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한화시스템,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한화오션 지분율은 40%
-필라델피아 해군기지 바로 옆 조선소, 언제라도 미해군 사업 시작 가능 -향후 정상화 및 일감 확보가 관건, 그러나 미국 첫 진출은 큰 의미
한화그룹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하이투자증권 변용진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6월 20일 외신은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이 공동으로 미국 필리 조선소(Philly Shipyard)를 현금 1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오슬로에 상장된 동사의 주가는 인수 발표 전날 기준 NOK(크로네) 37.2에 시가총액 4.7억 NOK(한화 630억원) 수준이었으나 발표이후 주가는 장중 100% 가까이 상승했다.
회사의 공식 발표가 아직 없어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의 투자비율, 정확한 거래금액과
시점 등 거래 상세 내용은 불확실하지만 일부 보도에 따르면 주당가액을 NOK 87.2로 산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대주주(노르웨이 AKER Capital ASA)의 지분 57.4%를 전량 매수한다고 가정하면 필요금액은 매수금액은 약 820억원이며 이는 알려진 인수대금 1억
달러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에 거래 상세 내용은 향후 공시내용과 회사 발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필리 조선소(Philly Shipyard)는 미국 필라델피아 해군기지의 바로 옆에 위치한 조선소이다. Jones Act를 준수하여 미국 공공기관과 해군, 해경 등에서 발주하는 선박의 건조 및 수리, 유지보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조선소다. 대주주는 미국이 아닌 노르웨이의 종합해양/에너지 업체인 Aker ASA의 100% 자회사 Aker Capital이다. 현재 수주잔고는 미국 해사청(MARAD)이 발주한 NSMV(국가안보 다중임무선) 4척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과거 다수의 소형 컨테이너, 탱커, 관공선 등을 건조한 이력이 있다.
현재 수주잔고에는 군함은 없으나 언제라도 해사청을 비롯한 해군/해경 등 미 정부기관의 발주를 받아 수행할 자격을 보유한 조선소이다. 여기에 동사가 필라델피아 해군기지 바로 옆에 위치한 점을 고려하면 향후 미해군 MRO사업으로의 진출 가능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세계 최대 규모인 한국 조선소들에 익숙해진 우리의 눈에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로 보이지만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다. 2개의 Dry Dock는 330m x 45m의 크기로 항공모함을 제외한 미국 해군의 대부분 주력 함정을 소화할 수 있으며 강재를 운반/보관할 수 있는적치장, 선박 블록을 만드는 옥내 소조립/대조립 공장 등 수리는 물론 신조선 건조까지 수행할 수 있는 필수적인 설비를 잘 갖추고 있다.
또한 Dry Dock에는 660톤급 골리앗 크레인과 여러 개의 Jib 크레인을 운용하여 대부분의 중량물을 소화할 수 있다. 통상 길이가 300m, 너비는 45m를 훌쩍 넘기는 대형 상선에 비해 미 해군의 주력 구축함은 상대적으로 작아 길이는 150~180m, 너비는 20m 수준이며 그 크기에 비례해 건조와 수리 시에도 다뤄지는 중량물의 무게가 작아 이 정도의 크레인으로도 충분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즉 일상적인 군함의 유지보수/정비(MRO)는 물론 신조선 건조에 준하는 창정비(Overhaul) 까지도 무리 없이 소화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된다.
동 조선소의 경영 상황은 코로나 사태 이후로 증가한 원가와 취약한 미국내 조선업 공급망 등의 문제로 어려운 상태다. 2023년 매출은 4억 4,185만 달러에 영업손실(EBIT)은 7,161만 달러로 -16.2%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하였다. 누적된 적자로 동사는 2023년 말 기준 부분자본잠식 상태이다.
따라서, 시가총액을 감안한 시세보다는 비싸지만 조선소 인수금액으로는 일견 비싸지 않아 보이는 1억 달러라는 인수금액은 향후 동사의 정상화에 필요한 투자의 시작일 수 있다. 조선업 기반이 취약한 미국에서, 한국조선소의 높은 효율성과 생산성을 이식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시장이 지속적으로 기대해 왔던 미 해군 MRO사업 진출의 첫 발을 떼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둔다. Jones Act를 준수하는 미국 본토 소재의 조선소를 교두보로 확보한 것은 태평양 7함대 뿐 아니라 전체 미 해군의 함대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수주잔고에는 군함이 없으나, 당장 건조 및 수리작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알려진 미 해군의 상황을 고려하면 수리사업 등의 일감을 확보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특히 군함 전투체계 및 레이더 등을 공급하는 한화시스템의 공동 인수 참여는 단순 지원선 및 비핵심 전투체계 관련 MRO뿐만 아니라 전투함 및 핵심 전투체계의 MRO사업까지도 넘볼 수 있다는 기대를 심어 준다.
사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번 인수에는 사전에 한미 양국의 상당한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되며 초기 일감 확보에 대한 부분도 필시 논의되었을 것이다. 향후 하나씩 공개될 사업의 디테일과 회사의 비전을 흥미롭게 지켜 볼 일이라고 변 애널리스트는 밝혔다.
한편 한국투자증권 강경태 애널리스트는 필리조선소 지분 인수와 관련해 지분율은 한화시스템이 60%, 한화오션이 40%이다. 아울러 인수 핵심은 두가지라고 코멘트했다. 첫째는 미국에서 발주되는 상선, 군함, 해양(해상풍력설치선 등) 신조 및 MRO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필리조선소는 한국의 HD현대미포와 같이 MR 및 아프라막스급 탱커, 피더 컨테이너선 등 중소형 상선을 건조하는데 최적화된 도크와 크레인 캐파를 갖추고 있는 곳이다. 군함 신조 이력은 부족하지만 동부 연안헤 위치한 해군기지 3곳과 인접한 이점을 살려 군함 MRO을 꾸준하게 하고 있는 곳이다. 인수 목적에 적합하게 시설을 재배치할 것으로 보이며 야드는 주로 상선보다 해양 방산 및 MRO 목적으로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는 돈이 남는다는 것이다. 한화오션이 2차 증자를 통해 투자목적 회사인 손자회사에 내리기로 결정한 돈은 약 3600억원이다. 필리조선소 지분 인수 후 3천억원 가량의 출자금이 남는 상황이다. 추가 M&A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