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검사를 받긴 대형차와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몇 년에 한번씩인지는 모르지만 7년이 되도록 16000km밖에 안뛰어도
정기종합검사란걸 받아야 된대서 마침 오늘은 비도 오고 해서
오후엔 사무실 근무 땡댕이 치고 오랜만에 시동을 걸어 가까운 검사소를 두고도
일부러 코스모스길을 무작정 달려 제일 외진 곳에 위치한 어느 차량검사소엘 갔다.
눈 깜짝사이 어디 뭘 점검했는지 모르지만
휴게실서 사탕하나 집어 먹는 사이에 뚝딱 검사를 끝냈다며
청구서를 내밀어 교통안전공단에 거금 51,000달러(원)를 바치고
빗길을 달려 오는데 오늘이 그럴만도 했을까 뉴스를 들으려 켠 라디오에서
옛날에도 텔레비서 많이 듣고 보고했으나
좋하만 했지 가사는 모르던 그 노래
타계한 최헌의 "가을비 우산속"이란 노래가 흘러나오는게 아닌가.
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가을비가 내릴때 마다
라디오나 텔레비에서 들리는 그 노래를 안들어 본 건 아니지만
오늘은 유난히도 아직은 젊은 나이 60대에 그가 타계를 해서 그런지
오늘따라 그 노래가 울컥할 정도로 묘하게 폐부를 찔렀다.
"그리움이 눈처럼 쌓인 거리를 나혼자서 걸었네 미련때문에 ~ "
최헌 특유의 가을비에 젖은 듯한 허스키 저음에
달리는 차창에 부딪치는 빗소리가 허느낌을 더하고 보니
가을이 흔히들 멜란꼴리하고 센치멘탈한 비애의 계절이라 했지만
일흔이 넘은 초로의 필자가 유행가사 한줄에 눈시울을 적시고 보니
이는 감성이 지나치게 풍부한 감상주의자나 포에틱한 서정주의자라서일까.
그것도 아님 요즘 너무 흔하단 바로 그 노인성 우울증 시초라도?
얼마전 어느 텔레비젼 드라마에선가 들은 대화에
"당신 책임져! 여자마음 흔든 죄!" 하니까
'무슨 소리! 흔들린 사람이 책임져야지!"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럼 이 나이에 유향가사 한줄에 숨이 가쁘게 가슴이 토닥거렸다면
노래 때문이거나 가을비 때문이거나 우울증이건 간에 울먹인건 분명 내 탓이리라.
문득 로빈 윌리암스 주연의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회상도 된다.
갑자기 작금 우리나라의 시끄러운 바깥세상을 쳐다보면서
현학적인 클래식에 밀려 먹물과는 거리가 머언 유행가수로
'볼라레' 를 부른 '도메니코 모듀노(Domenico Modugno)' 와 칸쏘네의 여왕 '미나(Mina)가
이스키아섬의 푸른 파도를 가르며 가슴 확 트이게 부르던 여러곡의 노래들이 듣고 싶다.
'이스키아의 밀회( Appuntamento Ad Ischia)'를 뮤지컬로 만든
영화 '푸른 파도여 언제까지나' 속의 가난하지만 행복해 하던 그 사람들을 만나고도 싶다.
그래서 오늘은 밤을 새워서라도 최헌의 '가을비 우산속'이라도 배워야겠다.
"그리움이 눈처럼 쌓인 거리를 나 혼자서 걸었네 미련때문에
흐르는 세월따라 잊혀진 그 얼굴이 왜 이다지 속눈썹에 또다시 떠오르나
정다웠던 그 눈길 목소리 어딜 갔나 아픈 가슴 달래며 찾아 헤매이는
가을비 우산속에 이슬맺힌다."
<SNN 쉬핑뉴스넷 편집위원 서대남(徐大男)>
