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섭 인천대 교수 칼럼] 디지털 경제와 무어(Moore)의 법칙
디지털의 진정한 경제적, 경영적 의미는 디지털이 0과 1로 되어 있다라는 데에만 있지는 않다. 디지털 경제는 크게 세 가지 특징으로 요약하기도 한다. 첫째, 디지털은 닳아 없어지지 않는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방식으로 기록된 정보, 지식, 컨텐츠는 시간이 지나도 닳아 없어지지 않는다는 '좋은' 특성을 가진다. 일반 농경사회에 중요한 제약이던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되기 보다 오히려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된다. 이런 관점에서 인간은 어떠한가? 인간의 육체는 닳아 없어지고, 인간의 두뇌에 있는 지식과 기억은 닳아 없어진다는 측면에서 인간은 사실 디지털적인 존재가 아니다.
둘째, 디지털은 그 복사, 저장 및 전송에 있어서 아날로그나 물리적인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재생산에 있어 매우 적은 비용이 들며, 그것의 저장,유지에도 적은 비용이 든다. 인간의 육체나 인간의 지식을 통째로 복사하거나 이를 전송하는 것은 '아직' 시간과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든다. 이러한 면에서 인간은 역시 디지털적인 존재가 아니다. 물리적인 자원 역시 이를 복제하거나 전송하는 데에 그 만큼의 비용을 수반하게 된다. 하지만, 어떤 물리적인 것이나 아날로그적인 것을 디지털화하면, 이를 복제하고 전송하는 비용이 매우 저렴해지는 것이다.
셋째, 디지털의 중요한 특성은 디지털화하는 비용이 이른바 '무어의 법칙'에 따라 지속적으로 그 비용이 절감되어져 왔다는 역사적인 경험이다. 디지털 시대와 '디지털화'의 중요성의 하나는 기존의 아날로그적인 것이나 물리적인 것들을 디지털화하면, 그것이 원치 않는 방식으로 소멸하지 않으며, 이를 복사, 저장, 전송하는 비용이 매우 저렴하며, 더 나아가서는 그 비용이 시간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디지털의 중요한 세번째 특징을 무어의 법칙이라 한다. 인텔의 공동 창립자 고든 무어(Gorden Moore)가 1965년에 발견한 것으로, "가격을 고정시켰을 때, 마이크로칩의 복잡성(칩에 놓여지는 회로의 개수)이 약 18개월마다 두 배로 증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약 18개월 간격(이 주기는 1년에서 2년으로 늘었다가 18개월로 조정)으로 컴퓨터의 칩 밀도가 두 배씩 증가한다는 것을 여러 해 동안 관찰하여 발견한 실험적 법칙이다.
무어는 컴퓨터 메모리 칩의 기술 혁신 과정을 계속 지켜본 결과 같은 회로 소자를 집적할 수 있는 칩의 한 면의 길이가 18개월의 주기로 30%씩 줄어드는 것을 관찰하게 되었다. 한면의 길이가 30%씩 감소하니까, 한 면의 길이가 1년 반 전의 70%가 되고, 칩은 2차원의 사각형 형태를 띠고 있으므로, 70%*70%를 하면 49%가 되어, 결국 1년 반에 약 50%의 면적으로 같은 양의 회로 소자를 칩에 집적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는 산업현장에서는 3년마다 칩의 성능이 약 4배씩 향상되는 현상으로 실증되고 있다.
무어의 법칙은 사실 디지털 경제, 신경제 혁명을 설명하는 중요한 열쇠이다. 경제의 인프라가 디지털화해왔는데, 그 비용이 1년 반에 50%씩 줄어왔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무어의 법칙이 계속될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무어의 법칙을 만든 무어도 초기에는 그 주기를 1년으로 했다가, 나중에 1년 반으로 수정했고, 다른 이들은 2년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실정이다. 즉, 무어의 법칙이 관철되는 시간주기는 점점 길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언제까지 이러한 비용 감소 현상이 지속될 것인가? 인텔의 CEO 앤디 그로브는 이러한 무어의 법칙이 앞으로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무어의 제 1법칙이라면, 이를 지키기 위해 반도체 공장의 비용이 점점 커져 반도체 산업에 압력을 가하고 있는 현상을 제2의 법칙이라 한다. 무어의 제 1, 제2법칙은 오늘의 경제를 움직이는 주요 법칙으로 기능하고 있다.
급변하는 디지털 경제의 사회에 우리는 새로운 기술과 정보에 노출되어 있다. 개인적 자유와 개성의 가치와 소통과 연계의 가치가 공존하고 때로 충돌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누구도 시대의 변화에 둔감하거나 무관심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인터넷과 SNS로 대표되는 디지털 경제와 사회는 다양한 새로운 과제를 낳고 있다. 개인정보의 유출과 프라이버시의 침해 우려, 소위 악플에 의한 인권침해와 불신풍토의 확산, 그리고 해킹에 의한 소통의 왜곡과 마비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사전에 충분한 이해와 준비 그리고 관련 기술의 발전으로 예방이 가능하나, 이를 사회와 집단의 문화로 정착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선결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