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2025-01-10     쉬핑뉴스넷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SNN 회원들께 인사드립니다. 어느덧 2025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2024년은 해운물류업계에 비교적 운이 따른 한 해였습니다. ‘홍해 사태’로 인해 항해 거리가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선복(船腹) 공급이 감소했고, 그로 인해 운임이 상승하는 효과를 봤습니다. 이제 2025년에는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잘 헤쳐 나가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김인현 명예교수

Q. 2024년 8월말 정년퇴직을 하고 현재는 어떤 지위와 신분으로 계시는지요?

지난해 9월 4일에 뜻깊은 정년퇴임식을 거행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참석해 축하해 주셨고, 1999년 교수 생활을 시작한 이래 변함없는 성원과 지지를 보내주신 해운·조선·물류·수산 업계의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먼저, 저는 명예교수로 추대되었습니다. 모든 교수가 자동으로 명예교수가 되는 것은 아니고, 보통 20년 이상의 교수 경력과 산업계·학계 기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저는 고려대학교에서 15년, 다른 대학에서 10년(타 대학은 절반 인정)을 합산해 이 요건을 충족했습니다. 

연구 업적과 업계와의 적극적인 교류를 높이 평가받아 법대 교수회의에서 만장일치로 명예교수로 결정되었습니다. 고려대의 경우 명예교수직은 종신이며, 3년 동안 매달 50만 원의 품위유지비를 지원받습니다. 매 학기 한 과목씩 강의를 맡게 되지만, 신규 대학원생을 지도할 수는 없고 기존에 지도 중인 석·박사 과정생의 학위 취득은 계속 도와야 합니다.

다음으로,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대로 저의 친정인 김&장 법률사무소에 복귀해 비상임 고문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9월부터 출근할 예정이었으나, 사정상 12월부터 출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두 해사대학(대련해사대학교, 상해해사대학교)으로부터 객좌교수 제안을 받아, 학기 중 집중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중 일정은 월·화요일에는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 소장으로서, 수·목·금요일에는 김&장 법률사무소 적선빌딩에서 근무합니다. 주당 12시간이던 강의가 3시간으로 줄어서 여유가 생긴 만큼, 해운물류·수산 분야의 핵심 쟁점들을 더욱 깊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을 조화롭게 해내려고 노력 중입니다.

Q. 최근에 관심을 가지고 진행하는 일은 어떤 것이 있는지요?

최근 제가 특히 집중하는 분야는 (i) 공급망 안정화, (ii) 해상사고 예방, (iii) 미국의 새로운 ‘선박법’ 발의에 따른 우리의 대책입니다.

공급망 안정화

코로나19 시기부터 전 세계적으로 부상한 이슈입니다. 세계 각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므로, 우리도 정부와 업계가 합심해 대응해야 합니다. 마침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용역팀에 합류해 해운 분야 공급망 기획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해상사고 예방

특히 어선 전복사고가 2024년에 잇달아 발생했습니다. 교육제도의 부재와 현장 안전교육 부족 등 여러 구조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봅니다. 수협 등을 통한 체계적·실질적인 안전교육이 시급하다고 판단하여, 칼럼을 쓰고 관련 단체에 꾸준히 주의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미국 선박법 발의에 따른 대책

작년 4월과 12월, 미국 의회에서 해양 강화책이 연이어 발표됐습니다. 대통령 산하에 국가해양위원회를 설립하고 기금을 조성하며, 미국 깃발을 단 선박이 군수물자의 50%를 수송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250척 규모의 ‘미국 전략상선대’를 운영한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어, 우리 해운산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업계 입장에서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의원 중 일부가 국무장관·국가안보보좌관 등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해사학교(Kings Point) 출신 상원의원도 포함되어 있어 실제 입법화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에서는 이 방대한 법안을 면밀히 분석하여 곧 발표할 예정입니다. 우리도 이에 대비해야 하겠습니다.

Q. 바다 최고위과정은 계속하시는지요?

네, 고려대 로스쿨에서 운영하는 ‘바다 최고위 과정’은 이미 6기까지 배출해 240명의 원우들이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제가 명예교수로서 계속 주임교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50명을 선발할 예정이며, AI·4차 산업혁명·사이버 보안 등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강좌를 더 넣어 10명을 추가 모집하려고 합니다. 1월 중 원서를 받으며, 1월 말에 합격자를 발표합니다. 많은 지원바랍니다.

고려대 바다 최고위 과정은 해운·조선·물류·수산·해양인문학 등을 폭넓게 배우면서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어 이미 정평이 나 있습니다. 이헌승 국회의원, 최윤희 전 합참의장(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회장), 안광헌 현대중공업 사장, 이환구 흥아해운 사장, 백승교 동영해운 대표 등이 대표적인 원우입니다. 이번에는 안병길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이채익 한국해운조합 이사장님도 직접 강의해 주실 예정입니다.

Q. 중국의 해사대학에 객좌교수로 가신 것으로 아는데, 이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평소 교류하던 대련해사대학교와 상해해사대학교 양쪽에서 동시에 객좌교수 초청을 받았습니다. 3년간 매 학기 집중강의를 해야 하지만, 다행히 일주일가량 몰아서 진행하는 방식이라 일정 조율이 가능했습니다.

2024년 11월에는 대련해사대학교, 12월에는 상해해사대학교에서 각각 영어로 한국 해상법에 대해 12시간 집중강의를 했습니다. 저로서도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고려대 로스쿨에서 영어 강의를 해온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잘 마무리했습니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았고, 다음 학기에는 한국의 다양한 사례를 좀 더 상세히 소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매 학기 일정에 맞춰 중국에 머물며 강의와 연구를 병행할 계획입니다. 중국의 해상법과 해운·조선 산업은 이미 우리를 앞서고 있는 부분이 많아 배울 점이 큽니다. 특히 상해해사대학교 근처 양산항은 12.5km에 걸쳐 있는 세계 최대 컨테이너 항만으로, 대단한 발전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국제 동향을 잘 파악해 우리 해운산업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2025년 해상법의 역할은?

흔히 법의 기능을 ‘분쟁 해결’이라고 합니다. 분쟁이 생기면 판사가 법률에 의거해 결론을 내리는 것이죠. 해상법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해상법은 단순히 분쟁 해결에만 머무르지 않고, 산업을 촉진하는 기능을 함께 수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자율운항선박을 도입하려면 실증 테스트 단계에서 기존 법규를 유연하게 적용하고, 필요하다면 일부 조항을 면제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해운업계가 새로운 기술을 더 빠르고 안전하게 도입할 수 있습니다.

2025년에는 탈탄소, 자율운항선박, 사이버 보안 등이 중요한 해운·물류 분야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를 것입니다. 해상법이 이러한 산업 혁신을 적극 뒷받침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2025년 해운계가 나가야 할 방향은 무얼까요?

후티 반군의 ‘전쟁놀이’가 종료되고 홍해가 정상적으로 항해 가능해지면, 선복이 급격히 늘어 운임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2024년에 300만 TEU, 2025년에 200만 TEU의 신조 선복이 인도될 예정이어서 시장 공급 측면에서 상당한 압박이 예상됩니다.

이런 불경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미리 예측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최근 운임이 좋았던 것은 대형선과 컨테이너 정기선사 위주였고, 중소형 선사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업계 전반에 걸쳐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정책과 지원을 논의해야 합니다.

아울러 자율운항선박 도입, 탈탄소화, 자동화 등 국제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적극 대처해야 합니다. 표준화 작업을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해상사고 예방입니다. 어선 전복 등 대형 해상사고가 이어지는 원인은 복원성(復原性)에 대한 이해 부족이 큰 몫을 한다고 봅니다. 선장과 해기사는 물론, 원양·내항 선사의 경영진과 중간 관리자들까지 모두 복원성의 개념과 중요성을 숙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꼭 정식 학위 과정이 아니어도 각종 스터디 모임이나 세미나를 활용해 함께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다, 저자와의 대화’ 같은 공부모임이나 ‘해운저널 읽기’ 모임처럼 매주 저녁이나 주말에 열리는 프로그램들이 있으니, 많은 분들이 참여해 지식과 경험을 교류하시길 바랍니다.

Q. 최근에 발표한 논문이나 연구성과도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대표적인 연구성과로는 다음이 있습니다.

1. 법제연구원 의뢰 ‘해상법상 규제개혁’ 연구

해상법은 선박 운항과 관련한 사적 계약을 확대해 산업을 촉진하는 법이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 조항들은 규제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선박연료유공급사업 등을 해상법에 편입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등 총 27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완성했습니다.

2. KDI ‘공급망 안정화’ 프로젝트 참여

국가 전체 공급망 전략에 해운물류 분야가 포함되도록 컨테이너 선박·컨테이너 박스·항만 인프라 등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 결과 12월에 발표된 정부 합동 공급망 기본계획에도 해운 분야가 포함되어 보람을 느낍니다. 공급망을 전락물자의 확보에만 관심을 가졌던 정부가 이제는 수송의 개념을 확실하게 가지게 된 것입니다.

3.서렌더 선하증권 관련 SSCI 영어 논문

『Journal of Korean Trade』에 발표한 논문으로, 한국·중국·일본에서만 활용되는 서렌더 선하증권의 법적 안정성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QS 평가 등에서 영어 논문이 중요한데, 고려대 로스쿨에도 작게나마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4. 해상교통법 교과서 및 영어판 개정

해사법연구회지에 횡단항법 관련 영국 판례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고, 해상교통법 교과서를 제7판으로 개정·출간했습니다. 또한 Kluwer 출판사에서 출간 중인 『Transport Law in South Korea』 역시 개정 작업을 마쳐 조만간 제4판이 발간될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제가 대표로 있는 바다공부모임에서 ‘바다 공부모임 시리즈’ 제4권을 곧 출간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특히 해상법연구센의 운영계획, 세간에 크게 인기를 모으로 있는 “해상법 주간 브리핑”도 매주 발간하시는지요?

명예교수가 되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현직 교수였을 때보다 시간적·행정적 제약이 줄어, 더 폭넓게 연구와 공적 활동을 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겠습니다.

해상법연구센터도 강의·연구 기능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업계에서 난해하게 느끼거나 실무적으로 중요한 주제를 의뢰해 주시면, 센터 차원에서 빠르게 연구해 결과물을 전달해드릴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부소장, 연구교수, 자문위원을 추가로 모셨고, 여러 기관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매주 발간하는 **‘해상법 주간 브리핑’**은 어느덧 140회를 넘어섰습니다. 현재 5,000여 곳에 이메일로 배포 중이며, 약 70명의 판사와 30명의 회원 등에게는 카카오톡으로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일부 로펌에서는 이를 회의·공부 자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발간할 계획이니, 해운·물류·조선·수산업계 종사자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또한 센터 산하 자율운항선박연구회, 해사경쟁법연구회, 수산해양레저법정책연구회 등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바다, 저자와의 대화’, ‘선박건조금융법정책 학회’는 사단법인화하여 더 공적이고 체계적인 조직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끝으로,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는 회원들의 후원회비로 운영됩니다. 학교의 별도 예산 지원이 거의 없으므로, 김&장·율촌·광장·세경·HMM·팬오션·흥해·보양사·장금상선 등 회원사들의 지원으로 연구원 인건비·행사비 등을 충당합니다. 다른 선사나 기관에서도 관심 있으시면 가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만큼 더욱 알차고 다양한 연구를 통해 업계에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바다 최고위 과정’ 측의 후원에도 늘 감사드립니다.[만난 사람=정창훈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