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포커스/ 이채익 한국해운조합 이사장...공정을 잃은 바다, 국회가 답할 차례다

2025-11-10     쉬핑뉴스넷

대한민국의 바다는 두 갈래다. 하나는 세계의 항로를 누비는 외항의 바다이고, 또 하나는 전국 480여 유인도서와 육지를 잇는 내항의 바다다. 그러나 이 두 바다를 지탱하는 선원들의 세금 현실은 너무도 다르다. 바로 “같은 바다, 다른 세금”의 이야기다.

외항선원은 월 500만 원까지 근로소득이 비과세되지만, 내항선원은 고작 20만 원의 승선수당만 비과세된다. 무려 25배의 차이다. A선사의 실제 급여명세서를 보면, 근로시간과 업무 강도가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내항선원의 실수령액이 외항선원보다 약 120만 원이나 적다. 현장에서는 이 현실을 두고 “세금 차별”이라 부를 정도다. 같은 배, 같은 바다, 같은 노동임에도 단지 항로의 구분만으로 세제 혜택이 달라지는 것은 형평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명백히 불합리한 제도다.

이것은 단순히 세법의 문제가 아니다. ‘공정’이라는 사회적 가치가 무너진 단면이자, 내항해운의 생존을 위협하는 구조적 불합리다. 이 불평등은 선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흔드는 심각한 구조적 위기다.

내항선은 단순히 화물이나 여객을 나르는 산업이 아니다. 우리 내항선박들은 「비상대비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전시나 비상사태 시 전략물자 수송의 핵심자원으로 동원된다. 즉, 내항선은 섬 주민의 생명선이자 국가 안보의 마지막 방파제다. 내항선이 멈추면 섬의 이동이 멈추고, 섬이 고립되면 바다 영토는 흔들린다. 결국 내항해운의 붕괴는 곧 국가의 혈관이 끊어지는 일이다.

지금 내항의 바다는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내항선원 중 60세 이상이 60%에 달하고, 젊은 세대는 낮은 임금과 불공정한 제도로 인해 바다를 떠난다. 새로운 인력은 들어오지 않고, 남은 선원들은 노후한 선박과 싸우며 하루를 버틴다. 그 결과 해상 안전사고는 늘고, 항로는 줄고 있다. “사람이 떠난 바다”는 결국 “죽은 바다”다.

숙련된 청년선원이 사라지고 고령화만 심화된다면 전시에는 누가 바다를 지키고, 누가 물자를 운송하겠는가. 내항해운의 몰락은 해상교통의 중단을 넘어 국가 안보의 공백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내항선원은 여전히 불공정한 세제의 그늘 속에 있다. 외항선원의 비과세 한도는 1973년 시행 이후 월 25만원에서 지난해 월 500만원까지 지속적 상향했지만, 내항선원은 25여년간 월 20만원으로 정체되어 있다. 이제는 공정한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 외항과의 형평성을 회복하기 위해 내항선원의 비과세 한도를 월 300만원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내항해운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이는 내항해운을 살리고, 청년을 바다로 유입하며, 결국 대한민국의 해양력을 지키는 국가적 투자이기도 하다.

여야는 모두 제21대 대선 당시 ‘선원소득 비과세 범위 확대’를 국민에게 약속했다. 공약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국민은 누구를 믿고 미래를 기대하겠는가. 국회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그 약속을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내항선원들은 오늘도 파도 위에서 땀을 흘리며 섬과 육지를 잇고, 국민의 삶을 실어 나른다. 그들의 고된 땀이 바로 대한민국 해상교통망의 원동력이다.

이제 국회가 답할 차례다. 내항해운이 고사하기 전에, 바닷길이 완전히 멈추기 전에, 이번 정기국회는 반드시 이 불평등을 바로잡아야 한다. 내항선원의 비과세 확대는 선택이 아닌, 대한민국의 생존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