 따라잡도록 산·학·연·정 모두가 PIANC의 여러 Commission과 Working Group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항만 기술의 세계화에 매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항만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이고, 해양 강국으로서 지위를 공고히 하는 기회를 만들어가야 될 것이다.

‘바다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이는 우리가 얼마나 바다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되새기고, 바다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날이다. 우리나라의 항만은 우리 경제의 동맥이자, 세계와 소통하는 창구로 항만 산업의 발전은 곧 우리의 미래와 직결된다.

미래의 세대들이 깨끗하고 풍요로운 바다에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우리는 오늘부터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바다는 우리의 미래이며, 그 미래는 바로 우리들 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