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송철원(宋哲元) 현대사기록연구원 원장 겸 이사장
"한국해운 60년구술기록 영상물로 국가기록원 영구 보존"
그간 활자매체를 통해 단행본으로 선보인 저술이나 해운산업의 역사를 기록한 출판 간행물은 많았지만, 해운이라는 산업분야에 직접 참여하여 경영 활동이나 또는 일선 산업역군으로 평생 활동했던 현장 인물들을 직접 찾아, 면담을 통해 이를 구술 기록하는 사례는 흔치 않았기에, 이 업무를 진두지휘하는 신시대21의 대표이자 현대사기록연구원 원장인 송철원(宋哲元)씨를 만나, 궁금하던 내용을 몽땅 들어봤다.
Q. 우선 구술기록이란 무엇이며 어떠한 형태로 사료를 수집하여 기록 보존하게 되는지, 해운전문 인터넷 매체인 저희 '쉬핑뉴스넷(SNN) 독자 및 해운계를 위해 상세하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사료(史料) 수집은 여러 방법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그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이 문자로 기록된 문서, 예를 들면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문헌자료입니다. 물론 문헌자료가 가장 중요한 사료이기는 해도, 문헌자료의 대상이 대체로 널리 알려진 사람들, 즉 특정한 계층이라는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러나 구술에 의한 사료 수집은 누구든지를 대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문헌자료가 주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세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런 면에서 구술에 의한 사료 수집은 훨씬 더 민주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구술(口述) 즉, Oral Statement의 사전적 의미는 문서에 의하지 않고 입으로 사연을 말한다는 뜻입니다. 이 같이 구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자료에는 (口傳:Oral Tradition)과 구술 증언(Oral Testimoney) 및 구술 생애사(Oral Life History)가 있습니다. 현재 현대사기록연구원이 수행 중인 해운 관련 구술은 ‘생애사’가 가미된 ‘구술 증언’이며, 구술자는 해양대학을 졸업한 해기사 출신 인사, 해양 관련 공직에 봉직한 인사, 젊은 시절 어떤 계기로 해운업계에 종사하게 된 인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재 목표인 20명의 인사 중 17명이 구술녹화를 완료하고 후속작업 중에 있습니다.
구술 녹화를 위한 사전작업은 구술자와 면담자 선정, 구술자에 의한 비망록 작성, 비망록을 토대로 한 예비질문지 작성이고, 구술 일시가 확정되면 구술녹화를 진행합니다. 녹화 후 후속작업에 들어가는데, 후속 작업은 영상 및 음성 파일 추출, 이를 토대로 한 녹취록 작성과 면담일지, 구술자료 상세목록 등 부속 문서 작성 등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들 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최종보고서와 영상 및 음성 파일, 녹취록 등 각종 자료는 외장하드에 넣어 국가기록원에 기증, 보존하게 됩니다.
Q. 송 이사장님은 경기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세칭 KS출신의 운동권 1세대로 알려진 인물인데 어떤 계기와 경력을 거쳐 구술기록 분야에 입문하시게 됐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현대사기록연구원이 수행한 구술 사업은 어떤 것들이었는지도 말씀해 주십시오.
저희 세대를 6.3세대라고 합니다. 1964년과 65년에 걸쳐 한일협정 졸속 체결을 반대했던 세대이지요. 당시 철도병원 원장이셨던 제 부친께서는 아들인 제가 고문을 당하고 투옥되는 등 고초를 겪자, 신문, 잡지는 물론 선언문, 구속통지서 등 6.3학생운동에 대한 엄청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하여 약 50권에 달하는 스크랩 자료를 남기셨습니다. 그 자료는 한 장, 한 장을 전부 손으로 만든 것으로 1964년 3월 25일부터 1971년 말에 이르는 방대한 것이었습니다. 그 자료는 군사독재에 반대하는 자료가 많아서 땅 속에 묻어 숨겨 놓았다가 20여 년이 지난 1993년에야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부친의 기록의 존재는 서서히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그러나 종이로 된 것이어서 보존이 시급했습니다. 부친의 기록을 어느 기관에 기증, 보존하느냐로 고민하고 있을 때 등장한 것이 국가기록원과 국사편찬위원회였는데, 이 두 기관은 각자 자신이 더 적합한 기관이라고 주장하였으나 훨씬 더 열의를 보인 국가기록원에 기증하였고, 2008년 9월 ‘사단법인 현대사기록연구원’, 2009년 12월 비영리민간단체 ‘신시대21’의 설립허가를 안전행정부로부터 받았습니다.
이후 국가기록원의 권고로 구술사료 수집에 본격적으로 나서, 저 자신 관여한 6.3학생운동 관련 구술사료 수집사업을 4차(2008년/2009년/2012년/2013년)에 걸쳐 수행하였고, 노태우 정부 관련 구술채록 연구용역(2009년), 박정희 정부 관련 구술채록 연구용역(2010년), 현대한국구술사 연구사업(정치부문)(2009년), 경부고속도로 건설 관련 구술기록수집 연구용역(2009년), 「광역경제권의 경쟁력 향상과 균형발전을 위한 인프라 구축방안」연구용역(2009년), 4월혁명 구술사료 수집사업(2010년), 민간인 구술자료(생애사) 수집사업(2013년) 등을 수행한바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안전행정부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한국 해운 60년 구술자료 수집사업’을 수행 중에 있습니다.
Q. 종전의 사건이나 인물 중심에서 산업분야로 대 전환을 시도하고 그것도 여러 산업 분야 중 굳이 해운업을 구술기록 대상으로 결정한 까닭이 궁급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처럼 현대사기록연구원은 여러 해에 걸쳐 다양한 분야의 구술사료 수집을 수행해왔습니다. 그러나 각기 사업이 단편적으로 수행되어 어떤 분야 전체를 아우르는 장기적인 구술사료 수집사업이 수행된 적이 없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는 한국의 여러 산업분야에 대한 체계적 구술기록이 시행되지 않고 있고, 이들 산업에 종사한 1세대가 노쇠해가는 단계에 이르러 이들의 증언 채록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통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산업별 구술기록에 착수하기로 결심하고 기획에 들어갔는데 산업의 어떤 분야부터 시작하느냐가 문제였습니다. 이 경우 제일 먼저 고려할 것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및 역사성일 것입니다. 아무리 국가 경제에서의 비중이 크다 해도 산업이 태동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면 우선하여 구술기록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산업의 역사가 길다 해도 국가 경제에서의 비중이 작다면 역시 우선하여 구술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은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해운은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기 시작할 때부터 생겨났고,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입 수송물량의 99.7%를 운송하는 해운을 산업별 구술기록의 맨 앞에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하면 구술 채록을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이 구술자 확보입니다. 누구를 택해 증언을 듣는 것이 최선인가를 결정하고 이 사람으로부터 구술 동의를 받아야 하며, 또한 예비구술자가 걸어온 길을 기록한 ‘비망록’ 형식의 글을 받아놓는 것이 구술 진행을 위한 질문지 작성에도 꼭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산업분야를 꿰뚫어볼 수 있는 경험과 식견을 갖고 있는 사람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해운은 이런 면에도 적합한 분야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예산 확보입니다. ‘해운’ 구술이라는 사업 성격상 해양수산부에 예산지원 신청을 하는 것이 상식적이나, 유감스럽게도 해양수산부 예산에 반영하기 위한 절차를 거치는 문제가 만만치 않고 또한 구술기록이 생소한 분야라서 획기적 성과를 거둔 후에야 지원 신청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미 예산이 편성되어 있는 안전행정부의 비영리민간단체 지원 사업을 통해 해운 구술기록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고, 지원해준 안전행정부의 혜안과 이해에 감사할 뿐입니다. 내년도에도 이어지는 해양 관련 구술 사업에 해양수산부와 기업의 이해와 관심을 기대합니다.
Q. 현재 진행 중인 해운분야 구술기록의 자료수집 범위나 참여 인물과 제작스텝 등 구체적인 구술자료 기록방법 등에 대해 밝혀주시면 좋겠습니다.
2014년 2월 안전행정부에 사업 신청과 동시에 《2014년 공익사업 추진계획서》를 제출하여 구체적인 시행 내용에 대한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 추진계획서에 따라 사업추진을 하게 되는데, 우선 해운 관련 기관 재직 시 수행 업무를 중심으로 분야별, 기능별로 인물 20명을 선정하였습니다. 구술자신상기록부와 자서전적 비망록을 제출받아 예비질문지를 작성한 후, 한 사람당 2시간가량 면담자가 묻고 구술자가 대답하는 구술 대담프로그램을 촬영스텝들이 녹화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운 관련 구술자를 평가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기록 대상으로 삼아, 일종의 개인별 다큐맨터리 형식의 인물 중심 독립영화 20편을 제작하는 것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후속 작업 결과 생산 된 최종산출물은 국가기록원에 보존될 것이고, 구술자에게는 영상을 DVD로 제작하여 배포하는 한편, 구술 내용은 자료집으로 편찬할 예정입니다.
1차 선정 대상은 퇴임 인물 중심으로 다양한 직능별 과거경력과 연령을 고려하고 안배하여 저희 연구원이 결정하였습니다. 이제까지 구술녹화를 마친 사람을 녹화 순서대로 보면 최장현/이상건/박창홍/고초근/이원철/이경순/최재수/김종길/이광희/나홍주/이종순/홍승두/김석기/김인현/이귀복/민홍기/허일 등 17명이고 이어서 신태범/박현규/서대남 등 3인의 구술녹화기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후 내년 계속사업으로 추진될 경우, 해운물류 전반에 걸쳐 업종별로 세분하여 진행할 계획입니다.
Q. 현대사기록연구원의 앞으로의 계획과 구술기록사업의 미래와 향후 발전 방향 등에 대해 간단히 한 말씀해 주십시오.
현재 활자나 인쇄매체가 전파와 영상매체에 쫓기는 입장이고 출판물도 읽기보다 그림으로 보는 대상으로 자리바꿈을 하고 있으며, 특히 IT산업이나 SNS가 뉴스가 정보를 주도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역사의 기록도 클릭 하나로 보고 싶은 자료를 시간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간편히 접근하기 용이한 시대여서 사료를 영상물로 제작하는 추세가 엄연한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일반화 되어가고 있습니다만, 역사기록이나 자료보관 또는 개인 자서전 같은 영구 보존이 필요한 기록물도 제작과정이나 비용 면에서 유리한 영상물이 우위를 차지해 가고 있는 중입니다. 앞으로 영상물의 비중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뒷받침 할 전문 인력의 양성이나 기록 노하우의 전수 등은 일천한 상태에 있습니다. 구술기록에 대한 당국과 시민의 더 큰 관심이 절실하다 하겠습니다.
현대사기록연구원은 산업 별 구술기록을 계속할 예정입니다. 이번에 ‘해운’으로 시작된 산업분야별 구술기록이 전면 확대되어 오늘날과 같은 기적을 이룩한 여러 업종별 발전상을 현장감 넘치는 기록으로 생산, 영구 보존하여 유산으로 남긴다면 후대에 활용할 수 있는 역사적 자료는 됨은 물론 젊은이들에게 역사적 자긍심을 심어 주기에도 충분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마지막으로 저희들도 열독하고 있는 SNN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편집위원 서대남(徐大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