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위법’ 판결 나왔는데… 해운계 웃지 못하는 진짜 이유"...220조원 환급폭탄과 ‘보이지 않는 비용’

대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미국발 무역정책 불확실성은 이제 모든 기업이 감안해야 할 ‘상수’

2025-09-04     쉬핑뉴스넷
사진 제공:트레드링스

글로벌 수출입 물류 플랫폼 트레드링스(대표 박민규)는 4일 "트럼프 관세 ‘위법’ 판결 나왔는데… 해운업계가 웃지 못하는 진짜 이유" 제하의 리포트를 발표해 이목이 집중됐다. 트레드링스에 따르면 미국발 관세 정책이 또 한 번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 8월 29일,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해 온 대부분의 관세가 위법이라는 주목할 만한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연방대법원 항소 의사를 밝혔고, 전문가들조차 최종 결과를 “동전 던지기”에 비유할 만큼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판결이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단순한 법적 다툼을 넘어, 향후 글로벌 공급망과 해운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확실성의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판결이 어떤 방향으로 확정되든, 세계 무역 환경은 한층 더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의 권한은 어디까지인가 – IEEPA 관세 위법 판결의 의미

이번 판결의 핵심에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이라는 법률이 있다. 1977년 제정된 이 법은 원래 대통령이 국가 안보에 대한 ‘비상하고 특별한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든 정밀한 도구였다. 과거에는 이란 자산 동결, 테러 조직 자금 차단처럼 특정 대상을 겨냥한 외과수술 같은 조치에 사용됐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 법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활용했다. 무역 적자와 불법 이민을 ‘국가 비상사태’로 선언하고, 이를 근거로 전 세계 교역국에 광범위한 관세를 매긴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통령 권한을 ‘제한’하려고 만든 법이 수십 년이 지나 가장 강력한 ‘무기’로 변신한 셈이다.

법원은 정확히 이 부분을 문제 삼았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의 판결 논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규제’는 ‘과세’가 아니다

미국 헌법은 세금과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의회에 명확히 부여하고 있다. 법원은 IEEPA에 나온 ‘규제(regulate)’라는 단어 하나로 무제한 과세권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률 어디에도 ‘관세(tariff)’나 ‘세금(tax)’이라는 표현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둘째, ‘중대 문제 원칙’의 적용

행정부가 경제와 정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조치를 취하려면, 의회로부터 명확한 권한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수천억 달러 규모의 관세는 미국 경제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인데, IEEPA라는 포괄적 법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결국 사법부는 행정부가 의회의 고유 권한인 ‘과세권’을 침해했다며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220조 원의 환급 폭탄과 ‘보이지 않는 비용’

이번 판결은 미국 경제에 두 가지 충격을 안겼다.

첫 번째는 1,590억 달러(약 220조 원) 규모의 환급 문제다. 만약 대법원이 이번 판결을 확정한다면, 미국 정부는 그동안 징수한 관세를 수입업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수 있다. 미국 법무부가 “재정적 파멸”이라는 표현까지 쓸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국가 재정뿐 아니라 환급 절차를 둘러싼 새로운 혼란도 예상된다.

두 번째는 더 심각한 ‘불확실성 비용’이다.

이는 관세 자체보다 예측 불가능한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숨겨진 비용을 말한다. 실제로 기업들은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와 고용을 미루고 있고, 소비자 신뢰도 떨어져 2025년 1분기 미국 경제가 0.3% 위축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이런 불확실성은 글로벌 공급망 전략도 바꾸고 있다. 기업들은 효율성 중심의 ‘저스트 인 타임’ 전략을 버리고, 리스크에 대비한 ‘저스트 인 케이스’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이다. 이는 장기적인 비용 상승과 글로벌 비즈니스의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해운업계의 극심한 변동성 – 수요 급증과 급락의 반복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인 해운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관세 정책은 해운시장에 극심한 ‘채찍 효과’를 가져왔다.

관세 시행 전, 수입업자들은 관세를 피하려고 물량을 앞당겨 선적하는 ‘프론트-로딩’ 현상을 보였다. 2025년 2월 중국-미국 서부노선의 물동량이 전년 대비 18.7% 급증한 것이 그 예이다. 하지만 관세가 부과되고 재고가 쌓이자 수요는 즉시 급감했다. 불과 두 달 후인 4월에는 24%나 감소했다.

이런 극단적인 변동은 연쇄 반응을 일으켰다. 항만은 혼잡해졌고, 운임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해운사들은 수요가 없을 때는 운항을 취소하는 ‘블랭크 세일링’으로 대응했고, 관세가 유예돼 화물이 몰릴 때는 현물 운임이 하루 만에 75% 뛰는 일도 겪었다.

더 심각한 것은 무관한 제3자까지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태평양노선에 수요가 집중되자, 해운사들은 아시아-남미 같은 다른 노선의 선박을 빼내 재배치했다. 결과적으로 미국 관세와 무관한 남미 화주들이 선복 부족과 운임 폭등(최대 260% 상승)이라는 피해를 입었다. 미국의 일방적 조치가 전 세계 물류 시스템을 뒤흔든 것이다.

판결이 끝이 아니다 – 계속되는 불확실성

이제 공은 연방대법원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판결이 나온다고 해서 관세 전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무역 분쟁이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설령 IEEPA를 쓸 수 없게 되더라도, 행정부에는 다른 카드가 있다. ‘무역확장법 제232조'(국가 안보), ‘무역법 제301조'(불공정 무역 대응) 등이 그것이다. IEEPA만큼 즉각적이고 포괄적이지는 않지만, 새로운 관세 장벽을 시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나의 큰 불확실성이 여러 개의 작은 불확실성으로 쪼개지면서 혼란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시나리오 A (관세 위법 확정)

단기적으로는 1,590억 달러가 환급되면서 수입업자들의 자금 사정이 나아지고, 수입 수요가 늘어 해운시장에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행정부가 다른 법률로 새로운 관세를 시도하면서 제2, 제3의 법적 분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나리오 B (관세 합법 확정)

대법원이 관세를 인정하거나 불확실성이 계속될 경우, 높은 운송 비용이 고착화되고 글로벌 수요는 계속 억제될 전망이다. 해운업계는 구조조정과 네트워크 재편이라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대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미국발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은 이제 모든 기업이 감안해야 할 ‘상수’가 됐다. 정치적 리스크와 공급망 회복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변화를 빠르게 읽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기업만이 이 파고를 넘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