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우회수출국까지 반덤핑관세 조사 확대 전망...우리 기업 영향은?
-日 정부, 반덤핑 관세 적용범위를 제3국 경유 우회 수출까지 확대하는 제도 도입 추진 중 -수출품 가치의 60% 이상이 과세대상국에서 생산되는 경우, 일본 내 부가가치 발생이 25% 이하일 경우 우회로 간주토록 검토 중 -韓 기업, 공급망 내 특정 국가 비중 관리 및 원산지 증빙 서류 강화 신경써야
KOTRA(오사카무역관 김대수)는 10일 "日 우회수출국까지 반덤핑관세 조사 확대 전망...우리 기업 영향은?" 제하의 리포트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제3국을 경유한 우회 수출에도 반덤핑(不当廉売)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의 과잉생산으로 인한 저가 수출 증가와 제3국을 경유한 우회 수출 사례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국내 산업 보호와 공급망 안정화의 필요성이 정책 추진의 핵심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4년에는 재무성이 중심이 되어 “제3국 경유 수출에도 반덤핑 관세를 적용할 방침”을 밝히며 정책 방향을 제시했으나, 당시에는 제도 구상 단계에 머물렀다. 이후 2025년에 들어 산업계의 공식적인 요청이 이어지고, 재무성과 민간이 공동으로 제도 추진에 나서면서 논의는 구체적인 입법 준비와 세부 기준 설계 단계로 발전했다.
일본 재무성은 2025년 9월 ‘반덤핑 관세 우회 방지제도 검토 워킹그룹(反ダンピング関税迂回防止制度検討ワーキンググループ)’을 설치하고 제도 설계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2025년 10월 7일 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동 워킹그룹에서 수출품 가치의 60퍼센트 이상이 원래의 과세 대상국(예를 들어 중국)에서 생산된 경우에는 제3국을 경유하더라도 동일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제3국이나 일본 국내에서의 추가 가공으로 발생한 부가가치가 25퍼센트를 넘지 않을 경우에는 우회 수출로 간주하여 동일한 조치를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와 같은 제도 개정을 2026회계연도(2026년 4월~2027년 3월) 중 관세정률법 개정을 통해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배경: 기존 제도의 허점 개선과 산업계의 대응책 촉구 목소리 커져
이번 제도 추진의 배경에는 일본 반덤핑 제도의 구조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현행 제도는 직접 수입된 제품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제3국을 거친 우회 수출에는 신속히 대응하기 어렵다. 새로운 반덤핑 조사를 개시하려면 통상 3년 이상의 실적 자료와 1년 이상의 조사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조치가 이루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일본의 반덤핑 조사 담당 인력은 약 40명 수준에 불과해, 미국(약 300명) 등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다. 이러한 인력 부족은 제도의 운영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이러한 한계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계는 제도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2025년 8월, 일본철강연맹(日本鉄鋼連盟), 특수강클럽, 스테인리스협회, 선재제품협회, 보통강전로공업회 등 5개 철강 관련 단체는 공동 명의로 정부에 ‘반덤핑 관세 우회 방지제도의 조기 창설’을 요청했다.
이들은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로 철강 수출이 급증하고 있으며, 일부 제품은 제3국을 경유하거나 경미한 가공을 거쳐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어 기존 제도로는 실질적인 제재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니켈계 스테인리스 냉간압연강판과 용융아연도금강판 등 일부 품목이 이미 반덤핑 조사 대상에 포함됐지만, 향후 제3국 우회 수출이 늘어날 경우 조치의 실효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철강업계는 공정한 경쟁 환경을 확보하고 제도의 실질적 효력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신속하게 우회 방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조사 인력 확충과 조사 체계의 정비를 병행해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이러한 산업계의 요구를 수용하며 제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재무성은 우회 방지 제도 도입을 통해 반덤핑 조치의 집행력을 강화하고, 불공정 수입품에 대응할 수 있는 보다 실질적인 통상 관리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책의 목적은 중국의 저가 수출 대응에 그치지 않고, 일본 내 주요 산업의 경쟁력 유지와 공급망의 안정적 운영을 보장하는 데 있다.
실제로도 최근 일본의 반덤핑 관세 조사와 부과 결정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이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를 중심으로 무역구제 조치가 잇따라 발동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중국산 흑연전극, 중국 및 대만산 니켈 첨가 냉간 압연 스테인리스강 제품, 한국산 이산화칼륨, 용융 아연 도금 강판과 강대, 비스페놀 A 등이 조사 및 부과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이들 품목은 일본 제조업의 핵심 기반을 이루는 주요 산업 소재로, 저가 수입품이 대량으로 유입됨에 따른 일본 국내 생산 생태계가 약화될 것을 우려한 일본 정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시사점
일본의 반덤핑 제도 개편은 한국 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제도 강화로 중국산 저가 제품의 일본 시장 진입이 억제되면 한국산 제품의 대일 수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철강과 소재 분야에서 중국산 제품과 경쟁하던 한국 기업은 가격 압력이 완화되면서 시장 점유율 확대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반덤핑 제도의 원산지 판정 기준 강화로 인해 동일한 반덤핑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 수출 제품의 구성 비율에서 중국산 부품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일본은 이를 ‘중국산 제품’으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기업은 공급망 내 중국산 소재 비중을 세밀하게 관리하고, 원산지 증빙 서류를 체계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일본 정부의 법 개정 추진과 조사 절차, 시행 규칙 변화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대응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 정책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산업계 차원의 상시 대응 체계 구축과 정보 모니터링 노력이 요구된다.
[자료: 일본 재무성, 경제산업성, 관세청, 일본철강연맹, 닛케이신문, KOTRA 오사카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