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 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칼럼] 지하철 9호선의 오명
그런데, 9호선의 노선 연장으로 인한 편리함의 증대나 생활의 개선보다는 혼잡률 237%의 지옥철이라는 불명예가 대두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9호선 노선 중 염창역-당산역 구간은 오전 출근시간대의 혼잡도가 237%로 국내 최고 수준인데, 이는 1㎡ 당 7명, 열차 1량 당 380명이 타고 있는 것과 같다. 이 시간대에 탑승하는 승객들은 승차에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승차 이후에는 호흡 곤란까지 호소할 정도라고 한다. 이 정도면 언제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서울시는 9호선 혼잡 노선을 보조하는 버스노선까지 만들기에 이르렀다.
서울 시내의 지하철은 보통 10량 (1~4호선) 또는 8량 (5~8호선) 운행을 하고 있다. 그런데, 9호선 플랫폼은 8량 운행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지만, 실제 운행하는 열차는 고작 4량에 지나지 않는다. 플랫폼 규격에 맞게 8량 운행만 할 수 있었어도 운행횟수를 늘리지 않고도 혼잡률을 절반 수준으로 내릴 수 있다는 산술계산이 가능하다. 손님이 이렇게 많은데 왜 그 동안 열차를 늘리지 않은 것일까?
언론은 9호선의 승객수요예측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그 원인으로 분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이유 중 하나겠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차량공급의 시기를 놓친 것이 아닌가 한다. 9호선의 혼잡률은 개통 이후 꾸준히 증가하여 2012년에 이미 200%에 근접하였다. 승객수요예측 결과를 차치하고라도, 혼잡률이 꾸준히 상승하는 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하고 제때 차량 주문만 했어도 지금과 같이 혼잡한 지하철에 대한 시민들의 원성과 지하철노선을 보조하기 위한 버스노선 신설과 같은 아이러니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또 누군가가 그리고 모두가 손을 놓고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현실과 현장을 듣지도 않고 보지도 않은 결과가 결국 시민의 고통으로 전가되며 사고 발생의 위험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났는데도, 시민의 안전을 배려하는 태도는 바뀌는 것이 없는 것 같아 씁쓸할 따름이다.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해양수산부 법률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