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동남아발 컨테이너 물량 급증: 아시아 역내 선복부족ㆍ부킹 마감 가속…공급망 경색 현실화되나?
-수요급증 촉발 요인은 국경절 선적 당김ㆍ생산 동남아 이전 -10월 일시 완화 후 4분기 운임 추가 상승 가능성 제기
글로벌 수출입 물류 플랫폼 트레드링스(대표 박민규)는 12일 "9월 동남아발 물량 급증: 아시아 역내 선복 부족·부킹 마감 가속…물류 대란 현실화되나?" 리포트를 발표해 선화주들의 지대한 관심을 모았다. 트레드링스에 따르면 최근 아시아 역내(Intra-Asia) 해상 운송시장, 특히 동남아시아 항로가 심상치 않다. 다음 달 중국의 장기 연휴를 앞두고 동남아시아발 화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아시아 역내선사들의 선박 예약이 9월 말까지 대부분 마감되고 일부 화물은 다음 배로 선적이 밀리는 “롤오버(Rolled Cargo)” 현상까지 보고되고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9월 선복 마감 현황과 롤오버 확산
선복 부족 가속: 부킹 조기 마감·롤오버 발생
현재 상황을 살펴보자. 다수의 포워더에 따르면, SITC, CMA CGM의 자회사인 CNC Line, 그리고 고려해운을 포함한 일부 선사들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9월 아시아 역내 서비스 예약이 이미 모두 마감된 상태다.
이러한 선복 부족 사태는 단순히 예약의 어려움을 넘어, 실제적인 물류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선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화물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롤 풀(Roll Pools)’이라는 정책을 운영하며,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화물은 출발지에서 선적을 보류하고 있다.
*롤 풀(Roll Pool)]이란, 선적 공간 부족으로 다음 배편으로 선적이 미뤄진 ‘롤오버’ 화물들을 모아두는 일종의 대기 그룹을 의미한다. 선사는 이 대기 화물들 중에서 운임이 더 높거나 수익성이 좋은 화물을 골라 다음 운항편에 우선적으로 선적하게 된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같은 특정 시장에서는 수요 급증으로 인한 선복 부족과 함께 항만 혼잡까지 겹치면서, 대부분의 주요 수출업체들이 2일에서 3일가량의 선적 지연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아시아 역내 ‘운임 역행 상승’의 이유
현재 해상 운송시장에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 물동량의 중심인 태평양 횡단(미주) 노선과 아시아-유럽 노선의 운임은 떨어지고 있는데, 유독 동남아발 아시아역내 노선의 운임만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기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동남아 노선이 가진 중요한 역할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노선은 미국이나 유럽으로 향하는 거대 화물선의 물량을 채워주는 일종의 ‘허브’ 역할을 하는 핵심 피더 라인(Feeder Line)이다.
동남아에서 생산된 제품이 이 노선을 통해 대형 항만으로 옮겨진 뒤, 미주나 유럽으로 가는 큰 배에 실리는 구조이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를 피하기 위해 동남아시아에서의 생산이 폭증하면서, 바로 이 핵심 ‘허브’ 노선의 선박 수요가 폭발한 것이다.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니, 다른 주요 노선의 운임이 내리는 것과 상관없이 아시아역내 운임만은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수요 급증 촉발 요인: 국경절 선적 당김·생산 동남아 이전
이러한 물류 대란의 배경에는 두 가지 주요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첫 번째는 ‘중국 국경절 연휴’라는 단기적인 이유이다. 10월 중국의 공장들이 길게 문을 닫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연휴 전에 물건을 미리 보내자!”는 생각으로 선적을 서두르고 있다.
두 번째는 더 근본적인 이유인 ‘생산 공장의 동남아 이전’이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을 떠나 동남아시아 국가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
실제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HSBC은행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중국과 동남아시아 간의 무역액은 작년보다 무려 46%나 늘었다. 또한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 미국은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보다 동남아시아에서 더 많은 물건을 사들였다.
선사 대응: 증편·신규 CIK/KCI 노선 개설
이렇게 물량이 몰리자, 해운 회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동남아 노선을 운영하는 상위 10개 해운사는 작년 9월보다 운송 능력을 10%나 늘려, 총 470만TEU(20피트 컨테이너 470만 개 분량)를 실어 나를 수 있게 됐다(MDS Transmodal 데이터 기준).
특히, 화물이 가장 많이 몰리는 ‘인도네시아’를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아예 인도네시아로 직행하는 새로운 항로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천경해운, CNC Line, SeaLead: 이 3개 선사는 힘을 합쳐, 9월 15일부터 한국과 중국에서 인도네시아를 바로 잇는 ‘CIK’ 노선을 새로 만들었다.
또 다른 해운사인 PIL도 오는 10월 13일부터 위 CIK와 똑같은 경로를 운항하는 ‘KCI’ 노선을 추가로 개설한다고 발표했다.
전망: 10월 일시 완화 후 4분기 운임 추가 상승 가능
이러한 시장의 혼잡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 기사는 다음과 같이 전망한다.
우선 10월에는 중국의 국경절 연휴로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화물량이 줄어들어 시장이 일시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러한 안정세는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11월부터 다시 물량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해, 전통적인 연말 성수기(4분기 피크 시즌)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홍콩에 위치한 닥서 에어 앤 씨 로지스틱스 아시아 태평양(Dachser Air & Sea Logistics Asia Pacific)의 해상 화물 운송 책임자인 유니스 유(Eunice Yu)는 4분기 성수기의 해상 운임이 현재 9월 수준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