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포커스/ 김재철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

2024-12-03     쉬핑뉴스넷

[기고] 안전한 뱃길, 한국형 첨단 e-내비게이션으로 열자

김재철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

 

김재철 청장

거친 바람과 물살 속에서도 배들이 바다 위를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돕는 현대판 등대가 있다. 바로 ‘e-내비게이션’이다. 우리가 자동차를 운전할 때 내비게이션을 켜서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달하는 것처럼, 선박 역시 e-내비게이션을 활용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항로를 찾는다. 오늘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형 e-내비게이션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e-내비게이션이란 무엇인가?

e-내비게이션은 해상에서 선박의 안전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항해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선장이 지도와 나침반, 레이더에 의존해 항로를 설정했다면, 이제는 GPS, 디지털 해도, 실시간 기상 정보, 해양안전정보 등을 활용해 더 정밀하고 과학적인 항해가 가능해졌다. 쉽게 말해, 바다 위의 길잡이 역할을 하며 “더 안전하게, 더 빠르게, 더 경제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한국형 e-내비게이션, 무엇이 특별한가?

우리나라는 e-내비게이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한국형 e-내비게이션 구축사업을 시작했으며, 2021년부터 세계 최초로 LTE 기술을 활용해 육지로부터 100㎞ 떨어진 해상까지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매일 오전 10시, 오후 5시 두 차례 정기 해상교통 안전 라디오 방송도 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해상교통 환경에 특화된 기술을 적용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주요 해운국 중 하나로, 동서 남해를 통해 매년 수십만 척의 선박이 오간다. 특히, 인천, 부산, 광양과 같은 대형 항만뿐 아니라 크고 작은 섬과 연안 지역까지 다양한 특성을 반영한 서비스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한국형 e-내비게이션은 실시간 데이터 공유, 정확한 항해 경로 제공, 해상교통정보, 기상, 충돌 및 좌초 위험정보 등 차별화된 기능을 갖추고 있다.

해양 사고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데도 이바지한다. 지난해 국내 해양 사고의 약 80%는 조작 실수나 운항 부주의 등 인적 과실로 인해 발생했다. e-내비게이션은 이러한 인적 과실을 최소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인천은 조수 간만의 차이가 심하고 갯벌로 형성된 좁은 수로가 산재해 있어 많은 주의가 요구되고 있어, 사고 예방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1년부터 신조되거나 수입되는 3톤 이상의 선박에는 e-내비게이션 단말기 설치가 의무화됐다. 그전에 건조된 선박에는 권장 사항이다. 단말기 설치 시 척당 최대 250만 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적극적인 설치를 권장하고 있다.

일반인에게도 중요한 기술

이 기술은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구매하는 상품 대부분은 선박을 통해 운송된다. 따라서 선박이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항하면 물류비 절감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연료 소비를 줄여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기름 유출 사고를 방지해 깨끗한 바다를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바다에서 레저활동을 할 때도 긴요하다. 일례로, 지난 5월에 제부도 인근 해상에서 e-내비게이션을 통해 구조신호를 신속히 보낸 덕택에, 승선원 11명 전원이 무사히 구조된 사례도 있었다.

세계를 향한 한국의 도전

한국형 e-내비게이션은 단순히 국내에 머무르지 않는다. 아시아는 물론 유럽, 북미 등 주요 해운국들과 협력하며 글로벌 표준화와 세계적인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과 해운 강국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들이 이 기술을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국제 해운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우리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e-내비게이션은 한국이 세계 해운산업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더 나아가 환경과 경제를 모두 아우르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미래를 준비하는 한국형 e-내비게이션, 그 혁신적인 항해가 더 넓은 바다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응원해 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