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처음보는 사이클이라 방심할 수 없다"...미국 관세인상, 단기적으로 오히려 업사이드(!?)

-발주잔량 숫자만으로 불황 사이클을 단정하기 어려워 -2027년 IMO 중기 결합조치 도입은 지연되지 않을 전망 -2026년부터 그동안 미뤄온 노후선 해체 본격화 전망...당장 20년 이상 선박만 11%로 폐선 불가피

2024-12-04     쉬핑뉴스넷
사진 출처:IMO 홈페이지

해운업계는 처음보는 사이클이라 방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투자증권 최고운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컨테이너선 정기선 해운시황은 기대 이상으로 선방하고 있다. 중동 지정학적 갈등과 미주 노조파업 등 병목 리스크는 점차 완화되는 가운데 팬데믹 당시 발주했던 대규모 선박들이 하나 둘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 이제는 연말쇼핑 시즌 선적수요도 일단락되며 계절적 비수기다. 홍해 통행이 안 풀리더라도 그돋안의 공급증가를 감안하면 운임시황 2023년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SCFI(상하이발컨운임지수)는 작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은 2000p대에서 반등했다. 4분기 들어오히려 5% 상승한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새로운 운임 하락요인을 찾기 어렵다 반면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에 따른 물량 밀어내기와 미동안 항만노조의 1월 파업 재개 가능성 등 업사이드 요인이 더 부각되는 시점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의 이익 컨센서스는 올해 뿐만아니라 2025년 기대치 역시 상향되고 있다.

그동안의 공급과잉 우려에 대해서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두 번의 물류대란을 겪으며 선사들의 전략기조 및 화주와의 관계는 크게 달라졌다. 단순히 물동량만 보면 해운시장의 성장성은 예나 지금이나 크지 않지만 공급망 관리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루트 최적화, 재고비출 관리, 항만적체 최소화 등 물류 솔루션 측면에서 해운 서비스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향후 보호무역주의 기조와 선박 환경규제 역시 물류 난이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선사들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최근 발주 투자가 다시 과열되고 있지만 공급경쟁 양상은 예전처럼 단손하지 않다. 지금까지는 친환경 선박규제에 대해 화주는 물론 선사와 조선소 모두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선사들은 환경규제를 명분으로 비용부담 이상으로 운임을 더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발주잔량 숫자만으로 불황 사이클을 단정하기 어려워졌다. 따라서 2027년 IMO 중기 결합조치 도입은 지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늦어도 2026년부터는 노후선박 해체가 급증할 전망이다. 원래 선사들은 그때까지 2~3년 일시적인 공급과잉도 감수하고 발주 투자를 확대해 온 것인데, 홍해 사태와 대중국 관세 인상으로 운임하락 기간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환경규제로 노후선이 멈추게 되면 운임 레버리지는 물류대란급으로 클 것이라 분석이다.

HMM 중가는 대규모 발주잔량에 놀라 향후 불황을 기정사실화하고 리스크를 선반영하고 있지만 실제 업황은 홍해 병목 장기화로 내년에도 조단위 영업이익이 가능하다는 추정이다.

이제 해운업종은 기존의 사이클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황 시나리오가 틀렸을 경우를 준비해야 한다고 최 애널리스트는 밝혔다.

호황이후 경쟁과열로 불황이 올 것이라는 사이클 논리가 지배적이다. 컨테이너 정기선 해운은 전통적인 시클리컬 산업이다. 중국 경기에 민감하고 과잉 공급 경쟁이 빈번했던 탓에 2010년대 장기불황의 이미지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다. 2020년대 들어 역대급 물류대란 호황을 두 번이나 누렸지만 그 때만다 대규모 발주투자로 이어지면서 공급 리스크는 달라지지 않았다. 현재 선복량 대비 발주잔량 비율은 25%로 상승했다. 불필요한 경쟁을 억제하던 얼라이언 체제도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불황기에는 선사들이 서로 단은 생각을 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제는 투자여력이 높아진 만큼 전략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MSC가 외형 확대에 속도를 내면서 가장 먼저 1~2위 선사간 동맹인 2M이 깨졌다. 또 각국 정부들이 해운업계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그동안 수출입을 책임지는 기간산업인 선사들이 장기불황으로 힘들어했던 만큼 얼라이언스와 같은 공동행위를 허용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운임이 단기 급등하는 상황이라 반독점 규제가 되살아나고 있다. EU는 해운업에 지난 14년간 적용되던 반독점 예외규정인 CBER(Consortia Block Exemption Regulation)을 올해부터 연장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합산 점유율 30% 이상인 얼라이언스의 공동행위에 제약이 생기게 됐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2020년대 역대급 물류대란 수혜로 해운산업의 체질이 개선된 효과보다 경쟁이 재차 심화되는 것을 더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말 홍해 사태가 터지기 전만해도 일부 선사들은 적자전환했다. 2023년 운임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조정받았다. 선박 환경규제에 미리 대응위한 발주라는 선사들의 전략에 대해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IMO 주도로 수차례 선박규제가 도입됐지만 컨테이너 공급에 실질적인 영향을 준 적은 없었다. CII등급도 결국 평가기준에 대한 불신과 현실적인 대안의 부재로 인해 온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 MEPC 회의는 2023년 3월 80차 이후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올해 10월 82차 회의에서도 2027년 중기 결합조치에 대해 논의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다만 올해 수에즈 운하 통행중단이 장기화되면서 쉽게 바뀌지 않던 해운시장에도 다른 길이 보이고 있다.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선사들이 단순히 글로벌 경기호조 덕분에 번 돈은 많지 않다. 다만 이익 레버리지가 가장 컸던 것은 외생 변수로 인해 공급 병목이 발생했을 때였다. 선사들은 앞으로의 10년에 대해서도 새로운 공급 제약요인으로 환경규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친환경 선박교체를 준비할 여력이 없었고 혼란이 생겼을 때 운임이 어떻게 반응할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두 번의 물류대란을 계기로 환경규제 강화도 해운업계에 기회하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동안 조선과 해운업계 모두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탈탄소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상위업체들이 규제 도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IMO의 2027년 중기 결합조치는 이러한 맥락에서 중소선사 및 일부 국가들이 환경규제를 빠져나갈 명분을 제도적으로 차단한다는 점에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2025년 중으로 세부 내용을 확정할 방침이라 2026년부터는 그동안 미뤄온 노후선 해체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20년 이상 선박만 11%로 폐선이 불가피 해 보인다.

홍해 사태로 2026년 폐선이 본격화되기 까지 시간을 벌었다.

친환경 선박규제는 패러다임 전환급으로 큰 변화이기 때문에 수급이 매년 균형을 맞춰가며 대응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선사들은 향후 2~3년간 일시적으로 공급과잉이 되더라도 중장기적인 기회 요인이 더 크다는 판단아래 발주투자를 선제적으로 늘렸다. 그런데 운 좋게도 홍해 사태와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에 따른 반사이익 덕분에 이러한 불황을 단축시킬 수 있게 됐다. 수에즈운하의 통행은 여전히 재개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클락스은 이제 2025년 전망에서 희망봉 우회를 기본 시나리오로 상정하고 있다. 이 경우 수요는 전년대비 3% 증가할 전망이다.

내년 선복량이 원래 예상했던 스케줄대로 5% 늘어나는 것과 비교하면 올해만큼 시황이 과열되길 기대하기는 어려워도 이 정도 수급차이가 불황을 단정지을 수준인 것도 아니다. 이를 반영하 듯 해외 선사들의 2025년 이익 컨센서스는 상향되고 있다. HMM의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 역시 1.1조원으로 기존 대비 18% 상향한다는 것이다. 홍해 정상화 시점에 대한 가정을 하반기로 늦췄다. 2026년 환경규제 영향이 가시화되기까지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관세인상은 단기적으로 오히려 업사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 HMM에게 기회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금처럼 강달러 기조는 기능통화가 달러인 해운선사들의 실적에 긍정적이다. 보호무역주의 정책강화에 대해서도 우려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기본적으로 관세인상이 취지는 자국내 산업 육성이다. 미국 스스로의 소비여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통상정책이 실행될 것이다. 앞서 집권 1기에서도 대중국 관세 인상은 교역량 감소보다 해운물류 패턴 변화로 먼저 이어졌다. 동남아, 남미 등 대체 교역루트가 부각됐다. 오히려 올해 2분기 SCFI 급등에서 알 수 있듯이 관세 인상을 앞두고 계절적으로 준비 못한 물량 밀어내기가 나타날 경우 단기 운임은 다시 오버슈팅될 수 있다. 그만큼 현재 공급환경은 타이트하게 경직돼 있고 내년 1월 15일 미동안 항만노조 파업이 재개될 수 있어 화주들에게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최 애널리스트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